80년 광주 학살주범 '그 사람'을 단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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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광주 학살주범 '그 사람'을 단죄하라
영화 '26년' 광주 촬영 현장을 가다
'5월 광주' 희생자 2세들의 극비 프로젝트
위패 보관소 등 실제 현장서 촬영 '생생'
촬영때마다 뜨거운 열기… 11월 개봉 목표
  • 입력 : 2012. 09.04(화) 00:00
지난 2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ㆍ18 민주묘지 유영보관소 안. 영화 '26년' 촬영장에서 파란색 추리닝을 입은 한혜진(심미진 역)과 검은 양복을 입은 진구(곽진배 역)가 자신들의 어머니, 아버지의 위패 앞에 우두커니 서 있다.
광주의 5월을 다루는 영화 '26년' 촬영이 한창이다.

영화 '26년'은 1980년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2세들이 26년 후 조직 폭력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경찰이 돼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는 작전을 펼치는 액션 스릴러물이다.

강풀이 그린 만화 '26년'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그동안 몇 차례 영화작업이 시도됐으나 수십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 문제로 무산되는 아픔을 딛고 오는 11월 개봉을 목표로 촬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서울에 이어 광주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는데, 촬영장에는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어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ㆍ18 민주묘지 유영보관소. 유영보관소 안은 배우와 촬영ㆍ조명 등의 100여 명의 스태프가 한 곳에 있었음에도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이 흘렀다. 파란색 추리닝을 입은 한혜진(심미진 역)과 검은 양복을 입은 진구(곽진배 역)가 위패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주인공인 한혜진은 극 중에서 국가대표 사격선수로 1980년 5ㆍ18 당시 계엄군에 의해 어머니를 잃은 심미진 역을, 진구는 극 중에서 조직 폭력배인 곽진배 역을 맡아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연기한다.

적막감을 깨고 감독의 "레디 액션" 사인 떨어지자 이들 두 배우는 전라도 사투리를 거침없이 내뱉으며 감정에 몰입했다. 두 배우 모두가 서울 출신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완벽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해 100% 싱크로율을 보여줘 극중 실감도를 높였다.

조명 열기에 땀이 줄줄 흐르는 상황에서 계속된 촬영은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오케이, 좋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감독의 사인과 함께 이날 예정된 분량의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오후 3시에 시작한 촬영이 2시간 만에 끝마친 것이다.

이날 촬영한 장면은 만화 강풀 원작에는 없는 것으로 시나리오에서 각색된 부분으로 주인공 심미진과 곽진배가 '그 사람'을 단죄하기 전날, 마음을 다잡기 위해 자신들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위패가 놓여 있는 유영보관소에 찾아오는 내용이다. 10분 정도 상영되는 이 장면은 이 영화 '26년'에서 큰 비중을 갖고 있다.

때문에 촬영팀은 세트장이나 촬영 대본에 나오는 비슷한 장소가 아닌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의 위패와 영정이 모셔져 있는 실제 장소에서 촬영할 만큼 의미를 두었다. 한 장면을 찍기 위해 2시간 넘게 반복되는 촬영에도 배우와 스태프들은 지친 기색 없이 영화 촬영에 남다른 의지를 보였다.

조근현 영화감독은 "미술감독이 아닌 영화감독으로써는 첫 데뷔작인 만큼 이번 영화는 개인적으로도 욕심을 많이 내면서 촬영하고 있는 작품이다"며 "원작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되 전체 비중에서 '과거'는 많이 압축하고, 대신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2세들이 살아가는 '현재'에 더 집중해서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26년' 광주촬영은 이달 말까지 광주 일대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글ㆍ사진=주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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