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의성 "10.26사태 없었다면 광주 학살도 없었을 것"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배우 김의성 "10.26사태 없었다면 광주 학살도 없었을 것"
국제학술대회 패널로 참석
"5·18은 자랑스러운 역사"
  • 입력 : 2024. 05.16(목) 18:45
  • 박찬 수습기자 chan.park@jnilbo.com
16일 오전 광주 동구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영화 ‘서울의봄’에 출연한 김의성 배우가 발언하고 있다. 박찬 수습기자
“5·18민주화운동을 알게 돼 받은 충격이 내 삶을 관통했어요.”

‘서울의 봄’, ‘부산행’ 등에 출연한 김의성 배우는 16일 제44주년 5·18기념 국제학술대회 개회식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배우는 5·18민주화운동의 충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1980년 5·18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다. 평소 신문을 열심히 읽었는데 5·18를 광주 폭동으로 왜곡한 정보를 접했었던 기억이 난다”면서 “대학교를 재학하며 광주 현장 사진, 영상을 통해 당시 참혹했던 광주의 실상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세대에겐 삶을 관통한 가장 큰 사건이 5·18”이라며 “직접적 연관이 없고 광주에 연고가 없더라도 그때 받은 충격에서 아직도 벗어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봄’에서 관객의 원성을 산 악역을 맡은 김의성 배우는 ‘실제로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 거냐?’는 질문에 “아마 비슷하게 대처했을 것”이라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그는 “적극적으로 나쁜 편에 가담하진 않았겠지만, 겁이 많은 성격이라 사적으로 피해가 없었다면 대세를 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배우는 군부 쿠데타 당시 상황에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을 당시 막을 수 없는 흐름이란 인상”이었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그 하루 사이에 막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는 걸 깨달으며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내가 맡았던 역할 또한 그때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 영화를 찍으면서도 송구한 마음이었다”며 “그때 군부 쿠데타가 없었다면 광주에서 그런 학살도 자행되지 않았을 거다”고 덧붙였다.

선한 배역을 맡을 기회가 있다면 어떤 캐릭터를 맡고 싶냐는 질문에는 5·18 당시 광주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룬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택시운전사’ 등의 영화는 오월광주의 한 부분만 다룬 작품”이라면서 “광주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폭 넓게 다루는 영화가 꼭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어 “젊었더라면 시민군 역을 해보고 싶었겠지만, 이젠 아버지나 할아버지 역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수많은 시민 중 한 사람 역을 맡을 수 있다면 영광일 것이다”고 웃었다.

김 배우는 5·18민주화운동이 아픈 과거와 현대를 잇고 미래로 나아가게 한 ‘역사의 높은 봉우리’로 남길 바랬다.

그는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시대별로 다르다”면서 “아픔은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기 마련이다. 당시 희생된 수많은 열사분들을 추모하되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투쟁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로 13주년을 맞이한 국제학술대회는 그간 연구자, 교수 등 전문가를 섭외해 진행해 왔지만, 대중적인 영화배우를 패널로 초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찬 수습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