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개화에 눈뜬 곳… 고ㆍ박ㆍ국ㆍ김씨 대표적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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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개화에 눈뜬 곳… 고ㆍ박ㆍ국ㆍ김씨 대표적 집안
[호남인맥] 담양
  • 입력 : 2014. 06.27(금) 00:00

신학문 가르친 창평의숙
호남 인재들 몰려와 공부
만주까지 팔려간 대바구니
서울역서 장사하다 다수 정착
수도권 향우 15만~20만 추산
관계 이만의 전 환경장관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배출
재계 유영희 유도 회장
연예인 중엔 한혜진ㆍ현빈



담양은 고려 때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불렸다. 1908년 옥과군 일부를 합하고, 1914년 창평군을 흡수했다. 또 이후 장성군 일부와 광주시(전 광산군) 일부가 더해져 현재의 담양군 규모가 완성됐다. 담양은 가마골 용소로부터 시작되는 영산강의 발원지로 호남 젖줄의 출발점이다. 여기에 무등산의 기운이 담양군 창평면 월봉산 쪽으로 흘러 호남권 인물이 담양에서 길러졌다. 담양군 남면에 가사문학관이 세워질 정도로 가사문학이 성한 것도 그런 연유와 맞닿는다.

담양 창평(昌平)은 조선시대 가사문학을 탄생시킨 송강 정철과 면앙정 송순 등의 귀양지로 가사문학을 탄생시켰다. 근현대사에서는 구한말 고정주(동아일보의 발행인이었던 고재욱의 할아버지)가 을사조약이 맺어지자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 사재를 털어 수학ㆍ영어ㆍ서양사 등 신학문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인 창평의숙(昌平義塾)을 세운다. 이로 인해 호남의 지주 아들들이 공부를 위해 창평을 찾게 된다. 언론인 고하 송진우, 고려대학 총장을 지낸 인촌 김성수,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 등이 그들이다. 또 이들은 대부분 일본 와세다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신학문을 공부하고 우리나라 지도자로 성장한다. 그래서 담양은 개화가 다른 지역보다 한 세대 빨랐다.

담양의 인물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대바구니상권도 큰 몫을 한다.

담양사람들은 국내는 물론 만주까지 뻗어가 대바구니 상권을 장악하고 부를 축적했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다보니 새로운 문화의 접촉 기회도 그만큼 많았다. 그래서 담양은 창평을 중심으로 한 신학문과 담양 대바구니 상권의 재력이 조화를 이루면서 호남의 인재의 요람이 됐다. 담양지역 고씨, 박씨, 국씨, 김씨 들이 대표적인 집안들이다.

1960년대 이후부터는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향한 담양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대바구니를 가지고 담양에서 기차(당시에는 담양에 기차가 다녔음)로 서울역까지 실어가 팔았던 담양 사람들이 서울역 인근 만리동에 자리를 잡기도 했다. 현재 서울ㆍ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담양 출신들은 대략 15만~20만 명 정도로 재경담양군향우회는 추산하고 있다.

●경제계

담양 출신 경제인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인물은 경기도 화성에 본사를 둔 유도실업 유영희(67) 회장을 들 수 있다. 핫러너와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회사로, 핫러너 분야에서는 세계 1위다. 핫러너란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녹인 원료(수지)를 금형에 공급해 연속적으로 사출이 가능케 하는 시스템 부품이다. 자동차 범퍼에서부터 핸드폰 케이스까지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데 주로 쓰인다. 이 회사의 핫러너 시스템은 벤츠ㆍBMWㆍ도요타ㆍ소니 등 세계적인 회사들의 플라스틱 부품을 만드는데 쓰이고 있다. 담양읍 출신으로 사레지오중ㆍ고, 전남대를 졸업한 그는 가톨릭 집안에 태어나 사제의 길을 가려했으나 대학원 1학년 때 사제의 길을 접고 기업인으로 변신한 인물이다. 대우실업 등에 근무하던 1980년 이 분야로 독립해 지금은 100여 개 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세계적인 기업을 이끌고 있다. 연매출이 약 80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항공기 엔진부품 등을 만드는 한국로스트왁스(주) 장세풍 대표이사(77)도 담양이 낳은 대표적인 기업인이다.

담양 용면 출신으로 담양중ㆍ광주고를 졸업한 그는 1979년 회사를 설립, 현재 약 4000억 원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 1998년 장영실상, 산업기술대전 우수상, 2006년 중소기업 기술혁신대전 산업자원부장관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이 회사의 내실성을 입증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공장에서 작업복을 입고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또 고향 경로당 난방비 지원, 지역인재육성기금 기부, 고향 행사 지원 등 고향 돕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경기도 시화공장과 안산공장이 있다.

담양 인맥으로 지난 5월까지 재경광주전남향우회장을 역임한 김광철 (주)금강(경기도 용인시) 대표이사 가족을 빼놓을 수 없다. 금성면 출신인 이 집안 큰형인 김광웅 씨는 서울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금호석유화학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둘째형 김광영 씨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고등고시에 합격, 상공부 차관보를 지냈고, 셋째형 김광함(작고)은 서울대 상대를 졸업했다. 남동생도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치과원장을 하고 있다. 누나와 여동생도 숙대와 이대를 졸업했다.

김동호 일륜산업(주)(경기도 이천시)대표이사는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합성수지 진공성형 포장용기를 개발생산해 국내 유수의 기업은 물론 미국, 호주, 일본, 뉴질랜드 등 해외 산업체에도 공급하고 있다. 그는 담양중ㆍ고 출신으로 담양중총동문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여승구(78)(주)화봉문구 대표이사는 무정면 출신으로 서중ㆍ광주고ㆍ고려대를 졸업하고 우리나라에서 초창기 외국 서적 수입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해온 인물로 수입 서적의 산증인이다. 작고한 박종태 전 국회의원의 처남이다.

이은성 대한영농투자조합 대표는 담양읍 출신으로 담양중을 졸업하고 상경, 대입 검정고시를 통해 상급학교에 진학할 정도로 주경야독하며 성장한 인물이다. 농수산물 주문직송판매업을 하고 있는 그는 (주)삼성경매법인 대표이사로, 일찍이 경매분야에 눈을 떴다. 특히 경희대학원 경매과정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경희대에서 경매관련 강의를 할 정도다. 현재 재경담양군향우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인천 송도마을금고 최광기(63)이사장도 눈에 띈다. 창평 출신으로 광주상고, 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하나은행 창단멤버로 참여해 서울 주요 지점장을 거쳤다. 이후 그는 행자부(현 안전행정부)가 유일하게 송도에 만든 송도마을금고 이사장을 맡아 매출 1000억 원 이상을 넘기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는 안양청과시장을 인수해 올해 4월 개장했다. 전국 17개 청과시장 가운데 호남사람이 개장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주목할 인물이 젊은층의 우상인 다음카카오 김범수(48) 의장이다.

올들어 한국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카카오톡의 카카오와 포털업계 2위사업자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합병을 단행한 김 의장은 한때 수북면에서 자랐다. 아버지 김진용(77) 씨가 수북면 출신으로, 어릴 적 수북면에서 수북초등학교를 다니던 중 상경,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향우들에 따르면 대학 재학 중 가정형편이 어려워 두번이나 휴학을 해야 할 정도였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학비를 벌어가며 꿋꿋하게 대학을 마쳤다. 사회 진출 이후에는 아버지를 직접 모시면서 전용 승용차까지 제공하는 등 '효자'라고 향우들의 칭찬이 대단하다.

무일푼으로 상경, 기업을 일구며 자수성가한 뒤 담양 향우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이들도 많다.

양도호 (주)태화우레탄 대표는 중학을 고향에서 마치고 상경, 1982년 회사를 설립해 반도체 조선 제철 및 석유화학설비 부품 수출입을 하고 있다. 금성면 출신 김의형 (주)무산산업개발 대표는 금성중ㆍ금호공고를 졸업하고 상경, 회사를 일궜고, 채희원 귀금속 미보 사장(종로귀금속상가협회 회장), 수북면 출신으로 두부 만드는 기계공장을 경영하는 명오동 사장, 재경광주전남향우회 청년회장인 김평규 사장, 금성중ㆍ담양공고 출신인 임양환 (주)건마을 바다마을 대표(재경담양군향우회 사무총장) 등도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젊은 사업가들이다.

●정계

현역 정치인으로 수도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치인은 그리 많지가 않다.

우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담양 고서면 삼덕리 출신이다. 그는 '명옥헌'이 위치한 후산마을에서 태어나 7세까지 이곳에서 자란 뒤 부모를 따라 상경, 고려대를 졸업하고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하다 서울특별시장을 지낸 인물이다.

진영호 부영건설(주)사장은 서울 성북구청 마지막 관선 청장을 마치고 곧바로 민선청장에 도전, 3선에 성공한 인물이다. 담양중ㆍ광주사범ㆍ고려대 출신으로 미국서던캘리포니아대학 객원교수로도 활동했다.

현직 단체장으로는 지난 6ㆍ4지방선에서 당선된 김수영(여) 양천구청장 당선인이 있다. 월산면 출신으로 역시 담양 출신인 남편 이재학 전 양천구청장의 뒤를 이어 같은 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밖에 기초의원으로 신상균 양천구의원(수북출신), 이인순 성북구의원(남면 출신), 김영선 중구의원(남면 출신) 등이 6ㆍ4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법조계

창평 고씨로 국회부의장을 지낸 고재청(작고)씨의 조카인 고중석 전 헌법재판관이 변호사로 있고, 대전면 출신으로 서중ㆍ광주고(1회)ㆍ서울대 법대를 거쳐 고등고시에 합격, 검사로 활동했던 이수엽(82) 변호사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분이었다.

광주고 출신으로 부장검사를 지낸 박두환 변호사는 작고한 박봉환 전 산자부 장관과 형제 간이고 역시 광주고(4회)ㆍ고려대를 나온 송진승 변호사가 있다. 젊은 층으로는 김상수 변호사, 주영달(창평고ㆍ전남대) 변호사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창평 출신인 박영립(60)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창평초등(53회)을 졸업한 이후 정규학교 과정을 거치지 않고 주경야독하며 고졸ㆍ대입검정고시를 통해 숭실대학에 법학과에 입학한 뒤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 변호사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특히 어려운 향우들이나 이웃들을 돕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뿐만 아니라 소록도 한센병보상청구 한국변호단장을 맡아 일본을 상대로 승소해 한세인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의료계

고재필 전 국회의원ㆍ보건사회부 장관(초대 재경담양군향우회 회장)의 3남인 고강(64) 현대부부치관병원장은 서울고ㆍ서울대를 거쳐 강남구 신사동에서 부부가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치과의사로 유명하다. 또 고강 씨의 바로 위 형인 고철(65)씨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전 주택산업연구원장을 역임했다.

국홍일(77) 피부과의원 원장은 담양읍 출신으로 담양중을 거쳐 전남대 의대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피부과 원장을 오랫동안 역임, 우리나라 피부과 계통에서는 저명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또 한종원 안과의원 원장도 창평 출신으로 전남대 의대를 나와 서울 천호동 네거리 신라빌딩에 안과를 건립한 인물로, 남다른 봉사활동으로 유명하다. 그는 국제라이온스협회 354-A 지구총재, 제4대 재경담양군향우회장을 역임했고 사회복지법인 선한목자재단 이사장을 맡아 의료봉사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수술을 무료로 해주기도 하고 돈을 벌었다 싶으면 사회봉사에 찬조하는 인물이다.

●관계

관료계에는 대표적인 인물이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이다. 광주일고ㆍ조선대를 졸업한 그는 내무부 고위공직과 목포시장ㆍ광주시부시장 등을 거쳐 환경부장관에 오른 인물이다. 현재 W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장을 맡고 있다.

대전면 출신 이상노(광주고) 한국도덕정치 국민운동 부총재(세계한경신문사 부회장)는 전남도 내무국장ㆍ여수시장을 역임했다. 군인 출신으로는 담양중ㆍ광주고ㆍ육사를 나온 김윤석 전 특전사령관(중장출신)이 있다.

●연예계 및 기타

탤런트 이재룡(51)이 월산면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 광주로 나갔고, 중앙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 1986년 MBC 18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몸담을 뒤 대진대학교(경기도 포천) 연극영화학부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배우자가 탤런트 유호정이다.

또 국가대표 축구선수 기성용 선수의 배우자인 한혜진도 담양 용면에서 태어나 서울로 올라가 성장했고 영화배우 현빈도 아버지가 대덕면 출신으로 원적이 담양이다.

이밖에 특이한 이력을 소유한 담양출신으로는 서선호(53) 서울지하철 8호선 장지역 역장이 있다. 금성면 출신으로 금성중ㆍ담양공고를 졸업한 그는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를 취득, 대학 강의를 나가면서 사회복지개발원 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송파구 생활체육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예술인으로는 동경로망대전 대상, 프랑스 르살롱 초대작가, 한국국립현대미술관 초대작가, (사)목우회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육록 화가가 있고, 금성면 출신인 김기순 열우민속도예관 원장(농업환경생명을 위한 WTO 공동대표)가 도예가로 활동하고 있다.

강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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