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전 응급처치 누가 담당해야 하나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외부칼럼
병원 전 응급처치 누가 담당해야 하나
  • 입력 : 2014. 07.02(수) 00:00

병원 전 응급의료체계는 크게 두 가지의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응급구조사 중심의 시스템이고, 두 번째는 의사가 현장까지 달려가서 직접 응급진료를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의사가 현장까지 진료를 담당하기에는 진료비 상승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응급구조사와 간호사가 구급대원이 돼 현장에서 발생되는 환자의 응급처치를 담당하고 이러한 구급대원의 교육과 평가를 응급의학과 의사가 담당한다.

유럽은 의료 분야에 대해서 복지와 공공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현장에까지 의사가 앰뷸런스를 직접 타고 가서 환자를 진료하고 필요하면 응급실로 후송한다. 모든 진료를 의사가 전담하는 것은 아니고 구급대원과 의사가 협력하면서 분야와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나누어서 담당한다.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는 미국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에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한 응급구조사들이 구급대원이 되어 병원전 응급처치를 담당하고 있는데 최근 병원 전 단계의 진료에 의사가 투입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중증외상센터의 개념과 함께 중증 외상 환자를 후송하기 위한 닥터헬기 사업이 도입됐다. 전국의 몇몇 병원에서 헬기 운행을 시작했는데 이 닥터헬기에는 의사가 직접 탑승, 현장까지 가서 환자를 진료하게 된다.

프로야구 롯데 선수였던 임수혁 선수가 경기도중 쓰러져 심정지가 발생한 이후부터는 경기장이나 큰 규모 행사에 의사가 대기하도록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필자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를 경기장에서 직접 보는 행운을 가졌는데 경기 중 환자가 발생하면 들것을 가지고 선수한테 직접 뛰어나가는 4명의 요원중의 한명이었다. 이것은 FIFA규정에 의해 네 명중의 한 명은 의사이어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브라질월드컵 경기도 마찬가지 일 것이고 경기장 내에 수많은 의사들이 근무를 하면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응급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국내 프로축구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지만 각 구단마다 주치의나 지정병원의 의료진이 매 시합마다 대기하고 있다.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과 상처를 주고 있는 세월호 사고도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하던 잠수사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고 바지선 현장에서 의사에 의한 응급처치를 받지 못했다는 언론의 지적에 의해 바지선에 응급의학과 의사가 대기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는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지만 현장의 응급처치를 누가 담당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한번쯤은 해보게 된다. 의사가 현장에까지 나가서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 과연 환자의 생존율과 예후를 향상시키는가에 대한 답이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응급처치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경험이 있는 구급대원들이 응급처치를 시행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면 굳이 의사가 현장에 나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외국의 몇몇 연구결과에서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는 내용을 봤다. 심정지 환자의 경우 현장에서부터 목격자나 구급대원에 의한 효과적인 심폐소생술이 이뤄진다면 환자의 소생율과 예후가 향상된다는 것은 명백하다. 이것을 의사가 했다고 더 향상되지는 않는 것이다. 닥터헬기를 운영하는 병원에서는 의사가 직접 현장에 출동, 많은 환자들을 살리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듣거나 유럽의 응급의료체계를 경험한 사람들은 중증 환자의 경우 의사가 현장에까지 출동해야 한다고 주장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응급의료체계가 발달돼 있는 미국도 의사가 헬기를 탑승하지는 않는다. 병원전 응급의료체계는 철저하게 구급대원이 담당하고 의사는 이러한 구급대원에 대한 교육과 의료지도만을 담당하는 것이다.

더 이상의 잠수사가 다치거나 생명을 잃는 경우를 원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하여 환자가 발생하면 그곳에 있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즉각적인 응급처치를 통해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의 경우는 특수한 경우이다. 월드컵의 경우도 특별한 경우이다. 의사의 진료비가 비싸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병원 전 응급처치를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양성돼 있고 최대한 이러한 전문가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이전 개최지인 러시아 카잔을 방문했을 때 구급대원 중에는 의사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화적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러시아의 의사가 우리나라처럼 고소득을 올리는 직업이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응급구조사가 구급대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의사가 현장에 나가서 응급처치를 하는 것 보다는 구급대원의 교육과 의료지도를 통해 치료 능력을 향상시키면서 우리나라의 병원 전 응급의료체계가 확립돼 갔으면 좋겠다. 행정 편의와 전시행정에 의하지 않고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경우에만 의사가 현장을 담당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시스템에는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조수형 조선대병원 응급의료센터장
외부칼럼 최신기사 TO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