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떠나는데… 팬심 못 읽는 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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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 떠나는데… 팬심 못 읽는 KIA타이거즈
■ KIA 단장 등 프런트 그동안 뭐했나
현장 목소리ㆍ여론 정확히 전달 못해
허영택 단장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
  • 입력 : 2014. 10.21(화) 00:00
미국 프로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 '머니볼'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브래드 피트 분)이 구원투수 영입을 위한 현금 트레이드를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빈 단장은 구단주에게 추가 자금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그러자 빈 단장은 구단주에게 전한다. "부족한 자금은 내가 지불하겠다. 대신 나중에 이 선수를 다시 트레이드 할때 생기는 수입은 내가 전액 갖는다"고. 구단주는 결국 손을 들고 자금 지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프로야구라면 어땠을까. 빈 단장처럼 구단주의 뜻에 반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결론은 '절대 아니다'이다. 구단주와 단장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 있어 '단장에게 권한을 주되 책임까지 지운다'는 메이저리그에 비해 한국은 철저한 상명하복 관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감독 선임이나 선수 영입과정에서 단장의 뜻은 무시되고, 구단주의 입김이 작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KIA타이거즈 선동열 감독 재계약을 둘러싼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허영택 KIA단장을 비롯한 프런트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즌 내내 현장에서 생활하며 누구보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는 프런트가 구단 고위층에 선 감독에 대한 악화된 여론 등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잘못된 선택'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최종 결정권자의 뜻이 그대로 반영되는 현재의 한국프로야구 현실에선 단장이 이를 정면으로 반대할 수 없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팬들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팬들은 프런트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히 선 감독 연임에 대한 팬들의 부정적 여론을 전달했다면 재계약은 막을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호사방'에 글을 올린 한 여성팬은 "타이거즈 원년부터 팬이었지만, 사는게 바빠서 뉴스를 통해서만 타이거즈의 승패를 확인했다. 이제 애들 다 키우고 야구장에서 응원하는 즐거움으로 살아가려 했는데… 정말 기아의 프런트나 감독은 팬심이 어떤가는 전혀 관심이 없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20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KIA 허영택 단장이 선 감독 재계약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팀 리빌딩(재정비)을 위한 구단의 선택이었다'는 등의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허 단장은 사장을 만나서 감독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허 단장은 이날 "병역문제라든가 트레이드 등 그동안 구단이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선수들을 관리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서 현재 팀이 엉망이 된 것 같다"면서 "어떻게든 팀 체질 개선을 위한 리빌딩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서는 선수들을 잘 아는 선동열 감독을 적임자로 판단했다. 사장과 심사숙고해서 결정했다"고 답변했다.

'패장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기는 것은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1년 동안 구단이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왔다. 관리파트나 트레이닝파트 등 전반적인 시스템 개편을 꾸준히 진행해 왔고, 1군과 2군을 분리해서 선수를 육성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리빌딩과 성적은 해봐야 한다. 열심히 하겠다. 선 감독에게도 그동안 지적된 우려들을 전달해 개선시킬 수 있도록 프런트에서 노력하겠다. 감독 선임 결정은 구단에서 한 것이니까 이에 대한 모든 공과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허 단장은 '분노한 팬심을 달래기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 "지금 팬들에게 무슨 말을 해도 팬들이 이해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어떤 변명이나 해명보다도 앞으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허 단장의 이같은 언급은 사실상 '이왕 이렇게 된 거, 앞으로 잘하면 되지 않느냐', '팬들의 반발도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들 것'이라는, 무책임하고 안일한 현실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동환 기자 dhchoi@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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