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타이거즈 선동열 감독 재계약을 둘러싼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허영택 KIA단장을 비롯한 프런트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즌 내내 현장에서 생활하며 누구보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는 프런트가 구단 고위층에 선 감독에 대한 악화된 여론 등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잘못된 선택'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최종 결정권자의 뜻이 그대로 반영되는 현재의 한국프로야구 현실에선 단장이 이를 정면으로 반대할 수 없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팬들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팬들은 프런트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히 선 감독 연임에 대한 팬들의 부정적 여론을 전달했다면 재계약은 막을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호사방'에 글을 올린 한 여성팬은 "타이거즈 원년부터 팬이었지만, 사는게 바빠서 뉴스를 통해서만 타이거즈의 승패를 확인했다. 이제 애들 다 키우고 야구장에서 응원하는 즐거움으로 살아가려 했는데… 정말 기아의 프런트나 감독은 팬심이 어떤가는 전혀 관심이 없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20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KIA 허영택 단장이 선 감독 재계약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팀 리빌딩(재정비)을 위한 구단의 선택이었다'는 등의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허 단장은 사장을 만나서 감독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허 단장은 이날 "병역문제라든가 트레이드 등 그동안 구단이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선수들을 관리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서 현재 팀이 엉망이 된 것 같다"면서 "어떻게든 팀 체질 개선을 위한 리빌딩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서는 선수들을 잘 아는 선동열 감독을 적임자로 판단했다. 사장과 심사숙고해서 결정했다"고 답변했다.
'패장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기는 것은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1년 동안 구단이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왔다. 관리파트나 트레이닝파트 등 전반적인 시스템 개편을 꾸준히 진행해 왔고, 1군과 2군을 분리해서 선수를 육성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리빌딩과 성적은 해봐야 한다. 열심히 하겠다. 선 감독에게도 그동안 지적된 우려들을 전달해 개선시킬 수 있도록 프런트에서 노력하겠다. 감독 선임 결정은 구단에서 한 것이니까 이에 대한 모든 공과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허 단장은 '분노한 팬심을 달래기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 "지금 팬들에게 무슨 말을 해도 팬들이 이해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어떤 변명이나 해명보다도 앞으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허 단장의 이같은 언급은 사실상 '이왕 이렇게 된 거, 앞으로 잘하면 되지 않느냐', '팬들의 반발도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들 것'이라는, 무책임하고 안일한 현실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동환 기자 dh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