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 나누는 도심속 작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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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情 나누는 도심속 작은 도서관
  • 입력 : 2014. 11.11(화) 00:00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놀이를 하는 기분이에요. 친할머니처럼 푸근한 선생님이 전래동화를 들려주기 때문이에요."(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린이)

"뒤늦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활력을 되찾는 느낌입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출ㆍ퇴근을 할 수 있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해요. 도서관에 가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노인)

최근 취재차 찾아간 광주 북구 매곡동에 위치한 '아이꿈어린이도서관'에서는 따뜻한 정(情)이 느껴졌다. 기존 도서관의 딱딱한 분위기와는 달리 활기가 넘쳤다. 이 곳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은 지난 3월부터 도서관의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북구시니어클럽이 '지역작은도서관활성화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노인 4명을 주 2회씩 순환제로 이 곳에 파견하면서 부터다.

취재 내내 도서관에서는 연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도서관 한쪽에선 노인들이 일대일로 어린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다른 한쪽에선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땅따먹기 등 전래놀이를 즐겼다.

최근 '핵가족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어린이들이 조부모의 보살핌과 애정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인해 예절ㆍ인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노인들의 도서관 봉사는 의미가 크다. 도서관 이용자 대부분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동기 정서함양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노인복지 문제도 해결된다. 사회참여 기회를 부여받은 노인들의 자신감을 향상시켜 좀 더 활기찬 노후생활을 돕는 것이다.

사업에 참여한 한 노인은 "평생 집안일만 하다가 난생 처음 사회활동을 하게 됐다. 비록 몇푼 안되는 돈이지만, 이 나이에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뿌듯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매주 수요일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도 진행되면서, 이 곳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는 공간을 넘어서 마을모임이 이뤄지는 '복합 커뮤니티 공간'으로 거듭났다. 마을사람 누구나 찾아와 부담없이 책을 읽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옆집에 사는 이웃을 그냥 지나쳤던 예전과는 달리 서로를 '언니', '동생'이라고 부르며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 도서관이 마을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올해 광주지역에서 최초로 시작된 이 사업은 현재 광주 북구 관내 작은도서관 5곳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갈수록 삭막해져가고 있는 사회현실 속에서 따뜻한 정(情)을 나누는 작은도서관이 더욱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수진 문화체육부 기자 sjpark1@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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