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합리성과 인간성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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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간의 합리성과 인간성을 묻다
문선희 개인전 '묻다' 내일부터 금호갤러리
구제역ㆍAI 매몰지 100여곳 찾아 사진 기록
  • 입력 : 2015. 07.01(수) 00:00
문선희 작가의 작품 '2312'. 금호갤러리 제공

전국 4800여 곳의 구제역ㆍ조류인플루엔자(AI) 매몰지 중 100여 곳을 찾아 카메라 앵글에 담은 문선희(사진)사진작가가 개인전을 연다.

오는 2일부터 14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유ㆍ스퀘어문화관 금호갤러리에서 '묻다'를 주제로 한 문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합리성과 경제성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우리사회 시스템에 의해 산 채로 매장된 동물들과 함께 우리들의 인간성마저 묻혀버린 '땅에 대한 기록'이다. 전시 주제인 '묻다'는 동물들을 산 채로 파묻은 행위, 합리성이라는 명목으로 우리가 택한 방식에 대해 작가가 던지는 질문을 의미한다.

문 작가가 구제역ㆍAI 매몰지 100여 곳을 찾게된 건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지난 2011년 구제역과 AI가 확산됨에 따라 전국에 있는 1000만여 마리의 닭과 오리, 돼지 등이 살처분 돼 매몰지에 파묻혔다. AI가 의심되는 동물까지 생매장하는 등의 살처분 방법에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문 작가는 "3년 정도 지나면 구제역ㆍAI 매몰지를 다시 작물 재배할 수 있는 땅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을 우연히 듣게됐다"며 "그렇게 많은 가축들이 묻혔는데 과연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문 작가는 돼지, 오리, 닭 등 수천여 마리가 매립돼 있는 광주, 영암, 나주, 진천, 증평 등 AI 매몰지 100여 곳을 찾아 다녔다. 실제 촬영한 사진들은 언뜻 보면 아름다운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자정능력을 잃은 대지와 살처분 도구로 쓰였던 비닐들을 근접 촬영한 기록이다. 문 작가는 살처분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하는 대신 과도한 매몰로 인해 신음하고 있는 대지와 죽어가는 풀들을 촬영함으로써 세상에 대한 환멸과 존재에 대한 연민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문 작가는 "정부는 규칙을 만들었고, 그 규칙에 따라 예외 없이 파묻었다. 그곳에 죽음은 없었다. 다만 상품들이 폐기되고 있을 뿐이었다"며 "이번 작업을 통해 나 스스로에게도 많은 질문을 했는데 전시를 보러 오는 관람객들도 작품을 통해 질문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금호갤러리 유ㆍ스퀘어 청년작가 전시 공모를 통해 선정된 문선희 작가는 지난 2007년 첫번째 개인전 'Praha'을 시작으로, 2008년 '바람이 분다', 2009년 '우리 동네' 전시에 이어 '묻다'는 네번째 개인전이다.

주정화 기자 jhjo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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