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국민이 사랑했던 대통령 '무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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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국민이 사랑했던 대통령 '무히카'
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
  • 입력 : 2016. 02.19(금) 00:00

마우리시오 라부페티 저 | 박채연 옮김 | 부키 | 1만5000원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호세 무히카(사진) 우루과이 전 대통령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지난 2013년과 2014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으며,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던 그는 52퍼센트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5년 뒤 퇴임할 때는 65퍼센트라는 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퇴장했다. 그럼에도 그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책들은 열매를 맺지 못했다. 공개적으로 자신의 교육 개혁에 대해 '실패'했다고 토로하듯 그는 '사랑받는 대통령'이었지만 '위대한 대통령'은 되지 못했다.

우루과이의 기자이자 정치 칼럼니스트인 마우리시오 라부페티가 무히카 대통령의 삶을 포착했다. 무히카가 시도한 개혁 정책들과 그 과정에서 맞닥뜨린 현실의 벽, 대통령의 고민과 열정, 성공과 실패를 통해 진정한 리더는 어떠해야 하는지,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는 어떤 모습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이념적이지도, 교조적이지도, 폭력적이지도 않으면서 국민의 삶을 더 낫게 바꾸려 했던 무히카의 노력을 '조용한 혁명'이라 이름 붙였다.

1910년대 이미 오늘날과 같은 사회 보장 체제를 확립해 '남미의 스위스'로 불렸던 우루과이. 지금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낀 작은 나라로 인식될 뿐이다. 무히카는 개혁을 통해 우루과이의 도약을 꿈꿨다. 먼저 공공 개혁을 통해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공무원 조직에 창의성과 혁신을 불어넣으려 했다. 우루과이의 공무원은 민간 노동자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혜택을 받아왔던 것. 당연하게도 공무원 노조의 반대에 직면했고, 개혁은 실패했다.

그럼에도 무히카 재임 기간 우루과이는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데올로기를 뛰어 넘어 '실용'을 앞세운 그의 사고 때문이다. 낙태 합법화가 그 사례다. 낙태가 불법인 탓에 많은 가난한 여성들이 부적절한 낙태 시술을 받고 죽거나 불임이 됐고, 들통이 나면 감옥에 끌려가기까지 했던 것. 그 와중에 많은 의사들과 사기꾼들이 불법적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 낙태할 권리를 여성에게 주되, 입양 등 다른 대안이 있다는 설명을 의무적으로 듣게 한 새 법안 시행 이후 낙태 시술은 오히려 줄었다. 매년 3만건에 이르던 게 2013년 한 해에는 6000여 건 뿐이었다.

저자는 "무히카에게 혁명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투쟁"이라고 말한다. 젊은 날 무기를 든 것도, 그 뒤에 무기를 버리고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된 것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는 것. 그는 이데올로기와 정치 논리가 아니라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사고로 접근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필요할 때는 교황에게 달려갔고, 반제국주의자였지만 오바마의 동맹이 됐다. 무히카의 이야기는 한국 정치에도 큰 울림을 준다. 비록 정책에는 실패했지만 오랫동안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몇몇 대통령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김정대 기자 jdkim@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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