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얼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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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일치얼짱
  • 입력 : 2016. 04.21(목) 00:00

편집국에 앉아 하는 일이 기사에 제목을 다는 거라 일삼아서라도 나라말에 관심을 두려는 편이다. 소설가 김훈 말마따나 국어사전은 수불석권, 먹고살자면 이걸 끼고 살아야한다. 하기야 요새는 시절이 좋아 포털사이트 사전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ㄱㄴㄷ 색인을 넘기는 대신 마우스만 까딱거리기는 하지만. 거 참 편한 인터넷 세상이다 싶기는 한데 떠도는 말 가운데 오픈국어사전에만 있는 신조어가 셀 수도 없고 맞춤법이 엉망인 표현들도 넘쳐나 이래도 되나 싶을 때가 많은 것이다.

연전부터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황당무계한 맞춤법 이야기 하나 하자. 가만 보면 그야말로 무식이라 할 수도 있겠고 재미로 만들어낸 것도 있을 기막힌 단어와 표현들. 국내 모신문사 괜찮은 편집 선배의 블로그에 실린 글을 '퍼왔다'. 아니 '베껴왔다'.

기르던 강아지를 잃었나. 전봇대에 이렇게 떡하니 붙여놨다. '찾습니다. 육구시타리아.' 소리나는대로 요크셔테리어를 잘못 쓴 것 같은데 아마 주인은 나이 좀 자셨고 이 양반이 엔간히 애가 탔던 모양이다. '육구시타리아'는 그래도 빙그레 웃어넘길 수 있지만 이것들은 좀 너무했다. 회계머니 싸움, 곱셈추위, 김에 김씨, 에어콘 시래기, 귀똥으로도 안듣는다.

알면서도 웃자고 틀린 것 같은 표현들도 있다. 나보고 일해라 절해라 하지마라, 갈수록 미모가 일치얼짱이다, 멘토로 삶기 좋은 인물, 그의 발성은 나물할 때 없다, 수박겁탈기, 삶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죄인은 오랄을 받아랏, 힘들면 시험시험해라, 장례희망, 부랄이던 눈, 골이따분한 성격, 등등. 이건 맞춤법의 전설이라는데 어느 운동선수의 실제 트위터 글이라고 한다. '연낙 안하고 십엇는데 더 이상은 한개다. 나는 아직도 니가 내 인생의 발여자라 생각했는데….'

이거 정말 한번 웃자고 한 이야기지만 요즘 네티즌들의 수준이 이 정도일까 싶어 시쳇말로 '웃프다'. 그저 빨리 빨리, 빠른 게 미덕인 세상이라지만, 축약과 생략이 무슨 뜻인지 통 모르겠을 신조어가 너무도 많다.

개꿀, 노잼, 디부심, 링딩돋다, 머글, 므흣하다, 반품남, 반품녀, 배사, 빡돌다, 빼박캔트, 벅세권, 슴가, ㅇㄱㅇㄴ, 연덕, 짝남, 짝녀, 추카포카, 츤데레, 킹왕짱, 품절남, 품절녀, 호갱님, 흑역사…. 혹 중년일지도 모르는 당신은 이 중에 몇 개나 아시는가. 통 모르시겠다고? 그럼 당신도 '아재' 맞다.

박재성 편집부장 js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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