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간직한 소쇄원, 이제 새로운 눈으로 보자"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문화
"전통 간직한 소쇄원, 이제 새로운 눈으로 보자"
소쇄원 '풍류정원 달빛공연'을 보고
500년 된 정원서 펼쳐진 미디어아트ㆍ춤ㆍ연주
'파노라마 미디어 오페라' 새로운 형식 눈길
  • 입력 : 2016. 12.21(수) 00:00
지난 10일 담양 소쇄원에서 '소쇄원의 소리풍경'을 주제로 한 풍류정원 달빛공연이 열렸다. 소쇄원의 자연경관과 건축미를 활용해 하서 김인후 선생의 소쇄원 48영을 미디어아트, 음악, 춤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미디어파사드와 라이브 사운드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광주문화재단 제공
지난 10일, 소쇄원에서 '풍류정원 달빛공연' 올해 마지막 행사가 있다는 소식에 여러 일들을 뒤로 하고 지인과 함께 소쇄원을 찾았다. 파노라마 미디어 오페라라는 전혀 새로운 형식이라니, 이 500여년 된 정원에서 과연 어떤 일이 펼쳐질지 기대감과 궁금증이 일었다. 오랜만에 대봉대와 애양단 그리고 오곡문을 지나 제월당에 들어서며 그 옛날 이 곳을 조영했던 소쇄공의 심경을 헤아려보니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오늘 날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정원으로 소쇄원을 떠올리며 때때로 찾아와 이렇듯 소쇄공을 기억하게 된 것이 후손된 사람으로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월당에서 15대손인 양재혁 종손과 해후의 기쁨을 잠시 나누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소리에 서둘러 자리를 찾았다. 황병기 명인의 '소쇄원의 사계'라는 창작 가야금 연주곡이 흘러나온다. 지난 8월 '풍류남도 나들이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풍류정원 달빛공연에서 첫 선을 보였고 이 작품의 음원까지 헌정하셨다는 설명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명인의 작품을 통해 소쇄원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기쁨도 무량하기만 하다.

이번 공연은 한 달에 한번 보름달이 가장 가까운 토요일에 열린 '풍류정원 달빛공연'의 올해 마지막 공연으로 '소쇄원의 소리풍경'이 주제였다. 소쇄원의 모습을 미디어아트, 춤, 피아노, 대금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하는 이번 기획의도를 들으니 마치 소쇄원의 미래를 비추는 빛이 보이는 듯 했다.

1548년 하서 김인후 선생이 지은 소쇄원 48영, 그 중 일곱 가지 영을 미디어아트와 복합 장르로 표현해 내는 공연이 드디어 시작됐다. 모든 조명을 끈 가운데 어둠속에서 점차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와 함께 미디어 아트 조명이 광풍각을 비추기 시작했다. 과거와 현재의 음악이 광풍각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전통 춤사위와 함께 하며 고즈넉한 초겨울 밤 소쇄원을 황홀경으로 이끌었다. 이어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대숲 바람소리와 함께하는 대금연주는 때로 끊어질 듯, 때로 토해내듯 심금을 울려왔고 청중은 절로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미디어 아트는 이 모든 것을 품어내며 환상적인 영상을 선보였고 청중은 음악과 영상에 도취돼 갔다. 마지막 5장 눈덮인 소쇄원 풍경은 소쇄원 전체를 숨막힐 듯 아름다운 영상으로 채우며 관객들의 감탄을 이끌어냈다.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의 우아한 춤사위, 피아노ㆍ대금ㆍ아쟁ㆍ성악 등 현대ㆍ전통음악을 더한 라이브 퍼포먼스, 미디어 아트의 예술적 조명이 함께 어우러진 멋진 공연이었다.

어느 순간, 음악도 멈추고 미디어 아트의 조명도 꺼지고, 잠시 후 희미한 빛에 쌓인 광풍각이 서서히 시야에 들어왔다. 밝은 달에 비친 광풍각과 제월당 그리고 소쇄원 모두는 자신만의 소리를 내며 자신만의 세계를 연출하고 있는 듯했다. 순간 머릿속은 소쇄원의 500여년 세월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교차하며 과거로부터 이어진 전통과 이제 이어질 미래의 가치에 대한 생각으로 분주해졌다.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의 음악과 현대 문명의 산물인 미디어 아트가 만들어낸 새로운 소쇄원. 그것이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소쇄풍류. 우리는 이제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미래를 그려 나아가야 한다. 풍류남도 나들이 사업을 통해 전통의 맥이 이어지고 새로운 미래가 발산되는 일이 후손들과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소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추운 겨울밤에도 공연을 보기위해 모인 많은 주민들과 소쇄원을 아끼는 이들을 보면서 전통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고 지금까지 소쇄원을 지켜온 것은 이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이번 공연을 연출한 진시영 미디어아티스트와 작곡 및 음악감독 이상록 피아니스트, 아름다운 춤사위로 공연을 풍성하게 밝혀준 장윤나 국립무용단원, 아쟁과 타악의 황민왕 연주자와 대금의 이아람 연주자, 투죽위교를 노래한 유형민 성악가에게 감사드린다.

또한 8월부터 풍류남도 나들이 사업을 추진해 온 광주문화재단 관계자들에게도 깊은 감사와 함께 앞으로도 전통을 잇는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되기를 부탁드린다.
양동석 (충북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문화 최신기사 TO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