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연결된 뉴스만이 위로ㆍ역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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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연결된 뉴스만이 위로ㆍ역사가 된다
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
임경빈 저 | 부키 | 1만3000원
JTBC '뉴스룸' 시사방송작가 이야기
뉴스가 위로가 된 이유
  • 입력 : 2017. 10.20(금) 00:00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지난 3월,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서 바라본 청와대 앞쪽 전광판에 탄핵 결과가 생중계 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JTBC방송국에서 뉴스를 만들었던 사람들의 기록과 이야기를 다룬 책이 출판 됐다.

'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는 지난해 10월 촛불을 들고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만큼이나 뜨거웠던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코너 임경빈 메인작가가 써낸 책이다. 이제는 JTBC의 주말 '뉴스룸' 메인작가가 된 저자가 촛불 혁명을 겪으며 되돌아본 '작가'의 의미를 담았다. JTBC '뉴스룸'의 성공 요인과 보도국에서 겪은 크고 작은 일들, 뉴스 만들기 에피소드와 카메라 뒤에서 일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하루 등 시사방송작가의 묵묵한 기록을 통해 이상했던 1년 전 그 때 '뉴스가 위로가 돼 준 날들'을 기념한다.

저자는 뉴스에도 작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앵커, 기자 외에도 PD, 카메라 감독, 그래픽 디자이너, 사운드 엔지니어 등 수많은 사람들이 한 편의 뉴스를 만든다. 작가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작가는 자료 취재와 섭외, 원고 작성, 기획, 뉴스 코디네이팅까지 전천후로 일하며 뉴스를 만들어낸다.

저자가 말하는 시사방송작가의 하루는 한마디로 '전쟁'이다. 아침에 눈 떠서 새벽에 잠들 때까지 매 순간 아이템을 찾아낸다.

조간신문과 포털뉴스 창을 동시에 분석하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도 실시간 체크한다.

임 작가는 '24시간 돌아가는 두뇌에 체력적, 정신적으로 방전 상태'라고 표현한다. '뉴스룸' 작가들은 당일 오후가 되도록 코너에 내보낼 아이템을 결정하지 못하는 날도 있어 피가 마르는 전쟁같은 하루를 보낸다.

하루가 긴장의 연속인 JTBC 뉴스룸에서는 어떻게 일할까. 시청자들이 응원 편지를 보내는 뉴스, 예능 프로마냥 사랑받는 뉴스인 JTBC 뉴스룸은 이상한 뉴스다. 저자는 세월호 참사 보도로 쌓은 신뢰에 최순실 태블릿 PC 특종까지 더해져 명실공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정한 뉴스라는 평가를 받게된 이유 외에 시민들을 '위로'해주는 뉴스가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JTBC 뉴스룸의 인기 비결로 '블록(block)식 구성'과 '뉴스쇼' 형식을 꼽는다. 뉴스룸은 90초짜리 개별 리포트를 단순 나열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이슈에 따라 블록으로 묶인 뉴스를 내보낸다. 여기에 논평ㆍ풍자ㆍ심층 분석 등 해당 이슈에 다각도로 접근하는 개별 코너들을 추가해 하나의 쇼 형식으로 뉴스를 제공한다.

이런 방식이 시청자의 뉴스 이해도를 높이고, 높아진 이해도는 그만큼 뉴스와 시청자 간 밀착도를 높인다.

시청자는 밀착도 높은 뉴스에 기꺼이 반응하고 적극적 소통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인기 비결은 형식의 차이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 보도와 최순실 태블릿 PC 특종 보도를 통해 보여 준 용기와 뚝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저자는 경험한 굵직한 두 사건을 담담히 풀어낸다.

내부에서도 기밀에 부쳐진 바람에 시청자와 똑같은 마음으로 생방송을 기다렸던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 엉뚱하게 불거진 탄핵 기각설 취재 해프닝, 관련해 보도한 가짜뉴스 논란 등을 통해 보도하는 자의 시선으로 본 탄핵 정국의 풍경을 전한다.

저자가 꼽은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부분은 세월호 참사 보도를 100일간 이어갔던 때의 기록이다. 저자는 감정 이입을 철저히 배제하고 사안을 건조하게 보는 것이 보도의 기본 자세이지만 세월호 사건만큼은 건조한 시각을 유지할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저자를 비롯한 스태프들은 스튜디오 뒷편에서 자주 울어야 했다. 시청자들을 괴로우면 TV를 끌 수 있지만 뉴스를 전하는 사람들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웠던 그 보도는 저자로 하여금 방송작가라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고 생업으로서의 의미에 소명이 추가됐던 순간으로 기억됐다.

고단한 업무, 낮은 임금, 불안정한 지위… 작가들은 이름도 없이 스튜디오 뒷편에서 뉴스를 만든다. 작가들이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뉴스를 만든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차갑고도 뜨거웠던 지난해 겨울 '팩트체크'가 방송되던 전광판을 응시하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시민들의 모습에서 저자는 자신이 만든 방송을 시민들과 함께 보면서 '치열하게 뉴스를 만들어야 할 이유'를 찾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뉴스는 뉴스답게 만들어야 한다. 시민과 연결된 뉴스만이 위로가 되고, 기억이 되고, 역사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시민들과 함께 그날의 다짐을 새기기 시작한 것이 '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오민지 기자 mjoh@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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