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노동 억척 아지매들 "동네 확 바꾸입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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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선진지 탐방
조선소 노동 억척 아지매들 "동네 확 바꾸입시더"
도시재생전문가들의 선진지 탐방
영도다리 넘어 대평동 일대
녹슨 배 닦던 수리조선마을
1990년대 들어 급격한 쇠락
  • 입력 : 2018. 05.03(목) 21:00
깡깡이마을생활문화센터와 주민사업단.
해방으로 수십만의 귀국동포들이 부산항으로 향했다. 독립운동가들, 강제 동원 당했던 선조들, 어쩔 수 없는 사연으로 고국을 떠나 있던 동포들이 일시에 부산항으로 몰렸다.

그들에게 부산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통과의 의미만이 아니었다. 여러 한(恨)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떠날 수 없는 곳이자, 고향을 잊은 갈 곳 없는 동포들에게는 제2의 고향이 되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영도다리를 건넜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도심인 광복동과 남포동을 마주했던 영도의 구릉지대는 그들에게 잠잘 곳을 제공하고 또 생계를 이어주었던 낙원이 되었다.

연이어 6ㆍ25전쟁이 터지며, 부산은 1023일 동안 대한민국의 피란수도가 되었다. 밀려든 100여만의 피란민 중 상당수가 영도 사람이 되었다. 영도다리와 전차는 영도를 섬이 아닌 도심과 연결된 새로운 도심이자 거점지역으로 기능케 했다.

깡깡이마을도 그즈음 탄생했다. 깡깡이마을은 자갈치시장 건너편, 영도다리와 남항대교가 맞닿은 대평동 일대 해안가의 수리조선마을이다. '깡깡이'는 수리조선소에서 하는 작업으로 배 표면에 녹이 슬어 너덜너덜해진 페인트나 조개껍데기를 망치로 두드려 벗겨낼 때 '깡깡' 소리가 난다 하여 붙여진 말로, 수리조선업을 주로 하는 대평동에서는 예부터 깡깡 소리가 마을 너머까지 울려 퍼져 깡깡이마을이라는 별칭으로 불려졌다.

깡깡이마을이 있는 대평동 해안가는 19세기 후반, 우리나라 최초로 근대식 발동기를 사용해 동력을 얻는 방식으로 배를 만든 '다나카 조선소'와 '나카무라 조선소'가 세워졌던 대한민국 수리조선산업의 발상지이다.

1960~80년대 마을이 한창 수리조선으로 번성하던 무렵, 수리조선소에 배가 들어오면 뱃전이나 탱크에 붙은 녹과 조개류를 떼어내는 '깡깡이질'을 하던 이들은 깡깡이마을의 중년 여인들이었고, 그 여인들을 부르던 말이 바로 '깡깡이 아지매'다.

깡깡이질을 하던 마을 여성들과 힘든 노동을 담당했던 남성들도 모두 가난한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자식을 건사하기 위해 힘든 수리조선 일을 억척스럽게 해내었고, 그런 연유로 '깡깡이'이란 말은 이곳이 조선소 마을임을 상징하는 단어이자, 마을 주민들의 근면함과 끈기를 떠올리게 해주는 마을 명칭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며 발생한 지역경제의 급속한 변화는 영도와 이곳에 여러 측면의 치명타를 제공했다. 조선업의 대형화, 수산업 비중 약화, 신항만 건설에 따른 물류유통체제의 변화, 더욱이 도심에 있던 부산시청사, 부산지방법원, 부산지방검찰청 등의 연이은 이전은 영도다리로 연결된 영도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이후 20여년이 지난 2018년 4월 현재, 영도에 대한 시선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한때 낙후된 곳, 발전이 불가능한 곳,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곳 등 긍정보다는 부정의 시선이 강했던 이곳에 여러 측면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물살 센 협곡 같은 바닷길이 여전히 육지와 영도를 가르고 있지만, 영도 곳곳에서 내륙 어느 곳보다 강한 개방성이 인지되고 있다. 영도는 부산항을 둘러싼 육지 어느 곳에서나 관찰되는 열린 시각구조를 배경으로, 최근 4개소로 늘어난 연결 교량들로 인해 도심 상업기능들과 좌우의 바다 건너 남구와 사하구의 도시기능들이 하나의 줄기로 연동되어 움직이려 하고 있다.

물적인 외에도, 섬이 가진 정체성과 연결된 신(新)산업이 모색되고 있다. 동삼동 매립지에 해양을 주제로 하는 혁신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중이고, 연안부 창고들과 조선소 그리고 오래된 작은 공장들을 산업유산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개념의 해양문화를 유입하려는 시각이 생겨나고 있다.

여기에 오늘 얘기의 주인공인 깡깡이마을도 자유와 창의가 넘실대는 부산의 매력 덩어리로 탈바꿈하기 위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근대수리조선 1번지인 대평동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깡깡이마을 재생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광역시 자체 재생사업이었던 '예술상상마을' 공모에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의 제안 선정이 계기가 되었다.

깡깡이마을 주민들과 함께 기획하였고, 지금은 영도구청, 대평동마을회, 영도문화원이 추진단을 만들어 함께 하고 있다. 깡깡이마을 재생의 비전은 '해양', '재생', '커뮤니티'이다. 감천문화마을로 대변되는 부산의 산지형 재생마을에 버금가는 바다의 상징적인 재생마을로 그 방향을 잡았다.

또한 바로 옆에서 추진 중인 북항재개발 사업과는 100% 다른, 즉 근대문화유산과 산업유산을 보전하고 문화예술의 상상력을 불어넣어 활용하는 재생형 모델을 지향했다. 깡깡이마을의 재생은 바다를 생활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항구도시 부산 사람들의 역동적인 삶과 독특한 산업현장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회복의 현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근대수리조선 1번지, 대평동'을 슬로건으로 문화예술인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대평동 주민과 공공기관이 협력하여 추진하는 깡깡이예술마을 조성사업은 사라진 뱃길을 다시 잇는 '영도도선 복원,'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공공예술프로젝트,' 마을의 역사와 이야기를 수집하여 출판ㆍ전시하는 '마을박물관 프로젝트,' 주민 참여 및 공감 프로그램인 '문화사랑방'과 '공공예술페스티벌' 그리고 깡깡이마을의 다양한 캐릭터와 상품 개발 등 홍보를 주도하는 '깡깡이 크리에이티브' 등의 세부사업을 포함하고 있다.

깡깡이마을 재생의 핵심 성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근대조선산업 발상지의 역사성과 해양문화수도 부산의 원형이라는 문화적 특성을 깡깡이예술마을의 특화 브랜드로 연결시킨 점'이다. 예를 들어, 가수 최백호의 '1950 대평동,' 밴드 스카웨이커스의 '깡깡 30세,' 만화가 배민기의 '깡깡시티'와 그래픽노블 작가인 마크 스태포트(영국)의 '깡깡이블루스' 등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한 음원과 만화의 제작ㆍ발표는 깡깡이마을만의 독특한 대중밀착형 접근이 되었다.

또한 옛 영도도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남항 일대를 해상에서 선박을 타고 둘러볼 수 있는 영도바다버스 투어(임시사업)와 해설이 있는 마을투어를 100회 넘게 진행하면서 깡깡이마을은 부산의 새로운 조선산업의 문화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두 번째는 '격의없는 다양한 소통을 통한 공감과 공생의 실천적인 성과라는 점'이다. 커뮤니티 프로그램인 '문화사랑방'과 '물양장살롱'은 깡깡이마을과 주민의 관계 회복에 결정적인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깡깡이생활문화센터'를 리모델링하였는데, 이곳은 일제강점기 때 '니시혼간지(西本願寺)'라는 일본 사찰이 있던 자리로 1950년대에 대평동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자금으로 불하를 받아 공동체 활동(대평동마을회관 및 대평유치원)을 펼쳤던 공간이었다.

2층 마을박물관에는 주민들이 직접 기록하고 수집한 깡깡이마을의 근대역사, 조선산업, 해양문화관련 400여점의 실물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앞으로 이곳은 주민에게는 사랑방이자 기억의 장소로, 방문객에게는 쉼터이자 깡깡이마을 콘텐츠의 보고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성과는 '기록 발간과 산업전통 계승에 대한 노력'이다. 사업단에서는 깡깡이마을을 대중적으로 소개하는 '깡깡이마을 100년의 울림' 단행본 시리즈(제1권 깡깡이마을을 소개합니다- 역사, 제2권 대평동 수리조선업의 모든 것- 산업, 제3권 주름 속에 감춰진 축제의 노래- 생활)를 발간하였다.

마을을 역사, 산업, 생활 세 분야로 나누어 마을을 더욱 구체적이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집필되었으며 지난 2018년 3월 24일에는 발간 기념 북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3채의 적산가옥과 창고를 '깡깡이마을공작소'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이곳은 앞으로 방문객이 예술가와 기술자들과 만나는 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영도구는 문화체육관광부 '산업관광활성화 사업(2017~2018년)'과 '문화적 도시재생(2018년)' 사업에 응모하여, 연계사업비용을 확보하기도 하였다.

낙후 지역을 다시 살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깡깡이마을을 통해 본 재생의 본질적 목표는 첫째, 그곳의 지난 존재 이유를 찾아 주는 것, 둘째, 스스로 움직여 갈 수 있는 지속가능성의 확보하는 것, 그리고 셋째는 시민과 지역, 그리고 마을의 상호 공존해야 하는 이유를 찾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깡깡이마을 재생사업!! 그 미래 변화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참고문헌 : 강동진, 2017, '섬같은 육지 영도같은 섬, 영도', (작가와 사회), 66권, pp. 60~87. 깡깡이예술마을 홈페이지 http://kangkangee.com



강동진 경성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플랜비 문화예술협동조합 이사 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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