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보존할 무형문화재 계승.진흥시킬 문화유산 접근 방식 바뀌어야 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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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 인문학
보호.보존할 무형문화재 계승.진흥시킬 문화유산 접근 방식 바뀌어야 할때
원형(原型)과 전형(典型)
이윤선의 남도인문학
해당 장르의 문화적 본질
해석하는 입장의 차이
  • 입력 : 2018. 08.23(목) 21:00
  • yglee@jnilbo.com
‘국민 대통합 아리랑’에서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이 진도 아리랑 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아리랑은 지난 2012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뉴시스
본조아리랑과 대표 아리랑의 차이

진도아리랑, 서울아리랑, 본조아리랑, 대표아리랑, 심지어 사할린 아이랑, 엘에이 아리랑도 있다. 우리 민족의 DNA라 통칭되는 아리랑 명칭이 이토록 많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둔 이가 강등학이다. 평생을 아리랑 연구에 바쳐온 강교수가 정리한 바에 따르면 우리가 통상 아리랑으로 부르는 대표아리랑은 나운규의 영화 이후 유행한 서울아리랑이다. 본조아리랑이 대표아리랑 아니란 말인가? 그렇다. 지금껏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을 본조아리랑이라 불러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 호명은 아리랑 타령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강교수는 주장한다. 복잡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간단하다. 우리 아리랑에는 두 번의 큰 확산기가 있다. 하나는 경복궁 중수 때 널리 유행한 아리랑타령이다. 이것이 본조 아리랑이다. 물론 그 기반에는 강원도(정선)를 중심으로 하는 토속민요 아라리가 있다. 나운규의 영화 이후 두 번째 아리랑 확산기를 갖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리랑 노래들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확산된다. 이 노래를 흔히 본조아리랑, 신아리랑 등으로 호명해온 것이 사실이다. 진도아리랑 등 각 지역의 아리랑들도 여기서 나왔다. 가장 많이 알려진 노래다. 이 때문이겠지만 통상 한국인의 DNA라 호명하는 아리랑은 이 서울아리랑을 지칭한다. 주객이 전도되었다고나 할까? 본래의 아라랑타령보다 새로 만들어진 서울아리랑이 민족의 노래라는 지위를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무슨 뜻인가? 결국 서울아리랑(영화 아리랑)을 대표아리랑으로 호명해야 한다는 뜻이고 그 전거가 되는 아리랑타령류의 노래들은 본조아리랑의 지위를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용어나 개념으로 설왕설래하는 이유는 해당 장르의 문화적 본질이 어디에 있는가를 해석하는 입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인간문화재를 지정하는 무형문화재법을 중심으로 원형과 전형 논쟁이 가열되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형(原型)과 전형(典型) 논쟁

한 때 무형문화재에 대한 원형 논쟁이 학계를 달군 적이 있다. 국어사전에서는 이 원형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본능과 함께 유전적으로 갖추어지며 집단 무의식을 구성하는 보편적 상징이라 한다. 민족이나 문화를 초월하여 신화, 전설, 문예, 의식 따위의 주제나 모티프로 되풀이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오랜 역사 속에서 겪은 조상의 경험이 전형화되어 계승된 결과물이라는 것. 또 다른 규정들도 있다. 같거나 비슷한 여러 개가 만들어져 나온 본바탕, 여러 종류의 동식물 가운데 현존하는 생물의 근원으로 생각되는 모델 등이 그것이다. 대개 원형(原型)과 원형(原形)을 구분하지 않고 쓴다. 모두 의식의 본바탕 혹은 무의식의 근본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개념이다. 이를 아키타이프(Archetype)라 한다. 인류가 공유하는 공통 경험의 집단 무의식이다. 여기서의 아키타입은 고정 불변하는 원형질이라는 의미이므로 이전에도 변하지 않았고 이후로도 변하지 않을 것들이다. 무형문화재를 지정하거나 규정하는 현실적인 논의로 맞지 않는 개념이다. 여러 세대를 거쳐 전승되어 올지라도 무형문화 유산의 속성은 생성되고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껏 원형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한다는 규정은 잘못된 것이었나? 그렇다. 이 개념에 부합하는 원형의 무형문화재가 희소하기 때문이다. 결국 원형/전형 논쟁은 무형 문화유산의 특질을 고정불변의 것 즉 아키타이프로 오인하는 데서 시작된 일이다. 무형문화유산의 특질은 생성하고 변화하는 것이다. 다만 문화재로 지정하여 그 형식과 내용을 붙잡아둘 뿐이다. 그래서 나는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대상을 이렇게 규정해왔다.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은 특정한 시기의 형식, 형태나 내용에 대해 보존의 가치가 있다고 당대의 사회와 여러 전문가들이 합의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전통과 전승을 기반 삼는 제 규정들이 전제되어 있다. 2016년 3월 28일 무형문화재법(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따로 제정하면서 원형(原型)을 폐기하고 전형(典型)을 법률용어로 채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형문화재법의 전형(典型)이란 무엇인가?

무형문화재법에서 규정한 전형은 제2조(정의), 제2항, 제3항, 제4항에서 다루고 있다. 2항에서 “전형(典型)”이란 해당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구성하는 본질적인 특징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3항에서 “보유자”란 제17조제1항 또는 제32조 제2항에 따라 인정되어 무형문화재의 기능, 예능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형대로 체득.실현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고 했다. 4항 “보유단체”란 제17조제1항 또는 제32조 제2항에 따라 인정되어 무형문화재의 기능, 예능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형대로 체득.실현할 수 있는 단체를 말한다고 했다. 하지만 문화재보호법 제3조(문화재보호의 기본원칙)에서는 보존, 관리 및 활용은 원형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원형’이란 개념을 다시 사용하고 있다. 같은 법 제3조 3항에서는 무형문화재의 보전 및 진흥은 전형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하되 민족정체성 함양이나 전통문화의 계승 및 발전, 무형문화재의 가치 구현과 향상 등이 포함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아리랑의 여러 이름들 못지않게 헷갈리는 법률규정들이다. 쉽게 풀어본다. 무형문화재법 제2조 2항에서 규정하는 전형은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구성하는 본질적 특징”이다. 즉 문화유산 본질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구성하는 토대 즉 베이스가 되는 모델을 말한다. 따라서 해당 장르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해당 장르의 기초가 되는 모델일 뿐이다. 이를 전형성이라는 용어로 법률화시킨 것이다. 결국 무형문화재법으로 독립하면서 기왕의 원형(아키타입, 불변의 무형 유산)이라는 개념 인식으로부터 전형이라는 현실적인 개념 용어(어느 특정한 시기에 어느 특정한 형식과 내용을 대변하는 전통 모델)로 바뀐 것은 무형문화유산의 본질적 특성(끊임없이 변화 생성 발전하는)을 반영한 것이라 봐야한다.

무형문화재법의 탄생과 문화분권시대의 과제

어느 특정한 시기에 완성된(문화재보호법 제2조,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되어 온 것) 형식과 형태 및 내용(典型)을 사회적 합의(전문가들의 심사)에 의해 국가가 강제하여 보존하는 것이 무형문화재다. 이 형식(혹은 형태)과 내용을 전형이라는 법률용어로 갈무리 한 것이 문형문화재법의 탄생 혹은 분리 제정이다. 이로써 일정한 시기의 양식을 마치 고정불변의 원형처럼 오해하는 논쟁이 일단락되었다. 보호해서 보존할 무형문화재와 계승해서 진흥할 문화유산의 접근 방식들에 대한 논의가 바뀌어야 함을 말해준다. 따라서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생성, 변화, 발전되는 무형문화유산의 특질에 제동을 걸어서도 안 되고, 마치 원형만을, 혹은 전형만을 국가가 강제하여 보호, 보존한다는 셈법도 변해야 한다. 기왕의 문화재는 문화재대로 보호, 보존, 계승하고, 전통에 기반 한 제 문화유산들은 자유롭게 현대의 문화와 버무려질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제에 문화재보호법 제17조(문화재 국제교류협력의 촉진 등), 제18조(남북한 간 문화재 교류 협력), 제19조(세계유산 등의 등재 및 보호), 제20조(외국문화재의 보호) 등의 해외문화재와 관련된 법조항들의 수렴과 확산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해외 유형문화재는 반환 등의 논리가 우선한다. 어떤 형태로 반출이 되었든 제자리로 돌려달라는 것이 기본 취지다. 돌려받지 못하는 문화재들에 대해서는 각기 처한 상황에 따라 보호, 지원 등이 조치된다. 해외문화재에만 해당되는 내용일까? 물론 유네스코 위원회 등 관련한 법 조항들이 마련되어 있다. 수정 보완하면서 호혜적 문화교류의 장을 열어가겠지만 문화분권 시대를 맞는 비전은 찾아보기 어렵다.

원형에서 전형으로 법률 용어 자체가 바뀌는 기점에서 정작 우리가 문제 삼아야 할 것은 바로 문화분권이다. 해외문화재보호법이 지역문화재보호법으로 확대 혹은 승계되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현장(지방)에서 중앙(국가기관 혹은 그에 준하는 단체)으로 귀속된 문화재 혹은 문화유산 등의 반환운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다. 이제는 큰 그림 이른바 빅픽쳐를 그릴 때다. 무형문화유산이 우리 문화의 토대를 어떻게 구축하고 남북의 문화적 통일 혹은 상생의 문제를 포함해 동아시아의 상생평화를 위해 어떤 비전으로 기능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고 그 시대를 견인해가야 한다. 법률로 제정했으니 혹은 행정이 지시하니 따위의 관행을 따라갈 필요 없다. 보다 창의적으로 내질러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다.



남도인문학 TIP


원형(原型, Archtype) 전형(典型, Prototype) 조형(造型, Formation type)



진짜민속(Folklore 혹은 Real Folklore)/가짜민속(Fake lore)논쟁이 한 때 민속학계를 달군 적이 있다. 하지만 현 단계 페이크로어를 얘기하는 학자들은 많지 않다. 원형/전형 논쟁처럼 시의성도 없고 논점도 약해졌다. 굳이 따지면 포크로어는 프로토타입(典型)에 해당되고 페이크로어는 포메이션 타입(造型) 혹은 게임 용어의 키노타입(Keno type)에 해당된다. 더 이상 진짜와 가짜를 쟁점 삼는 논의는 불필요하다. 이 상관을 구분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무형문화재법이 독립되고 전형이라는 용어를 법률화시키면서 원형/전형 논쟁 및 포크로어/페이크로어 논쟁은 일단락되었다고 봐야 한다. 다시 쟁점을 삼으려면 내가 제시한 위 논의들을 상당부분 반박하거나 새로운 개념, 새로운 해석을 들고 나와야 가능하다. 내 정리는 이렇다. 무형문화유산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특정하여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것들이 전형(오리지널한 특질)의 지위를 갖게 된다.

지정시기에 특정한(인정받은) 형식과 내용을 보존하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형식과 내용을 인정받았으므로, 또 다른 특정한 시기에 이 인정은 (연구나 심사 등에 의해서) 취소될 수 있다. 왜 그래야 할까? 무형문화유산이 생성되고 변화되며 창발되는 동력을 무형문화재라는 이름으로 붙잡아두지 말고 즉, 보호와 창발을 뒤섞지 말고, 오히려 유산진흥법 등의 재구성을 통해 자유롭게 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항목들은 현행의 법률들을 수정 보완해가며 보호하고 계승(후계자에게)해서 이어지도록 지원하면 된다.

특히 기왕의 무형문화재 지정건에 대해서는 노령화 등 제반 여건으로 계승과 보존이 불확실해지는 현실을 직시하고 전수교육 대학의 선정이나 기초 자치단체, 광역단체 등을 거점으로 삼는 지원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논의는 문화분권 시대의 과제 속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므로 지면상 생략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사)한국민속학술단체연합 이사장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전남도 문화재전문위 이윤선의 남도인문학
yglee@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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