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폭력 ‘사이버 불링’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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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보이지 않는 폭력 ‘사이버 불링’을 아시나요?
간접체험 앱 사용해보니… 욕설에 협박전화까지
학교폭력,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가 피해 커져
광주 2년만에 2배 급증했지만 전담 기관 부재
  • 입력 : 2018. 10.15(월) 21:00
  • sjpark1@jnilbo.com
“같이 몰려다니다 사이가 틀어진 친구들이 있었는데, 저를 카카오톡으로 초대하더니 욕을 하더라고요. ‘xx, 네가 우리 욕을 하고 다녔냐고. 죽을려고 작정했냐’며 단체로 욕을 하더라고요. 저는 안 그랬다고 하면서 카톡방을 나갔어요. 그런데 다시 저를 채팅방에 초대하더니 또 욕을 하는 거예요.” (지역 중2 여학생)

온라인 공간으로 확대된 학교 폭력 때문에 애꿎은 우리 아이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부는 괴롭히는 정도가 지나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드러나지 않은 사이버상이라 쉽게 들키지도 않을뿐더러 처벌 규정도 애매해 오히려 ‘사이버불링(사이버따돌림)’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15일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해마다 사이버불링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지역 사이버불링 피해는 불과 2년 새 2배 가량 급증했는데 2015년 69건에서 2016년 81건, 2017년 122건으로 증가했다.

유형도 다양해졌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특정 학생을 초대한 뒤 단체로 욕설을 하는 것 ‘떼카’는 이제 너무 알려진 유형이다. 피해 학생이 욕설을 견디다 못해 방을 나가도 가해자들은 지속해서 방으로 초대해 온갖 욕설을 퍼붓는다. 소위 ‘카톡 감옥’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 학생을 초대한 뒤 방에 있던 사람들은 일순간에 퇴장하는 ‘방폭’도 있다. 일종의 경멸을 표현하는 것이다. SNS상에서 특정 학생 관련 글에 비난 댓글을 줄지어 다는 ‘댓글 폭력’도 늘어나고 있다.

유형만큼이나 피해자가 받는 고통도 엄청나다. 사이버불링 지속될 경우, 아직 어린 10대 피해자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지난달 충북 제천에서는 여고생이, 인천에서는 여중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 발생 후 경찰이 제천 여고생의 휴대전화 통화와 메시지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학교 선배와 친구들에게 욕설과 협박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실제로 기자가 사이버불링을 간접체험할 수 있는 ‘사이버폭력 백신 앱’을 스마트폰에 다운받아 이용해봤다. 기자의 이름을 입력하자 가해학생의 전화가 걸려오면서 통화버튼을 누르자 “야 카톡 바로 안보냐, 죽고 싶어서 환장했지? 두고 봐”라며 욕설을 한 후 전화가 끊겼다. 이후 단체 대화방에 초대되더니 “병X아 혼자서 죽지마 우리가 죽여줄게”, “병X이 나대고 지X 이야. 미X” 등 수십 개의 원색적인 욕설을 퍼붓더니 단체로 채팅방을 나갔다. 이어 가해자들의 페이스북에는 ‘학교 진따 시리즈’로 화장실에서 김밥먹는 포착 동영상이 올려지고, 끝없는 욕설 댓글이 달려있었다.

사전에 입력된 프로그램이고 잠시나마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이였지만, 자존감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적 충격도 상당했다.

이렇게 끔찍하고 집요한 사이버불링의 피해는 커지고 있지만 정작 피해학생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국 어디에서도 사이버불링의 상담과 신고만을 전담하는 특화기관이 없는 탓이다.

이미 영국, 독일 등 유럽에서는 전담상담센터가 마련돼 있고 미국은 대부분 주에서 사이버불링에 대한 처벌 기준을 마련했다. 사이버불링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교사에게 부여하는 등의 대처도 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사이버불링에 대한 상담과 신고를 전담하는 기관을 마련하는 한편, 대처요령을 주기적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광주 교육계 관계자는 “사이버폭력은 시공간 제한 없이 폭력에 24시간 노출되며, 빠른 파급력으로 순식간에 불특정 다수의 타깃이 될 수 있다”며 “학생, 학부모, 교사가 사이버불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안내하고, 위험성과 대처요령을 모두 인지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
광주 초.중.고 사이버불링 피해규모  광주시교육청 제공(단위:건)
연도201520162017
발생6981122
‘사이버불링(cyberbullying)’이란 가상공간을 뜻하는 사이버(cyber)와 집단 따돌림을 뜻하는 불링(bullying)의 합성어다. 학교폭력이 온라인으로 옮겨 온 행태다보니 피해사실을 부모나 학교서 쉽게 알 수 없고, 하루 24시간 내내 무차별적으로 지속된다는 특징이 있다.
sjpark1@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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