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에 의지하고 있지만 보여주고 싶은 것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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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목발에 의지하고 있지만 보여주고 싶은 것 많아"
골형성부전증으로 난타공연하는 문경양씨
  • 입력 : 2018. 11.08(목) 17:46
  •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그림1중앙>
"아직 보여드리고 싶은 열정이 많아요. 내 몸에 갇혀있는 끼를 무대 위에서 마음껏 발산해 보고 싶네요. 아직 제 곁에 계신 친정엄마께도 열정적이고 당당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120㎝가 채 되지 않는 왜소한 체구는 목발에 의지해야 겨우 거동이 가능했다. 평소 남편의 도움 없이는 일상적인 생활도 어렵지만 무대에만 오르면 근원을 알 수 없는 힘이 넘쳤다.
금속공예 작가이자 난타공연가로 활동중인 문경양(48)씨 이야기다.
"무대에서 난타공연 모습을 본 지인들은 금방이라도 제가 일어서서 달릴것 같다고 해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저도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난타를 할때만큼은 너무 행복합니다."
선천적으로 골형성부전증이라는 희귀병을 가지고 태어났다. 살짝만 부딪쳐도 뼈가 부서지는 병이다. 희귀질환으로 20년 전 외국에서 온 교수들의 도움으로 뼈 마디마디에 철심을 박는 대수술을 한 후 그나마 목발에라도 의지할 수 있게 됐다. 지금도 무릎이 휘고 연골이 닳아 목발이 아닌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몸이지만 휠체어에 앉는 순간 모든걸 내려놓게 될 것 같아 일부러 목발을 사용한다.
걷다가도 부러지는 약한 몸에 갇혀 제대로 학교한번 다녀보지 못했다. 고등학교 졸업까지 등하교는 다섯명의 오빠와 부모님의 등에 의지해야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가족들에게 짐이 될 순 없었다. 몸이 약해 누워만 지냈던 딸이 홀로서기를 하겠노라 선언했을땐 부모님은 눈물을 흘리며 그를 떠나보냈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어요. 예술적인 끼가 많은데, 직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보니 금속세공이 있더라고요. 손재주가 좋았거든요. 일산 직업학교 귀금속 학과에 들어가 금속공예를 처음 시작하게 됐습니다."
경상도 출신 남편을 만나 광주에 둥지를 틀고 귀금속 공방을 운영하면서 정식으로 대학도 다닐 수 있게됐다. 동신대 귀금속 디자인과에서 본격적으로 금속공예를 공부해 금속공예 작가라는 직함도 가질 수 있었다.
"장애인미술협회 부회장을 지내면서 우연히 난타공연을 접하게 됐어요. 관계자분이 난타를 배워보는게 어떻겠냐고 권유했는데, 당시 해야 할 일이 많아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과연 내 몸이 저 북을 이길 수 있을까 도전의식이 조금씩 생겼어요. 한번 해 보고 안되면 접어야지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3개월만에 예술단 입단 제의를 받았습니다. 그 예술단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푸른하늘난타팀 입니다."
지체3급 장애인인 문씨와 지체2급 고현희씨, 왜소증을 앓고있는 김정안씨, 비장애인 노관례, 장유임, 김순옥씨 등 6인으로 구성된 푸른하늘난타팀은 어느 전문예술단 못지않은 팀웍으로 지난 2015년 결성이후 최근까지 80여차례 공연을 진행했다.
실력은 경연대회에서도 입증됐다. 지난달 화순군에서 개최된 제1회 전국 퓨전국악 난타대회에서 17개 팀을 제치고 당당히 대상을 수상했다.
"난타를 하면 몸에 무리가 오는게 느껴져요. 하지만 그 공연할때 만큼은 너무 즐거워요. 하루를 살더라도 즐거운 일을 하고 싶어요."
난타지도사 2급 자격증까지 갖춘 문씨는 최근에는 담양 주민자치센터로 매주 한차례씩 주민들을 대상으로 난타 지도에도 나서고 있다. 장애로 제한받는 일들이 많다보니, 할 수 있는 일들은 최대한 해보고 싶어서다.
"저한테 자격증이 몇개인지 아세요? 노래강사, 귀금속 기능사, 난타 지도자, 가수 자격증까지 5개가 넘어요.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진 저 때문에 평생 가슴에 미안함을 안고 사셨던 부모님께, 제가 세상에서 얼마나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어요."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sangji.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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