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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있다. 무더위에 지친 우리를 더욱 짜증나게 만들고 밤잠을 설치게 하는 불청객, 바로 모기다. 고온다습한 장마철엔 더 극성이다. 하룻밤 새 모기 한 마리에 온 가족이 뒤척이고, 극도의 가려움을 유발하는 흡혈 자국을 보면 분노까지 치밀어 오른다. 모기는 해충 중에서도 아주 작은 미물에 속하지만 인류의 역사에 깊숙이 개입해온 ‘무서운’ 존재다. 단순히 여름철마다 찾아와 불편을 끼치는 해충을 뛰어 넘어 인류의 문명과 전쟁의 그림자 속에 모기는 늘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고대 로마가 번성...
2025.06.23 16:04지난 21일 새벽, 부산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고등학생 3명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모두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던 이들은 함께 옥상으로 올라간 뒤 화단에서 발견됐으며, 유서도 남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불현듯 소노 시온 감독의 ‘Suicide Circle’(자살클럽)의 첫 장면이 떠오른다. 일본 도쿄의 한 지하철역, 재잘재잘 떠들며 지하철을 기다리는 평범한 모습의 여고생들. 54명의 여고생들은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에 서로 손깍지를 끼고 “하나, 둘, 셋”하며 일제히 철로로 몸을 던진다. 영화 오프닝 사상 가장 충격적인...
2025.06.22 16:39“밭에서 완두를 거두어 들이고 난 바로 그 이튿날부터 시작된 비가 며칠이고 계속해서 내렸다. 비는 분말처럼 뭉근 알갱이가 되고, 때로는 금방 보꾹이라도 뚫고 쏟아져내릴 듯한 두려움의 결정체들이 되어 수시로 변덕을 부리면서 칠흑의 밤을 온통 물걸레처럼 질펀히 적시고 있었다….” 1973년, 당시만 해도 거의 무명작가였던 윤흥길이 쓴 중편 소설 ‘장마’는 지루한 장마를 통해 남북분단의 비극을 극명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전쟁에서 전사한 아들을 둔 외할머니와, 빨치산 아들을 둔 친할머니의 기구한 운명. 그 속에서 장마는 불행한 전쟁의 상징...
2025.06.19 17:26“민주 한국이 돌아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국제사회에 던진 이 한마디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지난해 12월3일 헌정질서를 뒤흔든 불법 계엄 시도는 세계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에 중대한 질문을 던졌다. 과연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인가, 위기를 견딜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는가.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한국은 그 해답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계엄을 해제한 국회, 헌법 절차에 따른 대통령 탄핵, 그리고 조기 대선을 통한 새로운 정부 수립. 어느 하나 무력 충돌이나 극단으로 흐르...
2025.06.18 13:24우리 삶에는 ‘적당함’이라는 미덕이 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공자도 이를 경계했다. ‘논어’ 선진편에서 제자인 자공이 “자장과 자하 중 누가 낫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고 답하며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過猶不及)”는 말을 남겼다. 지나침은 부족함과 마찬가지로 문제를 일으킨다는 뜻이다. 결국 공자는 ‘적정한 선’을 지키는 것이 인간의 도리임을 강조한 셈이다. 현대 사회는 과열된 경쟁과 성과 중심 문화가 일상화된 시대다. 특히 경제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
2025.06.17 18:00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의미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7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일컫는 ‘Z세대’를 합친 용어인 ‘MZ세대’는 오늘날의 젊은 세대를 의미한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자연스럽게 사용해 왔으며 짧은 콘텐츠(숏폼)를 선호하고 개방적이면서도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온라인 쇼핑, 모바일 결제, 스트리밍 서비스 등 스마트폰을 활용한 디지털 소비에 익숙하며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2025.06.16 15:23요즘, 뉴스 보기가 즐겁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대통령 한명이 바뀌었을 뿐인데, 모든게 새롭다고 한다. 저러다 쓰러질까봐 무섭다고 하면서도 ‘퇴근 안하는 대통령’ 그저 신기하다고 한다. 언론생활을 하면서 지금까지 정권 바뀌는 것을 몇 번이나 보아왔다. 패턴은 늘 비슷했다. 보수 정권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들어오면 언론들 상당수는 밀월 기간을 즐겼다. 진보 정권이 들어오면 일부를 제외하고는 공격하는 양상을 보였다. 전남일보야 광주에 있는 언론사이기 때문에 지역민의 성향이 그대로 나올 수밖에 없다. 광주에서는 ...
2025.06.15 20:54지난 2011년 타계한 박완서 작가는 생선 중에서 병어를 유난히 좋아했다고 한다. ‘계절의 맛과 함께 추억의 정서를 맛볼 수 있고, 자연의 순수함까지 담겨있다’는 게 이유였다. 살이 연하고 담백하지만 값이 비싸지 않아 서민적이고 맛이 뛰어나다는 것도 평생 소박하게 살아왔던 그의 철학과 어울린다. 숙성되서 나오는 감칠맛, 씹을수록 고소한 병어회는 그에게 글을 쓰는 이유이면서 기쁨이었다. “겨울철 광어회보다도 병어의 살은 더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눈처럼 흰 살에 간장을 찍으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는 그의 말은 병어에 대한 최고...
2025.06.12 16:492025년 6월,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자, 2024년 12월3일 선포된 비상계엄 이후 추락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상이 다시 한 번 회복되는 사건이었다. 이번 선거의 진정한 의미는 국민을 향해 총구를 겨눈 이들을 단죄하기 위한 국민들의 염원이 만들어낸 결실로, 단순한 정권심판을 넘은 역사에 대한 응답이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릴 수 있는가. 이 물음은 더 이상 문학적 수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1980년 광주에서 총에 맞아 숨진 이들의 이름은 2024년의 거리에서 다시 불렸다. 세대는 달랐지만, 절박함...
2025.06.11 13:35브로드웨이에 오른다는 건 무명의 화가가 루브르에, 이름 없는 연주자가 카네기홀에 선 것과 다름없다.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부, 42번가를 따라 줄지은 극장들은 전 세계 공연 예술인들의 꿈이자 종착지다. 그 무대 위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성공’으로 여겨지고, 그곳에서 살아남는 작품은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기록된다. 브로드웨이의 역사는 길다. 18세기 말 소극장 몇 곳에서 시작된 이 거리는, 20세기 초 전기 조명과 대형 무대 장치의 도입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특히 500석 이상의 규모를 갖춘 41개의 정식...
2025.06.10 15:06초여름에 들어서니 새맑은 하늘 아래 여기저기 접시꽃이 많이 피었다. 출근길에 지나치는 봉산 작은 절집 담벼락에도, 수북학구당 길섶에도 자홍색, 흰색, 붉은색으로 치장한 접시꽃들이 소담하게 피어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접시꽃은 초가의 사립문 옆에나 장독대, 국민학교 교정, 완행열차가 쉬어가던 간이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여름꽃이다. 키 크고 잘생긴 외형과 다르게 접시꽃은 여느 꽃들이 가진 황홀하고 진한 향기는 없다. 하지만 누가 보든 말든 철이 되면 늘 그 자리에서 피고 지며 집을 지키고 손님을 맞이한다. 그래서 더...
2025.06.09 16:55삼국지 ‘순욱전(荀彧傳)’에 이런 고사가 있다. 동한 말기 당시만 해도 조조의 실력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몇 차례 전투에서 승리한 후, 특히 산동성 연주 일대에서 여포를 격파한 후 그의 세력은 상당히 커졌다. 연주 근처의 서주는 그 지세가 험한 요충지인 데다가 각종 산물이 풍부해서 조조는 진작부터 이 지방을 손에 넣고 싶어 했다. 그러나 서주를 지키는 도겸이라는 인물이 워낙 인심을 얻고 있는지라 한 차례 전투를 벌여보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 뒤 도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조조는 곧 서주를 공격하려고 했다. 이때 조...
2025.06.08 18:49장미는 신비로운 꽃이다. 장미처럼 인류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꽃은 흔치 않다. 이에 얽힌 신화나 전설도 수없이 많다. 로마신화에선 불사(不死)의 꽃으로 불린다. 태양신 아폴로는 죽은 숲의 요정 ‘님프’에게 생명의 빛을 내려 장미로 되살렸다. 그 때 비너스 신은 미(美)를, 바커스 신은 향기를, 꽃의 여신 플로라는 붉은 빛깔을 내렸다. 님프를 무척 사랑한 플로라는 ‘차가움’을 암시하는 푸른 빛은 내리지 않았다. 순결의 백장미, 정열의 홍(紅)장미는 있어도, 푸른 장미는 없는 ‘이유’다. 장미는 사랑과 아름다움, 환희의 상징이다...
2025.06.04 14:28‘천하우락재선거(天下憂樂在選擧)’. 세상의 모든 걱정과 기쁨은 올바른 선택에 달렸다는 뜻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최한기가 남긴 이 말은, 오늘 우리가 목격한 대통령 선거 결과를 되새기기에 더없이 적절한 문장이다. 유례없는 국정 공백 속에서 치러진 이번 조기 대선은 단지 권력 교체를 넘어, 공동체 전체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국민적 의지의 표현이었다. 오늘의 선택은 곧 대한민국이 위기 앞에서 내딛는 첫걸음이자, 역사에 남을 이정표가 됐다. 이번 대선은 그 자체로 여러 상징을 품었다. 정치에 대한 실망과 무관심, 갈라진 여...
2025.06.03 21:07지구촌 곳곳이 ‘기후 위플래시(hydroclimate whiplash)’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말로 ‘hydroclimate’는 수중기후, ‘whiplash’는 채찍질을 뜻하는 데, 학계에서 극단적인 기후현상을 표현할 때 쓰는 용어다. 말 그대로 ‘기후로 채찍질을 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자면 기후 변화로 인해 극심한 무더위와 가뭄이 지속되다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거나, 홍수가 발생한 후에 곧바로 가뭄이 찾아오는 현상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위스의 한 산간마을을 대규모 산사태가 덮쳐 마을의 90%가 매몰되는 끔찍...
2025.06.02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