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환 취재2부 선임부장 |
연주 근처의 서주는 그 지세가 험한 요충지인 데다가 각종 산물이 풍부해서 조조는 진작부터 이 지방을 손에 넣고 싶어 했다. 그러나 서주를 지키는 도겸이라는 인물이 워낙 인심을 얻고 있는지라 한 차례 전투를 벌여보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 뒤 도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조조는 곧 서주를 공격하려고 했다. 이때 조조의 모사 순욱이 반대하고 나섰다.
“연주 땅은 우리가 아직 기반을 잡지 못한 곳인 데다가 여포도 기회를 엿보고 있는 곳입니다. 우리가 군대를 동원하여 서주를 공격하면 내부가 텅 비게 되고, 그때 여포의 공격을 받으면 큰일입니다. 서주 공략이 만에 하나 실패로 돌아가는 날에는 우리는 어디로 간단 말입니까?”
순욱은 다음과 같이 상황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함께 제시했다.
“지금 도겸이 죽었다고는 하나, 우리가 이미 그쪽과 한 번 겨뤄 봤기 때문에 그쪽 부장들은 우리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습격에 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분명 ‘견벽청야(堅壁淸野)’의 전법으로 우리를 상대할 것입니다. 만약 공격하여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논밭의 식량도 거두지 못한다면 대단히 위험한 처지에 빠질 것이 뻔합니다.” 조조는 순욱의 분석을 듣고 일리가 있다고 판단, 서주 공격을 유보했다. 이후 군량미를 충분히 확보하고 서주를 공격하여 마침내 승리를 거머쥐었다.
‘견벽청야’는 철저한 전쟁 대응 사자성어다. 청야의 한자는 맑을 청(淸)과 들 야(野)로서 깨끗이 싹 비워버린 들판을 의미한다. 일종의 초토화 전술로도 볼 수 있다. 이 전술은 적에게 자원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적의 전진을 어렵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새 정부 첫 인사를 발표하며 “지금 용산 사무실로 왔는데,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 필기도구 제공해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고. 황당무계하다”고 말했다.
전임 윤석열 정부가 파견근무하던 공무원들을 모두 원대복귀 시키고 최소한의 사무용품도 싹 치워버려 새 정부 첫날부터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비판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전 정부의 견벽청야 작전이 펼쳐진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장면이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으로 온 국민들에게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을 준 윤석열 정부는 끝까지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 작정이었을까.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새 정부와 국민들의 힘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