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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이 ‘기후 위플래시(hydroclimate whiplash)’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말로 ‘hydroclimate’는 수중기후, ‘whiplash’는 채찍질을 뜻하는 데, 학계에서 극단적인 기후현상을 표현할 때 쓰는 용어다. 말 그대로 ‘기후로 채찍질을 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자면 기후 변화로 인해 극심한 무더위와 가뭄이 지속되다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거나, 홍수가 발생한 후에 곧바로 가뭄이 찾아오는 현상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위스의 한 산간마을을 대규모 산사태가 덮쳐 마을의 90%가 매몰되는 끔찍...
2025.06.02 17:37“라면 국물만 먹어도 광우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성장 이상과 생식기능 저하를 겪을 수 있습니다.” 2008년 대한민국은 미국산 소고기와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온 사회를 지배했다. 라면 스프에 흔히 사용되는 소고기 분말을 놓고도 ‘미국산’과 ‘광우병’이라는 키워드가 따라붙었다. 특정 라면업체에는 ‘광우병에 걸린 소뼈를 갈아 넣어 스프를 만든다’는 괴담까지 퍼지며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움직임까지 일어났다. 관련 식품업계를 휘청이게 할 정도의 파동이었지만, 지난해 국내 수입육 시장의 미국산 소고기 점유율은 48.1%로 당시의 공포는...
2025.06.01 17:15“어화 조물주의 솜씨 야단스럽고 야단스럽다/저 수많은 봉우리들 나는 듯 뛰는 듯 하고/우뚝 서 있으면서 솟은 듯도 하니, 참으로 장관이로다….” 1580년 송강 정철이 지은 ‘관동별곡’은 웅장하고 화려한 문체가 돋보이는 대표적인 가사 문학이다. 임진왜란 시기, 수많은 당쟁에 휩싸였던 송강. 그 해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하면서 실로 오랫만에 당쟁에서 벗어난 그는 내금강에서 비로봉을 거쳐 해금강과 동해의 해돋이를 둘러본 뒤 금강산의 아름다운 절경들을 생동감 넘치는 시로 그려냈다. 기괴한 산수와 미려한 풍경, 장엄한 대자연을 노래한 시어들...
2025.05.29 17:22광주시와 지역 대학이 손을 맞잡았다. 인구 감소, 청년 유출, 수도권 집중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교육’을 통해 풀어보겠다는 각오다. 이름하여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이다. 지난 5월 27일, 광주광역시청에서 광주시와 17개 대학은 ‘라이즈(RISE) 사업 협약식’을 맺고 본격 실행에 돌입했다. 한마디로 이 사업은 ‘지역이 키우는 대학, 대학이 살리는 지역’을 목표로 한다. 많이 들어본 말이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다. 단순한 대학 지원이 아닌, 대학을 중심에 두고 지역 전체를 다시 짜겠다는 시도다. 학령인구 ...
2025.05.28 14:58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군의 개입으로 세 차례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1961년 5·16 쿠데타, 1979년 12·12 군사반란, 그리고 2024년 12·3 비상계엄 시도. 이 세 사건 모두 육군사관학교 출신 인사들이 중심에 있었다. 총을 앞세운 정치 개입은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국민 주권을 위협했다. 군의 권력화를 제도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결과였다. 현재 국방부 장관은 법적으로 평시 군령권을 갖고 있다. 전역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장성이 장관으로 취임해 실질적 작전권까지 행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역대 50명의 장관 중...
2025.05.27 17:29“국민은 헌정사에서 군의 정치개입을 반복하지 않고자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헌법에 명시했지만, 국군통수권자인 피청구인이 정치적 목적으로 권한을 남용해 군인들이 또다시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언급했던 이 문장은 지난 80년간 5·16, 12·12 군사반란에 이어 12·3 계엄으로 이어진 사태의 중심엔 군이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1945년 광복 이래 군은 호국의 방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도 했지만 정치권력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국가와 국민을 상대로...
2025.05.26 17:19대한민국 최초의 민주적 방식을 통한 공직자 선출은 1948년 5월10일에 있었던 제헌국회의원 선거다. 이 제헌국회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무려 95.5% 였으며 강원도의 경우 98.2%라는 압도적인 투표율을 기록했었다. 유엔 감시하에 치러졌으며,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이뤄진 선거이자 남녀 모두가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투표권이 제공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뒤이어 1948년 7월20일에는 초대 대통령 및 부통령 선거가 있었다. 직선제는 아니고 간선제였다. 최초의 대선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지방선거는 ...
2025.05.26 10:00“걷기를 통해 마음을 정리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혔다.” 배우와 작가, 감독으로 유명한 만능 엔터테이너 하정우에게 걷기는 ‘자신을 위로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평균 하루 3만 보, 많을 때는 10만 보까지 걷는다는 그는 걷기를 ‘두 발로 하는 기도’라고 말한다. 건강한 두 다리로 세상을 누비고, 그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들은 하정우에게 지속가능한 삶을 가져다 준 동력이다.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는 기나긴 여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깨달음을 얻는 것도 걷기가 있어 가능했다. ‘내가 길을 걷는 게 아니...
2025.05.22 16:56고대 아테네에는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지배자가 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정치인을 추방하는 ‘도편추방제’가 있었다. 시민들은 해마다 투표를 통해 도편추방제를 실시할 것임을 정했으며, 추방이 결정되면 깨진 도자기 조각에 해당 정치인의 이름을 적어 그를 10년간 도시 밖으로 내쫓았다. 누구보다 ‘공정한 사람’으로 불렸던 아리스테이데스도 이를 피할 수는 없었다. 어느 날 길을 걷던 아리스테이데스에게 한 시골 사람이 도자기 조각을 내밀어 이름을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누구 이름을 적어야 할지 묻는 아르스테이데스에게 시골 사람은 ‘아리스테...
2025.05.21 16:37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첫 소송은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1954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한 개인 흡연자가 폐암 진단을 받고 “담배 때문에 병들었다”며 법정에 섰다. 하지만 법정은 냉정했다. 의학적 증거는 부족했고, 흡연과 질병 사이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았다. 기업의 방어 논리는 강했고, 소송 비용은 천문학적이었다. “흡연은 당신의 선택”이라는 말 앞에서 피해자의 진실은 늘 뒤로 밀렸다. 그로부터 40년, 흡연자들은 번번이 졌고, 담배회사는 승소를 거듭했다. 1994년, 미시시피주가 움직였다. 처음으로 주정부가 담배로 인한 건...
2025.05.20 13:53‘새옹지마(塞翁之馬)’는 인생의 길흉화복이 항상 바뀌어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고사성어다. 이는 중국 고전 ‘회남자’의 ‘인간훈’ 편에서 유래됐다. 변방에 살던 한 노인이 기르던 말이 도망가자 마을 사람들이 위로했지만, 노인은 “이것이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라며 낙심하지 않았다. 몇 달 후, 말은 다른 준마를 데리고 돌아왔고, 마을 사람들은 축하했지만 노인은 다시 “이것이 화가 될지 누가 알겠소?”라며 기뻐하지 않았다. 이후 노인의 아들이 그 말을 타다가 다리가 부러졌지만, 이 일로 인해 전쟁에서 징집되지 않아...
2025.05.19 18:03시인, 노래하는 투사, 사회비평가, 생명운동가…. 음유가객 정태춘에게는 따라붙는 수식어들이 참 많다. 그러나 정태춘은 분명 대중가수다. 1978년 1집 앨범 ‘시인의 마을’을 내면서부터 줄창 노래를 했다. 세 살 연하의 아내 박은옥과 함께 무대에 선 세월만 50년이다. 그가 앨범을 열세번이나 내는 동안 크게 히트한 곡들도 많다. ‘떠나가는 배’, ‘북한강에서’, ‘서해바다’, ‘촛불’, ‘에고 도솔천아’ 등은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곡들이다. 정태춘의 노랫말은 하나하나 산문에 가깝다. 음색도, 창법도 이채롭다. 때...
2025.05.18 16:18“모든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한글만큼 ‘떼뚬’의 문자표기에 적합한 글자는 없을 것이다.” 지난 2004년 동티모르 국립대 이은택 교수가 동티모르 정부에 ‘떼뚬’의 표기를 한글로 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떼뚬’은 동티모르의 고유한 언어. 하지만 이를 적을 문자가 없어 동티모르는 알파벳을 사용하고 있었고, 알파벳의 한계로 이를 대신할 글자를 찾고 있었다. 이른바 ‘떼뚬-훈민정음 연결 프로젝트’ 였다. 그 해 동티모르 대통령의 부인 커스티 구스마오씨와 호세 라모스 호르타 외무장관이 한국을 찾기도 했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떼뚬...
2025.05.15 16:25누가 리더(지도자)인가. 어떤 자질을 가졌는가. 변함없이 존경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6·3대선을 앞두고 문뜩 떠오른 질문이다. 역대 위대한 지도자들은 공통점이 있다. 재임때나 사후에도 존경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념이나 지역, 세대, 계층을 떠나 국민은 물론 세계시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있다. 그들의 업적 뒤에는 뛰어난 리더십이 있다. 상대를 포용하고, 소통, 공감하는 능력이다. 관대함과 검소함, 화합하고 타협할 줄 아는 협치의 기술을 가졌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타협의 달인이었다. 노예제 폐지가 그냥 ...
2025.05.14 14:33혁명은 총칼로 시작되지만, 기억은 문학과 문화로 살아남는다. 1789년 프랑스혁명이 낳은 수많은 기록 중, 가장 오래 남은 목소리는 법령도, 정치 문서도 아닌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다. 장발장과 가브로슈의 서사는 단순한 허구를 넘어, 억압받는 민중의 고통과 인간 존엄, 저항의 윤리를 상징하는 존재로 남았다. 위고는 파리 봉기와 혁명의 폐허 속에서 ‘기억의 윤리’를 문학으로 엮었다. 가브로슈가 쓰러진 길목은 그 어떤 전승기념물보다 강한 상징이 됐고, 프랑스 시민들은 문학 속 인물을 통해 자신들의 역사와 마주할 수 있었다. ...
2025.05.13 1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