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이세돌 9단과 구글의 딥마인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보여준 세기의 대결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사용자가 설정해 놓은 방향에 따라 기계적으로 데이터를 내놓는 수준으로만 넘겨짚었던 AI의 실체를 마주한 순간이었고, 공상영화 속 인류를 능가하는 AI의 출현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하게 한 계기가 돼서다. 당시 뜨거웠던 세간의 관심은 최근 NHN의 바둑 AI '한돌'과 이세돌 9단의 대결을 통해 다시금 재현되고 있다. 승패를 떠나, '국산 AI'라는 수식을 달고 등장한 한돌은 국내 AI 기술력의 성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김정대 기자2019.12.19 18:47"지금도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자기만의 방을 찾아 전전한다." -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는 소설 '자기만의 방'에서 인생 대부분을 집 안에서 보내지만 자기만의 공간을 가질 수 없었던, '그림자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대변했다. 사회적 약자였던 당대 그리고 후대 여성들에게 버지니아 울프는 페미니즘의 상징이 됐다. 2019년 대한민국은 유독 페미니즘의 메시지로 가득 찼다. '무엇이 페미니즘인가'에 대한 논란은 진행형이지만, 침묵을 강요당한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한 발자국 앞으로 ...
양가람 기자2019.12.10 14:55요양병원이 들썩인다. 암환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무전퇴원, 유전입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건강보험 요양급여 규칙 개정이 원인이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 환자가 진료비를 전부내면 심사 후 몇 달 뒤에나 돌려주겠다는 모진 제도 탓이다. 월 30만원씩 하던 항암 치료비가 하루아침에 600만원이 됐다. 돌려받는데 세달 씩이나 걸린다고 하니 1800여만원을 걸어둬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차라리 요양병원을 떠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돈 없는 암환자들을 보호하겠다며 만든 정책이 거꾸로 암환자들을 거리로 내...
김진영 기자2019.12.04 16:53지난 4월 '강원 산불'을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산불 확산 원인으로 꼽히는 '양강지풍(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부는 바람)'은 '불을 몰고 온다'고 해서 붙은 화풍(火風)이라는 별칭처럼 최대 순간풍속 초속 35.6m로 인근 야산을 순식간에 덮쳤다. 설상가상으로 불똥이 수백 m씩 날아가 옮겨붙는 비화(飛火) 현상까지 겹치면서, 신고 접수 10여 분 만에 진화 장비와 인력이 투입됐음에도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속초 도심과 해안으로까지 번졌고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까지 내려졌다. 정부와 지자체, 소방당국과 국민의 협...
오선우 기자2019.12.05 13:32"차라리 대인예술시장이 빈 점포가 많았던 때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시장은 조용하겠지만 채워질 수 있는 것들이 많고 발전가능성이 높은 그 때를 우리 작가들은 많이 그리워해요."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가 시작될 즈음 시장에 입주했으나 현재는 창작 공간을 옮긴 지역의 유명 작가 A씨는 작가와 상인이 조화를 이뤘던 '전성기'로 돌아가기 위한 방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을 쉬며 이처럼 말했다. 문화와 예술로 소비자들을 유인했던 대인예술시장이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장에 상주했던 작가들이 2013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100명이 넘게 시장에서 활동했던 작가들이 현재 다섯 명이 됐다. 벽화도 그리고, 상인들과 함께 문화 퍼포먼스를 했던 입주 작가들은 시장을 거의 떠났다. 국비와 시비 예산에서 차지하던 예술가 지원과 작가와 상인의 ...
최황지 기자2019.11.27 17:15전 세계 곳곳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11월25일, UN이 정한 '국제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프랑스 파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시민들은 이른바 '페미사이드(Femicide·여성 살해)' 희생자들을 기리는 보라색 푯말과 깃발을 들고 행진을 벌였다. 국제 여성폭력 추방의 날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세 자매가 독재에 항거하다 숨진 사건을 시초로 라틴 아메리카 여성 협회가 지정, 이후 세계 각국에서 이를 기념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매년 11월25일부터 12월1일까지를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여성 폭력 예방 활동...
곽지혜 기자2019.11.25 16:35광주 군 공항의 전남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시·도 간 '불통'으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3년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따라 본격화된 광주 군 공항 이전사업은 2016년 국방부로부터 이전 타당성 평가 결과 '적정' 통보를 받아 국정과제에 반영됐지만, 이전 대상지인 전남도와 해당 지역 지자체들의 반대 여론에 부딪혀 3년째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 절차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방지 및 피해보상에 관한 법률안'(군 공항 소음보상법)이 통과되면서 군...
김정대 기자2019.11.13 18:47"사실 진짜 굶은 애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리고 영특한 애들은 언제 어디서 뭘 고르면 되는지 판단해서 카드도 효율적으로 잘 써요." 처음 저 말을 들었을 땐, 취재 방향을 잘못 잡은 줄 알았다. 그럼 여전히 배고픈 아이들의 소식은 어디서 들려오는 것인가. 사람 붐비는 점심시간, 꿈자람카드를 내밀었다가 식당 주인한테 눈칫밥을 얻어먹고 온 아이가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식당에서 가장 싼 음식을 주문했지만, 그날 아이가 삼킨 건 주인의 눈총과 창피함 그리고 서러움이었다. 9월 기준으로 광주 지역 결식아동 수는 1만6000여명, 꿈자...
양가람 기자2019.11.04 10:57폐쇄된 공간 속 어두운 조명 아래, 목을 조르듯 줄어드는 시간에 수많은 방해물과 속임수까지. 단 한 번의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 이곳에서 플레이어는 탈출하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인 '방탈출카페'의 테마다. 게임과 영화 등의 소재로 심심찮게 쓰이는 방탈출은 언제부턴가 시민들도 현실에서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오락 소재가 됐다. 그러나 만일 방탈출카페에 들어간 상태에서 화재나 정전 등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게임은 그대로 현실이 되고 만다. 탈출구가 없는 채로. 생긴 지 얼마 안 된 방탈출카...
오선우 기자2019.10.28 17:18고속도로에 설치된 투명 방음벽에 날아다니는 새가 부딪혀 목숨을 잃는 일이 잦다. 새는 투명벽 너머의 하늘을 향해 비행하다 인간이 구축한 경계선 앞에 고꾸라진다. 지난 3월 발표한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건물 유리창과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조류는 한 해 800만 마리다. 광주·전남 고속도로도 예외는 아니었다. 화순과 순천 방면 고속도로도 꿩과 물총새 등의 폐사체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견되고 있다. 이에 최근 순천시는 투명 유리창에 새가 '장애물'이라고 인식할 수 있게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를 일부 고속도로 투명벽에 붙였다. 창의적...
최황지 기자2019.10.23 17:04지난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돌연 장관직을 사퇴했다. 장관에 임명되고 35일만이다. 조 전 장관이 재임한 기간에 한 일은 지난 8일과 14일 두 차례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것이었다. 반면 한 달이 넘도록 조 전 장관과 그 일가에 관한 여러 의혹과 검찰의 권력 남용 문제는 우리의 속을 몇 번이고 뒤집었다. 그야말로 이 기간 대한민국은 '조국'으로 뒤덮였다. 특히 검찰이 조 전 장관의 자택을 11시간 압수수색하는 도중 배달 음식을 시켜먹고 조 전 장관의 딸의 중학생 시절 일기장까지 가져가려했다는 것 등이 알려지면서 검찰개혁을 요구...
이한나 기자2019.10.15 19:25지난 8일 대전에서 열린 광주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광주시 민간공원 특례사업 관련 의혹이 재차 불거지면서 10일 김석웅 광주시 환경생태국장이 갑작스런 해명 기자회견을 가졌다. 민간공원 특례사업 의혹은 지난해 11월 민간공원 2단계 사업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전후로 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불거졌다. 시가 선제적으로 펼친 감사에서 오류가 발견됐고, 이를 바로 잡으려다보니 우선협상대상자가 바뀌었다는 게 주 내용이다. 여기에 감사에 대한 고위 공직자의 부당한 압력, 재평가와 관련된 위임 주체 등의 의혹이 시중에...
김정대 기자2019.10.10 19:12"지체, 말 그대로 뒤처지는 걸 의미합니다. 그들은 본인 만의 속도로 가고 있는데, 정신 지체라는 표현이 맞는 걸까요?" 지난 24일 산수문화마당에서 동구 인문강좌가 열렸다. 김예원 장애인 인권 전문 변호사가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 사는 법'을 주제로 의미있는 강연을 했다. 한 시간 남짓한 강연 동안 여러 번 충격에 빠졌다. 사회적 소수자들 앞에 놓인 벽의 두께에, 그 벽이 혐오라는 벽돌로 층층이 쌓여 쉽게 허물어지지 못할 것 같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인권 감수성이 이렇게 무뎠던가' 하는 자괴감이 크게 다가왔다. 이...
양가람 기자2019.09.30 11:29'나고야의 바보들'이 23일 광주를 찾았다. 한손에는 조선인 1만명의 강제징용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들고 왔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나고야 소송지원회)'을 이끌고 있는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 이야기다. 사실 그의 방문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을 상대로 싸움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30년이 넘었으니 그럴 만도하다. 그가 이끄는 '나고야 소송지원회'의 역사도 20년, 미쓰비시 본사에서 집회를 연지도 10년이 흘렀다. 일부 피해 할머니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생존 할머니들 역시...
김진영 기자2019.09.25 13:07광주시교육청의 스쿨미투 강경대응을 다뤘던 지난 보도(2019년 9월 16일자 1·4면, 17·18일자 4면)를 두고 시교육청 내부에서는 "교육적 사태의 핵심은 학생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라며 "울음이 성숙하지 않다고 나무라는 것은 위선이다"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부탁하건대 논점을 흐리지 말라. 해당 보도는 직위해제, 해임 징계 등 한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결정할 때 시교육청이 그 근거가 되는 사실관계 확인을 얼마나 성실히 수행했는지, 또 그 과정에서 교사의 기본권이 훼손되고 학생들이 피해를 받는 경우는 없...
이한나 기자2019.09.23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