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전 황금사자상 수상작 아드리안 파이퍼의 작품. Adrian Piper Research Archive Foundation Berlin 홈페이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최근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후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문화예술계도 #BLM 운동에 대한 지지와 공권력 남용에 희생된 고인을 추모하는 캠페인에 동참하고 나섰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역사는 6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발화된 블랙파워(black power) 운동은 페미니즘과 동성애 권리 등 일련의 해방운동과 맞물려 기존 제도권에 균열을 일으켰다. 당시 미술계에서도 순수성과 배타성, 엘리트주의로 대변되는 백인 남성...
편집에디터2020.07.05 14:17광주폴리IV '무등의 빛', 광주비엔날레 광주폴리부 제공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도시가 창조해내는 감성과 미감을 포착하는 것이야말로 현대 예술가의 과제로 보았다. 벤야민은 19세기 자본주의 상징인 파리의 '도시 산책자'가 되어 아케이드, 패션, 박람회, 거리 등의 단상을 담은 필생의 역작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집대성했다. 화려하고 세련된 감각을 지닌 파리는 벤야민에게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도시는 일상적 혁명과 상호작용의 실천 장소이자 역동성에 기반한 창조적 잉여를 지닌 곳이며, 예술의 미래는 도시적인 것에 있다"라고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가 말했듯이, 21세기 도시가 지닌 가능성과 잠재력, 부가가치는 무한하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문화예술의 경제적 파급력이 부각되면서 세계 각 도시들은 정체성을 살린 미술...
편집에디터2020.06.21 17:16니키 리 '히스패닉 프로젝트(1998)' 레슬리 통크나우 갤러리 홈페이지 마흔이 되니 사춘기 마냥 실존론적 고민이 생긴다. 어떠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이건만, 세파에 이러 저리 표류하는 것은 여전하다. 오늘날 시대는 또 어떤가?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의 '액체근대', 파울 크뤼첸(Paul J. Crutzen)의 '인류세'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규정하려는 움직임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사회는 변화에 직면해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유동적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동시에 도처에 존재하기'라는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의 생존 전략이 공감이 간다. 정착적인 부동 재화는 최소한으로 하되, 아이디어와 경험, 지식 등 유목적인 재화는 최대한으로 소유하기를 권한다. 즉 소유가 아닌 존재를 지향하며, 하나의 정체성으로 만족하지 않고 ...
편집에디터2020.06.07 16:33수잔 레이시 ' 속삭임, 물결, 바람'(1983-1984) 수잔 레이시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엄마들 사이에선 '돌밥'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단다. 돌아서면 밥 차린다는 뜻이다. 그만큼 가사 노동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과도 같고, 그 긴 여정은 여전히 여성의 몫인 듯하다. 그런데 미국 여성들의 상황도 한국과 다르지 않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면서 미국 여성들이 가사와 육아 부담이 커졌다는 기사를 보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집안 일이 여성에게 편중된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성차별적 사회 구조를 비판하고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페미니즘은 1970년대 초 미국 등지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수년 천 동안 인류 역사가 지속되면서도 그 절반을 차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게 불과 50년 전의 일이라니…. 미술계도 그 거대한 흐...
편집에디터2020.05.24 16:32프리다 칼로 '프리다와 디에고 리베라'. 1931, '프리다 칼로와 나혜석, 그리고 까미유 끌로델' 책 발췌 "부부는 뭐였을까? 함께 한 시간들은 뭐였으며 그토록 서로를 잔인하게 몰아붙인 건 뭐였을까?" 불륜을 저지른 남편에게 복수한 후의 지선우(김희애 분) 내레이션이다. '부부의 세계' 드라마의 인기가 뜨겁다. 불륜이라는 식상한 소재로 위선과 질투, 분노, 불안, 애증 등 부부 밑바닥 실체를 심리극처럼 파헤치고 있어서다. 과연 부부는 무엇일까?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의 '합류적 사랑'처럼 남녀 간 감정이 '기부 앤 테이크'가 되어야 하는데 사랑은 비대칭적이다. 논리적이지도 않다. 모든 인간관계 간 갈등도 애정의 질량이 동일하지 못한 데서 출발하는 건 아닐까? 지지고 볶는 일상적 부부 뿐 아니라 '예술가 부부의 세계' 또한 지선우(김희애 분)의 말...
편집에디터2020.05.10 15:50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사이코' 중 한장면. 영화 캡쳐 최근 고전 영화를 다시 보는 재미에 빠져있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중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의 영화는 단연 압권이다. 꿈의 무대로 불리 우는 오스카 4관왕 주인공 봉준호 감독이 다수 인터뷰와 자서전에서 경의를 표할만 하다. 봉준호 감독은 7살 때부터 히치콕의 열성팬이었고, 여전히 그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행복하다며 깊은 '팬심'을 한 매체에서 드러낸 바 있다. 이처럼 히치콕은 동시대 영화계를 이끌고 있는, 한 때 '씨네키즈'였던 많은 이들에게 오마주의 대상이자 창조적 미감(美感)의 원천이 되고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스릴러의 거장, 서스펜스의 대가로 유명하다. '사이코'(1960), '새'(1963), '이창'(1954), '현기증'(1958), '북북서로 진...
편집에디터2020.04.19 15:38클로드 모네 '인상, 해돋이(1872)' 마르모탕 미술관 제공 제 13회 2020광주비엔날레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 3대 비엔날레 중 하나인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25년 간 최첨단 현대미술 흐름과 경향을 선보이며 광주 지역 뿐 아니라 국내 미술계의 예술적 저변을 넓혀 왔다. 반면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난해하다는 비판적인 평가 또한 만만치 않았다. 현대미술의 난해함은 낯섦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자주 보고, 자주 읽고, 자주 접해보면 현대미술이 어느새 친숙해지지 않을까? 본보에서는 제13회 광주비엔날레를 앞두고 전문가 칼럼을 통해 현대미술과 보다 친해지는 자리를 마련했다. 현대미술의 기원과 현상들, 주요 작품들을 격주에 한 차례 만나보면서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현대미술의 효용성을 체험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개인의 삶이나 사회나 변화의 지점이 있다. ...
편집에디터2020.04.05 1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