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이승현> 구멍은 헤아리지 않고 자루만 끼워 넣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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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이승현> 구멍은 헤아리지 않고 자루만 끼워 넣는가
이승현 강진 백운동 원림 동주
  • 입력 : 2023. 03.29(수) 16:33
이승현 동주
요즘 윤석열 정권에 대한 세간의 우려와 걱정이 크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는 문제, 경찰국 신설, 이명박 등 국사범 사면, MBC 보도사건, 이태원 참사, 근로 시간 개편, 일본과의 외교 등 국정운영의 3대 축인 정책, 인사, 소통이 대다수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해 연전연패다.

대통령만 너무 애쓴다. 선거 때 은혜 입은 식구조차 내던지고, 가족 연루사건엔 법(法)을 달리하니 이제 뭘 해도 국민들이 신뢰를 얻기 어렵게 됐다. 이것은 정권의 실패, 국민과 나라의 실패로 이어지니 시골구석의 촌부라 해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책의 설계자는 모든 국민의 희망 설계자인데 자기편 사람들의 혜택만을 설계하는 사람들로 기용한다. 이러한 인사 문제는 대다수 국민들의 걱정을 넘어 국정 실패의 조짐을 보는 것 같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리는 애완형이거나 사냥형 인사로 채워지고 있는데 마치 ‘삽이든 도끼든 호미든 용도와 구멍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자루를 억지로 꿰맞추는 꼴’이다.

정치 경험이 없어 국정 장악이 불안하고 수십년 묵은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세상 사람들이 보기엔 오히려 부정부패를 만들어 내는 인사들이 많다. 이들은 마치 쇠파리처럼 음식의 기미를 쫓고 냄새를 찾아 찾아가지 않은 곳이 없으며 연회와 술상 앞에 진을 치고 떼를 지어 삽시간에 모여들기를 직업처럼 하는 사람들이다 .

진나라 때 이사(李斯)라는 사람은 진시황제가 진나라 사람만을 관리로 쓰고 타국 출신을 쫓아내려 하자 간진왕축객서(諫溱王逐客書)를 지어 반대했다.

“신이 듣기를 다른 나라 인사들을 쫓아낼 것을 의논한다는데, 제 생각으로는 잘못된 일입니다. 진나라 목공은 우나라에서 백리해를, 송나라에서 건숙을 데려와서 천리의 땅을 얻었는데 이들은 모두 진나라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효공은 위나라 사람인 상앙의 법을 채용해 풍속을 바로 잡아 백성을 잘살게 했고 혜왕은 위나라 사람 장의를 데려와 파촉과 한중의 땅을 합병했으며 소왕은 위나라 사람 범저를 데려와 진나라가 제왕의 대업을 이루게 했습니다. 만약에 앞선 임금들이 다른 나라 인재들을 등용하지 않았다면 진나라가 강성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곤산의 옥을 가져오시고, 명월의 구슬로 장식하고, 태아의 칼을 차고, 섬리의 말을 타고 계시는데 이 모두 진나라에서는 하나도 나지 않은 보배들입니다. 마음을 기쁘게 하고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는 것들이 모두 진나라 것이 아닙니다. 지금 사람을 쓰는 데 찬성과 반대를 묻지 않고, 옳고 그름도 따지지 않고, 진나라 출신이 아니면 물리치고 다른 나라 인사면 다 내쫓겠다는 것이니 그렇다면 중히 여기는 것은 여색과 음악과 구슬과 옥 같은 것들이고, 가벼이 여기는 것은 사람들이라는 셈이 됩니다. 태산은 작은 흙덩이도 사양하지 않기에 그처럼 거대해질 수가 있는 것이고(太山不辭土壤), 황하와 바다는 가는 물줄기도 가리지 않기에 물이 깊어질 수가 있는 것(河海不擇細流)입니다. 지금 백성들을 버리고, 다른 나라 인사들을 물리치는 것은 적국의 자산이 되게 하고 적에게 무기를 빌려주는 것이며 도둑에게 양식을 대 주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이렇게 한다면 나라가 위태롭지 않기를 바라도 그렇게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였지만 정치적 비판을 막기 위해 학자들의 책을 불 지르고(焚書) 생각이 같지 않은 유생들을 산채로 묻어버리며(坑儒), 아방궁과 불로초를 구하는 폭정으로 결국 반란이 일어나 2대 황제인 아들 대에 멸망했다.

집권한 지 1년, 보수천하를 통일했다는 목사 진시황이 등장하는가 하면 정권이 하는 일을 보면 오늘만 있고 내일이 없는 것 같다. 생각이 다른 이들을 걸러내 축객(逐客)을 일삼고 요직은 검객(劍客)들로 병풍을 친다. 송나라 인종 때 구양수(歐陽修)는 붕당론(朋黨論)에서 “대체로 군자는 도의가 같아서 붕당을 이루며, 소인은 이익이 같아서 붕당을 결성한다. 그들이 이익이 일치할 땐 잠시 붕당에 끌어들여 벗으로 삼지만 이익을 보면 서로 쟁취하려 다투고 이익이 다하면 오히려 서로 해치려 하니 비록 형제 친척이라도 서로 보호하려 하지 않습니다”고 했는데 지금의 상황이 그렇다.

검찰 세력은 소인들의 붕당이 되어가고 기린이나 봉황 같은 인재들을 고삐로 얽어매어 개나 닭으로 만들어버리니 서로 짓는 소리로 요란하다. 푸성귀만 먹어도 노래할 수 있고, 무명옷을 입어도 결백함을 간직한 인재들이 많은데 그들은 윤핵관만 장수로, 나머지 모두는 졸개로 생각하는 것 같다.

호남에서 생산한 쌀과 채소를 먹고 술과 고기로 잔치하면서도 정신과 사람은 쓸모없다 하니 어쩌다 소인들의 붕당에 나라의 운명을 맡기게 됐는가 한탄한다. 윤핵관 무리는 반대편 사람들을 핍박하고 국민들이 69시간 일하다 ‘땅 위에 던져져 눈만 껌벅이며 발광하는 물고기’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모양이지만 반대쪽에서는 현 정권이 ‘그릇이 기울어져 아직 땅 위에 떨어져 깨지지 않았을 뿐’인 것처럼 몹시도 위태롭게 보인다.

스스로 무장해제하고 일본에 한 것처럼 야당과 대화하고 고물가에, 대출에 고달픈 국민들 보듬는 일에 진력해야 나라가 평안할 텐데 왜 이렇게 하는 것일까? 천 년 전 사람의 글(古文眞寶後集)을 빌려 교훈으로 새기라고 하자니 안타깝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하는 짓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지 불가사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