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참사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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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가습기 살균제 참사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역 피해자 221명 중 57명 사망
피해구제법에도 병원비 일부만
  • 입력 : 2023. 11.08(수) 18:33
  •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
8일 광주 동구 계림동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 가습기 살균제 광주·전남 피해자들이 모여 병세를 설명하고 있다. 김혜인 기자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죽어가고 있어요.”

가습기 살균제 광주·전남 피해자들이 모여 가해기업을 향해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국민적 관심을 촉구했다.

8일 광주 동구 계림동의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 모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투병과 간병으로 무너진 삶을 회상하고 있었다.

12년동안 간병생활 후 지난 2020년 아내를 떠나보냈던 김태종(68)씨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아내를 간병하면서 모든게 무너졌다. 같이 운영하던 학원을 접고 생계전선에 뛰어들어야했다. 아들의 뒷바라지 조차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내가 사준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숨조차 쉬기 어려워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폐가 망가져버린 김승환(47)씨 또한 6년 전 폐 이식을 통해 겨우 생명을 부지하고 있었다. 김씨는 “1년 열두달 마스크를 쓰고 살아왔다. 조금만 오래 걷거나 서있어도 숨이 가빠진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며 “가습기 살균제 하나 때문에 직장도 가정도 잃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피해자들을 위한 피해구제법이 시행됐지만 피해자들은 “배상의 길은 아직”이라고 호소했다. 지금까지 지급받은 돈은 병원비 일부와 요양수당 몇 푼 정도였다. 가습기 살균제를 가장 많이 제조·유통한 옥시, 애경산업 등은 “9개 기업이 약 9000억 원의 배상금을 각각 나눠서 배상하자”는 조정안에 대해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 측에서 조정안을 끝으로 더이상의 추가 피해보상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주장하면서 결렬됐다.

김씨는 “폐를 이식 받았지만 부작용이나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으면 또 다시 폐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조정안을 수용해 배상을 받는다할지라도 나중에 또 폐를 이식받을 일이 생겼을 때 어디에서도 구제받을 수 없게 된다”며 “하루빨리 기업들이 책임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배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전남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현재 광주·전남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신고자 중 피해구제법 인정자는 221명으로 이중 57명이 사망했으며 현재까지 164명이 생존해있다. 중증인 폐암환자는 총 12명으로 이중 10명은 사망했다.

지난 2011년 세상에 알려진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전국적으로 사용자와 피해자가 많아 판매 금지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피해신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까지 폐암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질환으로 인정되지 않았으나 지난 9월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노출에 따른 폐암 사망자 1명에 대해 처음으로 피해 인정을 의결함에 따라 피해 인정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