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광주비엔날레 전시 기간이 한달도 남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열리게 된 이번 비엔날레는 외부전시관과 국가별 부록전시인 파빌리온 등이 역대 최대규모로 구성되는 등 많은 기대 속에 순항했다. 지난 13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전시장을 찾았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부부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콩고민주공화군 주한 대사 부부 등 유명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진 것은 꽤 고무적인 일이다. 순항 속에서도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소수자, 원주민 등 제3세계를 집중 조명한 만큼 이슈몰이나 대중성은 부족했다...
2023.06.15 12:21“민주주의의 상징이 된 그 분들이 제가 다니는 학교를 다니셨다는 사실이 되게 자랑스러워요. 선배님들처럼 저도 정의롭고 용기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모교 선배인 이한열 열사와 김부열 열사를 언급하는 학생 A군의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지난 2019년, 지금은 고인이 된 전두환씨가 재판 출석 차 광주지법에 왔다. 당시 광주 동산초에 다니던 A군은 친구들과 함께 학교 복도로 나와 재판에 출석하는 전씨를 향해 ‘전두환은 물러가라’를 외쳤다. 해당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큰 화제가 됐는데, 특히 동산초가 6월 항쟁에 참여한 이한...
2023.06.12 17:03최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광주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모두 무안으로 이전해야 한다며 전남도민을 향해 큰절을 했다. 도민을 향한 메시지라고 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무안군민들의 이해와 협력을 부탁하는 듯 했다. 김 지사는 3년 만에 이용객수가 94%(2019년 90만명→2022년 4만6000명) 감소한 무안국제공항의 활성화를 위해선 광주공항의 국내선을 이전해 국내 이용객을 증가시키고 군공항도 함께 이전해 항공산업단지 등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군공항과 민간공항의 무안 동시 이전’은 군공항과 민간공항은 별개의 문제라던 ...
2023.05.23 16:341980년 5월 광주에 살던 한 평범한 여고생은 전남도청에 널브러진 수십구의 시신을 마주했다. 피와 오물로 범벅이 된 처참한 시민들의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던 그는 자원해 시신을 닦고 장례를 도왔다. 시신은 끊임없이 늘어났고, 관이 부족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여고생은 관을 구하기 위해 주저 없이 화순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주암마을을 지날 무렵, 인근에 매복해 있던 계엄군이 버스를 향해 발포했다. 여고생의 몸에는 7발의 총탄이 박혔다. 평범한 고등학생이던 그는 ‘그 날’ 그렇게 짧은 생을 마감했다. 송원여상(...
2023.05.16 16:04‘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 말을 모르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한 말이라고 대부분이 알고 있지만, 근거를 찾을 수 없기에 아니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한 말이었는가가 아니라 왜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 하는 것이다. 아마 단재 선생의 자조 섞인 목소리였을 것이다. 동시대에서 놓친 역사가 우리 민족에게 큰 아픔을 가져왔다는 의미로 후대들에게 남기는 교훈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말의 진정한 의미는 뭘까. 시대적 배경을 막론하고 ‘잘못된 과거를 되풀이하지 말자’일 것이다. 과...
2023.05.14 17:112023년 4월 17일. 프로배구 여자부의 막내 구단인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배구단이 올해 FA 시장의 승자로 떠올랐다. ‘배구 여제’ 김연경을 비롯해 자유계약 선수 ‘빅3’로 꼽혔던 ‘클러치 박’ 박정아와 ‘배구 천재’ 배유나 중 한 명을 품은 것. AI페퍼스는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전 한국도로공사)에 3년간 최고액을 안겼고 채선아를 영입 후 집토끼인 오지영과 이한비도 단속해 내며 순식간에 봄 배구 전력을 갖췄다. 사실상의 ‘윈 나우’를 선언한 것이다. 또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필리핀과 미국 이중 국적의 ...
2023.05.09 13:31“콘크리트와 철판은 온도 변화에 따라 팽창하거나 수축해요. 그런데 유지·보수 과정에서 이를 생각하지 않고 관리하다 보니 점차 이음새가 벌어지거나 금이 가게 된 거죠.” 최근 ‘광주천 관리 실태’를 취재하던 중 만난 한 시민이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자신을 토목시공기술사라 소개한 그는 깨지거나 부서진 광주천 인근 인도·도로교들을 보며 ‘이대로라면 조만간 교량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쉼터이자 국가하천인 광주천은 어쩌다 방치되고 있는 것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유지·관리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가...
2023.05.07 16:26“아이를 낳기만 하면 끝이 아닙니다. 낳고부터가 진짜 시작이죠.” 새벽 2시에 병원에 도착해 접수 시작시간인 오전 7시까지 접수를 위해 밤새 기다린 어느 한 엄마의 말이다. 이 엄마는 수족구에 걸린 두 살배기 아들을 입원시키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병원 앞에서 쭈그려 앉아 있었다. 옛날부터 소아과는 북적거리는 모습이 익숙하지만 문을 열기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현상이 최근들어 더 심해졌다. 소아과 접수번호표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저출산 현상이 가뜩이나 심한데 소아과 찾기가 그렇게...
2023.05.02 16:35선당후사(先黨後私). 개인의 안위보다 먼저 당을 위해 희생한다는 말로, 정치권에서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일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 후보자 선출 규정(공천룰)을 사실상 확정했다. 최근 중앙당 당무위원회를 통과한 민주당 새 공천룰은 5월3~4일 권리당원 투표를 거쳐 같은달 8일 중앙위원회 결과와 합산해 결정된다. 민주당은 공천룰에 가점·감점 기준, 당 기여도 등을 담아 ‘개혁 공천’을 다짐했지만, 공천룰이 확정되기도 전에 여기저기 잡음이 일고 있다. ‘정...
2023.04.30 16:11“자식 잃고 뭐가 좋다고 연극을 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를 자녀로 둔 일곱 엄마가 모인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이들은 대중의 폭력적인 시선을 이겨내고 무대에 선다. 모진 9년의 세월에도 단단한 배우의 얼굴을 하고 조명 아래 선 그들이 참 감사하다. 마침 이들의 좌충우돌 일상을 담은 다큐 영화 ‘장기자랑’이 최근 개봉했다. 이 영화는 국가폭력 희생자의 유가족에게 쏟아지는 어떤 기대감을 정면으로 돌파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유가족을 향한 과도한 가여움, 유가족에게 기대하는 이상한 도덕성…. 유가족다움을 요...
2023.04.25 16:55전남도내 기관과 단체가 플라스틱 재활용에 매진하고 있다. ‘포스코광양제철소 플라스틱뱅크 봉사단’과 ‘수자원공사 주암댐지사 주민자율 협동조합’이다(본보1월31일자·3월28일자 8면) 포스코광양제철소는 지난해 10월 사내직원 45명으로 구성된 플라스틱뱅크봉사단을 꾸렸다. 순천팔마초교, 사회적 경제지원센터 등 10개 기관과 협약을 맺고 플라스틱 페트병 뚜껑 수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협약 기관에 플라스틱 페트병 뚜껑 수거함을 설치, 봉사단 직원들이 수거해 치약 짜개, 비누받침대, 열쇠고리 등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
2023.04.24 13:35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전쟁·학살·테러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과 안식을 얻기 위해 떠나는 대안 관광활동이다. 현장을 순례하면서 슬픔을 공유하고 추모와 성찰의 계기로 삼으며 이러한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는 다짐을 되새기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 400만명이 학살당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약 200만명의 양민이 학살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유적지, 원자폭탄 피해 유적지인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미국 9·11 테러가 발생했던 뉴욕 ...
2023.04.20 16:03“저는 명진고 재학생입니다. … 교육청이 우리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난 13일 오후 7시 광주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에서 고입 평준화 일반고 배정방식과 관련한 공청회가 열렸다. 많은 학부모, 교육단체 관계자들로 가득 메워진 공청회장 안으로 교복을 입은 여고생 한 명이 들어왔다. 고교 배정 방식과 관련한 현장 질의응답 시간. 발언권을 얻어 마이크를 손에 쥔 여고생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여고생이 소개한 자신의 모교는 마치 고립된 ‘섬’ 같았다. 올해 명진고 신입생은 38명(배정은 41명). 배정 가...
양가람2023.04.16 14:20“동복댐 고갈위기를 함께 극복합시다”, “물절약 실천에 동참하세요” 2년째 비가 내리지 않는 최악의 가뭄 상황을 견디고 있는 광주·전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캠페인 문구이지만 지역의 물 부족 상황을 먼나라 이야기 듣듯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외지인들이 많다. 21세기에 물 절약 실천 운동이 무슨 세기말 캠페인이냐는 듯 선뜻 이해하지 못한다. 이와 반대로 지역은 물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하다. 광주·전남의 거대한 물곳간인 주암댐이 10%대로 떨어졌을 때에는 지역에서 물 부족 재난이 현실화됐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이웃인 완도...
2023.04.04 16:28근 1년여간 지면과 온라인을 채운 경제 관련 기사의 절반 이상은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 혹은 치솟는 물가로 신음하는 서민들의 이야기였다. 코로나19라는 길었던 터널을 벗어나자마자 맞닥뜨린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3高 위기에 소상공인부터 중소기업, 대기업까지, 또 고용인부터 노동자까지 고통을 호소하지 않은 업계와 계층이 없었다. 수개월째 기준치를 밑도는 체감경기와 바닥을 치는 소비 심리,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무역수지에 엎친데 덮친격이었던 공공요금 인상까지 그야말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경제...
2023.04.02 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