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ㆍ분청사기ㆍ백자 DNA '구림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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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청자ㆍ분청사기ㆍ백자 DNA '구림도기'
[남도 도자, 천년혼 다시 빚자]
<4> 국내 최초 시유도기 '영암 구림도기'
  • 입력 : 2015. 07.03(금) 00:00
국내 최초로 유약을 칠한 시유도기인 영암 구림도기.
청동기시대 영암지역은 최고의 도예기술을 보유했다. 이곳에서 발굴된 청동기 시대의 도기와 옹관을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당대 최고의 이곳 도공들은 한국 도자사에 길이 남을 영암 '구림(鳩林)도기'를 탄생시켰다. 국내 최초의 시유도기(施油陶器ㆍ유약을 칠한 도기)가 바로 구림도기다. 시유도기의 탄생은 이후 청자, 백자 등을 번영시킨 남도도자의 '원형 DNA'로 불리며, 우리나라의 도자사의 큰 획을 그었다.

●도자 역사의 첫 페이지 장식

영암 '구림(鳩林)도기'는 남도도자 역사의 첫 페이지나 다름없다. 지금까지의 유적 발굴조사에 따르면 청동기시대의 영암은 역사상 마한의 소국 월내국이었다.

마한의 통치하에 있었지만 영산강 자락에 위치한 영암은 선사시대 청동기ㆍ철기문화 유입은 물론 한ㆍ중ㆍ일 문화교류의 관문이었다.

활발한 교역은 이곳에 도자기 융성의 토대가 됐다. 당시 영암의 도기 발전을 증명한 것은 옹관이었다. 영암군 삼호읍 용암리에서 출토된 U자형 옹관은 2개가 1조를 이루는 함구식 옹관으로 3~5세기 마한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다. 특히 이곳 옹관은 크기가 대형화됐고 대량의 옹관이 발굴되면서 당시 옹관이 대량 생산됐음을 어림짐작케 했다. 학계는 당시 영암일대가 상당히 발전된 도기제작 기술을 보유한 전문적인 생산시설로 추정하고 있다.

도기제작 기술로 태어난 영암 구림도기는 통일신라시대인 7~9세기 구림리 일대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 1986년과 1996년 두 차례에 걸친 이화여대 박물관의 발굴조사로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가마터(국가사적 338호)에서 나온 시유도기들은 한국도자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고 일본의 시유도기보다 200년가량 앞선 것으로 추정됐다.

●도자 발전에 밑거름

영암 구림도기는 다양한 도자로 발전하는 토대됐다. 유약을 바른 구림도기는 청자로 발전해 분청사기, 백자로 이어지는 도자기의 길을 걸었다. 또 한 갈래는 옹기를 발전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유약의 시도로 도자기에 다채로운 색상과 장식이 곁들여 지면서 '아름다움'이 도자에 묻어났다. 여기에 기능성까지 더해지면서 도자는 선조들에게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구림도기는 황토를 이용하고 온도를 낮게 구워내는 방법은 옹기로 발전하는 충분한 역할도 했을 것으로도 추정된다.

도자기는 굽는 온도에 따라 도기와 자기로 구분된다. 청자, 백자 등 자기는 섭씨 1300도(일부 주장 1280도)이상에서, 도기는 1200~1250도에서 각각 굽는다. 영암도기는 950도에서 초벌구이를 하고 유약을 바른 후 1220~1250도에서 재벌구이를 한다. 100% 황토 재질의 도기는 1280도에서 흘러내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점으로 미뤄 굽는 온도가 자기보다 낮다. 이 때문에 도기처럼 낮은 온도인 800~1000도에서 굽는 토기류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학계는 가늠하고 있다.

●1200년만에 전통방식 재현

영암 구림도기는 무려 1200여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영암군 산하 영암도기박물관이 지난 2000년께 통일신라 당시의 방식대로 100% 황토와 소나무재 유약, 장작가마를 이용해 재현품 제작에 성공한 것이다.

박물관은 옛날 방식의 5칸짜리 장작가마를 축조해 입 넓은 사각병, 목 짧은 단지 등 1200여년전 도기들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박물관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이를 현대적으로 개량한 생활도기를 생산해 국내ㆍ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구림도기'의 부활로 한국의 도기가 세계적 예술품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기도 했다. 특히 박물관은 그해 이화여대와 공동으로 '황토를 이용한 도자기 제조방법'에 관한 특허인증을 받아내기도 했다.

영암군은 출토된 구림도기의 역사성을 계승하기 위해 폐교로 방치되던 구림중학교를 개조해 지난 1999년 10월 영암도기박물관을 개관했다. 센터에선 가스가마 2기를 가동해 각종 생활도기를 영암도기라는 브랜드로 생산해오고 있다.

도기박물관 김규화 큐레이터는 "영암도기의 장점은 소지(흙)의 우수성, 유약의 전통성, 디자인의 품격 등 3가지로 요약되고 있다"면서 "영암도기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구림마을을 일본의 아리타(有田)같은 세계적 명품 도요 생산지로 가꿔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기자 sskim1@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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