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동네뮤직페스티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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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광주동네뮤직페스티벌'도 있다
  • 입력 : 2015. 09.11(금) 00:00

지난달 30일 오후 6시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야외무대에서 '제6회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이 한창이던 때. 이 휘황찬란한 월드 뮤페(뮤직페스티벌)장에서 500여m쯤 떨어진 동명동의 한 개방형 카페에서는 '제2회 광주동네뮤직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었다.

봉선동ㆍ용봉동ㆍ농성동ㆍ수완동 그리고 경북 함안까지 '자칭'(혹은 기획자 생각에) 5개 동네를 대표하는 인디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월드뮤페가 있다면 동네뮤페도 있어야 되지 않나"라는 취지로 출발했다는 기획자는 두 달 전부터 직접 그럴싸한 포스터도 제작해 광주 곳곳에 붙이고 SNS 홍보도 열심이었다.

지역의 다른 인디뮤지션들은 그의 글을 퍼나르며 홍보에 동참했다. 분위기 좋은 카페도 섭외했고, 공연에 앞서 주변 인가를 돌며 양해도 구했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알 만한 사람들끼리의 '잔치'가 시작됐다. 비록 '월드뮤페'에 비해 관객 수는 수백, 수천 분의 1일지라도 그들을 알고 그들의 음악에 열광하는 '팬'들이 그곳을 찾았다.

이들 '자칭' 동네 대표 가수들은 어쩌면 자신의 동네에서 찾아왔을지 모를 동네팬의 기가 꺾여서는 안된다는 의무감에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려 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는 무르익어갔고….

공연이 시작되고 한 시간쯤 지났을까. 이런 류의 이야기가 늘 그렇듯, 모든 게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기획자는 동네 주민의 '민원'제기로 갑작스런 '폐막'을 알려야 했다.

서울에 이어 광주에도 '음악창작소'가 문을 열었다. 정식 개관은 지난달 29일 '피크뮤직페스티벌'과 함께 이뤄졌다. 개관 전인 6월부터 이미 '뮤지션 인큐베이팅' 등 지역뮤지션들의 역량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고사양의 장비가 갖춰진 스튜디오를 마련해 지역뮤지션들은 녹음을 위해 서울까지 찾아가는 수고로움을 덜고, 공연제작지원 프로그램인 '라이브뱅크'를 통해 공연 활성화도 꾀하고 있다.

음악창작소에 따르면 광주 지역 인디뮤지션은 30여 팀쯤 된다. 서울 홍대만해도 1000여 팀이 넘는 걸 감안하면 규모의 면에서부터 광주의 현주소가 파악된다. 그들의 60% 정도는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병행하며 활동을 해오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140만 광주 시민 중 그들의 노래를 듣는 이는 고작 수백 여 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이다.

남유진 광주음악창작소 총감독은 지난 십여 년간 클럽 네버마인드를 운영하며 광주 인디음악의 활성화에 기여한 인물이다. 지역 인디뮤지션들을 만나보면 그를 모르는 이가 없고 많이들 의지하는 듯 보였다. 누구보다도 현실을 잘 알고 있을 그는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까.

수년 뒤 '광주동네뮤직페스티벌'에는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자기 동네 대표 가수를 응원하는 광주만의 특색있는 '잔치'가 되는 모습을 꿈꿔본다.


김정대 문체부 기자 jdkim@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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