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입고 마라톤 정재종씨…"손기정 정신 알리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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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입고 마라톤 정재종씨…"손기정 정신 알리고파"
전남대학교 재학시절 마라톤 접해
취준생 등 정장기부 위해 시작
8년째 양복차림으로 마라톤 달려
제7회 손기정 베를린 대회 참석
  • 입력 : 2023. 09.17(일) 18:05
  •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
정재종(35)씨가 독일 국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재종(35)씨가 지난 9일 독일 베를린 템펠호프 공항 공원에서 열린 ‘제 7회 손기정 베를린 올림픽 우승 기념 마라톤 대회’ 10㎞부분에 참가했다.
“손기정 선수의 헌신을 생각하며 뛰었습니다. 앞으로도 손 선수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정장을 입고 달리며 손기정 선수를 알리는 이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바로 전남대학교 독일언어문학과 출신 정재종(35)씨. 정씨는 전남대 재학 시절 마라톤에 입문해 지금까지 세계 각지를 돌며 정장을 입고 뛰고 있다.

정씨는 지난 9일 독일 베를린 템펠호프 공항 공원에서 열린 ‘제 7회 손기정 베를린 올림픽 우승 기념 마라톤 대회’ 10㎞부문에 참가해 “손기정 선수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길 바라면서 달렸다”고 다짐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에도 마라톤을 통해 꿈과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서 뛰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회는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마라톤 우승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손 선수는 지난 1936년 8월 9일 독일 베를린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 마라톤에서 2시간 29분 19.2초를 기록해 마라톤 올림픽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한국인 최초로 금매달리스트가 됐다. 당시 손 선수는 한국이 일제강점기 시기였기 때문에 일본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했다.

정씨는 “손기정 선수는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본 국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를 부끄러워해 일장기를 가렸다”며 “추후 손기정 선수의 국적이 대한민국으로 회복될 날을 고대하며 대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한 방향으로 달리면 1등은 한 명이지만, 각자의 방향으로 달린다면 모두 다 일등이 될 수 있다’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다”며 “인생도 마라톤도 자신만의 방법과 페이스로 달리다보면 누구나 1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이 마라톤에서 10㎞ 부문 5위를 차지했다. 정장과 구두는 대부분 헤져서 찢어졌다. 그는 “얼마나 많이 달렸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달리는 취지와 과정에서 더욱 의미를 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완주하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배우고, 포기의 미덕도 배운다”고 했다.

정씨는 2013년 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달리기를 했다. 정장은 지난 2016년부터 기부를 위해 입고 뛰기 시작했다.

당시 전남대 재학중이던 정씨는 정장회사와 구두회사에 “내가 정장을 입고 마라톤을 완주하면 정장과 구두를 기부하는 후원에 동참해줄 수 있겠나”라고 제안했다.

기업들은 흔쾌히 승낙했고 정씨는 당해 세종에서 열린 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100㎞를 정장과 구두를 착용한 채 완주한 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취업준비생들에게 정장 3벌과 구두 3켤레를 선물했다.

이어 같은 해 영국 솔즈베리 울트라마라톤에서도 50㎞를 정장과 구두를 신고 완주하고 정장 3벌을 기부했다. 정씨가 러닝복과 마라톤용 운동화 대신 정장과 구두를 신고 마라톤에 참가하는 이유다.

그는 “당시 주변에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자기가 가고 있는 길에 확신을 못 가진 것 같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