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혼자가 좋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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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혼자가 좋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박범수 감독 ‘싱글 인 서울’
  • 입력 : 2023. 12.03(일) 15:21
박범수 감독 싱글 인 서울. 디씨지플러스 제공
박범수 감독 싱글 인 서울 포스터. 디씨지플러스 제공
짧은 가을을 뒤춤으로 넘기는 계절. 차가움이 제법 매서워졌다. 달랑 남은 달력 1장은 하릴없이 지나가버린 시간을 체크당한 것 마냥 스산하기 짝이 없다. 이런 계절에 크리스마스를 앞둔 설렘과 송년모임 등의 북적임마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영화 기상으로 보면, 따뜻함이 절실해지는 계절에는 로코(로맨틱 코미디)가 제격이다. 로코에 어울리는 배우의 캐릭터는 순도 높은 허당미. 멕 라이언, 르네 젤위거, 앤디 멕도웰, 줄리아 로버츠, 수잔 서랜든 들이 보여주는 유쾌한 매력이기도 하다. 한국 영화에도 엄정화, 라미란, 김하늘, 임수정, 이미도 들이 있다. 이 가운데 배우 임수정은 좀 특이하다. 배우치고는 마스크 안에 희·비극이 없어 보인다. 도회적 평범함으로 심플한 이미지인데 로코를 통해 털털한 친근함이 입체화되는 듯한 배우, 다시 말해 로코가 어울리는 배우라 할 수 있다. 영화 ‘싱글 인 서울’에서는 출판사 편집장 역할을 하면서 그 캐릭터를 더욱 굳힌 듯하다.

출판사 편집자는 좋은 필자를 선정하고 조율해서 사람들의 심장을 파고드는 좋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문인들, 학자들, 인쇄소, 서점과의 국한된 활동범위로 사회를 잘 모른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그 사회의 두뇌이자 사회구성원의 심장을 저격하는 책 만드는 일에서만큼은 사회적 문학적 통찰력이 뛰어나야 한다.

‘싱글이 답이다’와 ‘혼자인 사람은 없다’고 살아왔던 두 사람.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의 작가와 편집자로 만난 현진(배우 임수정)과 영호(배우 이동욱). 생활 방식도 가치관도 서로 다른 두 사람은 책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하면서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나쁘지만은 않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유능한 편집장 현진은 혼자가 싫다. 늘 썸을 타고 싶어하고 그린 라이트를 착각해댄다. 대비되는 인물로 논술강사 영호는 혼자가 좋다.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넓은 창 앞에서 드립 커피를 마시고 LP를 들으며 SNS에 혼자가 좋은 소회를 담는다. 누구보다 까칠한 것도 전형적인 MZ세대의 모습이다.

이 둘은 조사 하나에도 가치관이 달라 신경전을 벌인다. 혼자‘라도’ 좋다와 혼자‘라서’ 좋다의 차이 등등. 이들의 가치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대사 하나하나가 톡톡 튀는 말맛이 있었고 깊었다. 관람중에도 시나리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영호의 논술 강의중 주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신이 있다. 필자가 글쓰기 수업시간에 늘 강조했던 터라 확 와 닿았다. 현대와 전통이 조화를 이루는 서울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골랐다는 음악들도 영화의 몰입도를 최고치로 끌어올린다.

그래서…, 이 영화의 주제는 무엇일까? “싱글에게 썸은 불륜이다.”라고까지 싱글 예찬을 하는 영호 앞에 베일에 싸였던 바르셀로나의 홍 작가 등장으로 모든 것들이 꼬여버린다. 꼬인 ‘관계’를 푸는 것이 정답인데 쉽지 않아서 출판기획마저 파토가 난다. ‘결자해지(結者解之)’…, 놓친 것을 돌아보고 다시 생각하고 전환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들에게는. 그런 후에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책이 나오는 일련의 과정이 영화의 볼거리로 등장한다. 교정과 색보정, 제본의 신은 출판학을 전공한 필자에게는 남다른 시선이지만 관객에게도 재미있는 소재이기를 희망해본다. 광주 동구청에서 들은 얘기로는 동구 거주민의 60% 이상이 1인가구라 한다. 바야흐로 우리는 ‘싱글’이 이상하지 않다는 데 다수가 공감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영화 ‘싱글 인 서울’은 일상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한 그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객석에 스며들면 좋을 듯하다. (2013년 .11월 29일 개봉) 백제예술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