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정윤준>청소년 음주·흡연 해결 함께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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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정윤준>청소년 음주·흡연 해결 함께 나서야 한다
정윤준 편의점 운영주
  • 입력 : 2024. 02.22(목) 13:42
정윤준씨
“아저씨! 담배 한갑 주세요?”

“신분증을 보여주세요. 아무래도 학생 같은데요.”

“아니 제가 그렇게 어리게 보입니까?”

학생은 한참을 뒤척이고 신분증을 보여준다. 그런데 신분증을 자세히 보면 얼굴이 흡사하고 식별이 쉽지 않다. 그렇게 신분증을 보여주고 담배를 사들고 나간다. 뭔가 껄끄러워 문을 열고 밖을 보니 여러 학생들이 “성공했다.”떠들면서 사라지는 모습이 보인다. 편의점에 있으니 뭔가 한 방 얻어맞은 느낌이다.

시간이 흐르고, 화장을 짙게 한 젊은 여성이 껌을 씹으면서 어른 티를 보이려고 애쓰며 들어온다. 젊은 아가씨인가, 아니면 학생인가. 육안으로 보아도 굉장히 애매하다.

“아저씨, 담배. 이 담배로 주세요.”직접 핸드백에서 담배를 꺼내 보여준다.

“손님,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어머 어머, 이 아저씨 제가 그렇게 어리게 보이나요. 건너편 편의점에서도 담배를 자주 사는데 이 아저씨는 내가 어리게 보이나. 전번에 알바 있을 때도 사갔는데 이상한 아저씨네.”

태연하게 이 가게를 전에 왔던 것처럼 이야기한다. 약간 짜증난 말투다. 하지만 신분증과 얼굴이 너무 비슷하고 교묘해서 깜박 속는다. 편의점을 25년 가까이 했지만 요즘 같이 AI다, 디지털이다 하여 가짜 신분증 등으로 나이를 속이는 방법이 나날이 발전한다. 앞으로도 주의를 하고 신경을 바짝 쓰지 않으면 나같은 편의점 업주들은“청소년보호법”에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편의점 업주가 청소년에게 주류와 담배 등 청소년유해약물을 판매하면 청소년보호법 및 담배사업법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거기에 1천만원 이하의 과징금이나 영업허가 취소, 영업장 폐쇄, 영업정지 등 행정벌까지 받는다. 다만 청소년이 위·변조 또는 도용된 신분증을 사용하여 편의점 사장으로 하여금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한 사정 또는 편의점 사장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하여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하게 한 사정이 인정되면 행정벌은 면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편의점 사장이 행정벌을 면제받기 어렵다. 가짜 신분증을 제시한 경우에도 편의점 업주가 신분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면제받을 수 있다. 거기에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한 경우에 형사처벌을 면책한다는 조항은 없다. 술을 판매했을 때 행정벌은 면제받을 수 있지만 형사처벌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술을 팔고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가게는 해마다 8,000여 곳에 달하는데, 78%가 청소년의 신고로 적발된 경우라고 한다. 신분증 위·변조는 공문서위·변조죄에, 술을 판매한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공갈죄에 해당되지만 미성년자는 청소년보호법으로 보호받고 있어서 거의 처벌받지 않는다. 실제로 동네를 다니다 보면 행정처분을 받아 문을 닫고 있는 가계들을 적잖게 볼 수가 있다. 자영업자 및 편의점 점주들이 모여서 만든 인터넷 카페에서는 억울하게 영업정지를 당했다는 하소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청소년을 보호 대상으로만 간주하고 어른에게만 의무를 지우는 ‘청소년 보호법’은 어른들의 불만을 사기 쉽다. 가령 청소년인 사람에게 술을 팔았다가 영업정지를 당했다면, 그 사람이 스스로 술을 사 간 것인데 왜 자신이 책임을 지고 피해를 입어야하느냐고 억울해하는 것이다.

현실의 청소년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인데, 일방적으로 보호받을 대상으로만 설정하고 있으니 현실과 맞지 않는 면이 있다고 느낄 만도 하다.

그러면 해외 다른 나라의 경우 청소년 처벌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일부 국가들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함께 처벌한다고 한다. 미국은 음주 허용 나이가 21세로 우리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으며 대부분 벌금형에서 끝나지만 일부 주는 금고형을 받기도 한다. 영국은 18세 미만의 청소년의 주류 구매 혹은 음주를 처벌하고 있다. 3회 이상 적발되면 벌금을 내야 하며 경찰에 체포되어 전과가 남을 수도 있다. 미성년자 본인에게 직접적으로 책임을 묻는 국가가 있는 반면 보호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나라도 있다. 대만은 구매자의 보호자에게 구매한 금액의 2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일본도 보호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우리는 미성년자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법적으로 보호한다. 그러다보니 신분증 위·변조 혹은 자진신고 등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편의점 업주 등에게 전가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및 교육기관에서 청소년을 위한 금주, 금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속적인 교육과 계몽을 해야 하며, 가정에서도 청소년 흡연·음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해외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 외국 사례처럼 주류 및 담배를 구입한 미성년자가 직접 처벌을 받거나 부모나 감독위치에 있는 보호자에게 벌금이 부과되도록 책임을 강화하거나 지자체별 “특별청소년보호법”등, 해외의 사례를 참조하여 다양한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