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역을 지나는 서울 시내버스와 이용객들 모습. 뉴시스 |
총 61개사에 버스 7000여대가 소속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지난 27일 총파업 찬반 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대비 98.3%의 찬성률로 파업안을 가결했다. 재적 조합원 대비 찬성률은 88.5%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지난해 12월28일부터 이달 23일까지 7차례 교섭과 2차례 사전 조정 회의를 통해 임금 교섭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총파업에 앞서 노조와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막판 조정 절차를 밟는다. 이날 자정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노조는 오는 28일 오전 4시 첫 차부터 버스 운행을 중단할 예정이다.
파업이 이뤄지면 12년 전인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출근 시간대 직전 극적 타결이 이뤄지면서 20분 간만 운행이 중단됐다.
최대 쟁점은 임금 인상 폭이다. 노조는 시급 12.7%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경영난 등을 이유로 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인천 기사들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운전 기사 수급 부족의 주요 원인은 인천 등 인근 시내버스 준공영제 지역보다 뒤처진 임금 수준”이라며 “서울의 실질적인 생활비가 인천에 비해 18% 정도가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버스 운전 기사들의 시간당 임금이 인천 버스 운전 기사들보다 낮게 돼 있어 기사들이 인천이나 경기 등 인근 지역으로 이직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기사들의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간 시급 총상승률은 14.9%였지만 인천의 경우 27.71%로 더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5년 간 연평균 인상률도 서울이 2.98%인 반면 인천은 5.54%다.
인천 버스 기사들의 임금 액수도 서울을 능가했다. 인천 시내버스 기사 5호봉(근속 8~10년)의 월임금은 464만2640원으로 서울 시내버스 기사 4호봉(근속 7~9년)의 454만49원을 넘어섰다.
서울 버스 기사들의 업무 환경이 인천보다 더 열악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첫차 나가는 시간이 인천보다 1~2시간 빠르고 막차 들어오는 시간이 1~2시간이 늦다”며 “더 힘들게 일하고 돈은 덜 받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서울시 버스정책과 주무관들이 미스터리 쇼퍼 방식으로 승객을 가장해 암행 감찰을 해서 운전자의 근무 태도를 체크하고 그 근거로 버스회사들을 평가해 수억원씩 성과 이윤을 차등 지급한다”며 “회사는 서울시의 평가를 근거로 운전자들을 징계하는데 1일 승무 정지를 당하면 50만원이 넘는 임금을 못 받는다”고 했다.
양측이 접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서울시로부터 8000억원 넘는 돈을 보조 받는 서울시 버스회사들이 노사 갈등으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안기는 것이 온당하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중교통 이용이 전반적으로 줄었으며 유동 인구가 감소했다. 대중교통 대신 개인 교통 수단 이용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서울시 시내버스 회사들의 적자 폭이 커졌고 서울시 예산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은 역대 최대 규모인 8915억원에 달했다. 보조금 규모는 2018년 5402억원까지 늘었다가 2020년 1705억원으로 줄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감소 속에 2021년 4561억원, 2022년 8114억원에 이어 지난해 8915억원까지 급등했다.
서울시가 시내버스 회사들의 적자를 메워주는 것은 2004년부터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준공영제는 버스 운영을 민간 자율에 맡기는 민영제와 버스 회사를 지방자치단체 또는 산하 공기업이 경영하는 공영제의 장점을 결합한 운영 방식이다.
준공영제 하에서 모든 시내버스 회사들의 운송 수입금은 공동 관리된다. 매년 버스정책시민위원회를 거쳐 확정되는 표준 운송 원가에 따라 산정된 총 비용 대비 총 수입의 부족분을 서울시가 예산으로 보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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