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의 남도인문학>한반도 미래 확장…다시 떠오르는 신서해안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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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 인문학
이윤선의 남도인문학>한반도 미래 확장…다시 떠오르는 신서해안시대
388)신서해안시대, <해양으로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를 해남 화원반도와 진도 조도까지 잇는다. 고속철도도 마찬가지다. 조도의 아랫자락에 대외교역 기점을 만드는 것이다.
  • 입력 : 2024. 03.28(목) 11:38
송나라 사절단 뱃길항로-인천일보에서 캡쳐
고려 시기 서해안 뱃길이 매우 중요한 대외교역로였다. 신라, 백제, 마한으로 거슬러 오를수록 그랬을 것이다. 뱃길의 여정에 흑산정(黑山亭), 벽파정(碧波亭), 군산정(群山亭), 안흥정(安興亭), 경원정(慶源亭), 벽란정(碧瀾亭) 등 기항지들이 보인다. <고려도경>에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는 것처럼 중국 남경과 주산군도에서 뱃길 따라 개성에 이르는 길목들이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공항, 고속도로 터미널, 철도의 중요한 역(驛)이었던 셈이다. 정요근의 <고려시대와 조선전기 전남지역의 역로망(驛路網) 구성과 그 특징>(지방사와 지방문화)에 의하면,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 전남지역 역로망 구성은 총 34곳이다. 전남 서해안과 남해안의 대표적인 대읍인 영광과 보성, 통일신라 시기 무주(武州, 광주), 고려중기 이후 주현이 되는 장흥, 진도, 능성(화순) 등이 이 교통로를 통하여 연결되었다. 고려 시대의 역로망은 대외무역과 교역에 중점이 있었기에 조선 시대보다 영산강 서쪽의 서해안 방면 분포밀도가 높았다. 조선 시대에는 왜구 침탈 방비라는 측면에서 남해안 방면을 중시하였다. 근자에 다시 서해안시대의 도래를 언급하기 시작하니 이것이 신서해안시대의 서막일까?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의 활로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은 아직 유효한가? 문재인정부때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 형성’을 국정과제(98.)로 삼았다. ‘평화의 축’으로서 동북아 평화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고, 동북아를 넘어서 남방과 북방 지역을 ‘번영의 축’으로 삼자는 취지였다. 유라시아 대륙횡단철도가 논의되었다.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연결되어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GR), 만주횡단철도(TMR)로 연결하는 계획이었다. 철도 매거진의 제목처럼 ‘철길로 미래로’ 나아가 한반도의 미래를 확장하자는 것이었다. 남북고속도로도 같은 맥락에서 다루었다. 북한과의 연대 혹은 상호협약을 전제로 하는 계획들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북한과 중국 문제가 심하게 꼬여버렸다. 신남방정책은 어떠한가? 아세안과 인도 등 신남방국가들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폭넓은 분야에서 주변 4강(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과 유사한 수준으로 관계를 강화해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전 세계 공동번영과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취지였다. 이 또한 유명무실해졌다. 신서해안시대를 끄집어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1990년대 중국과의 교역이 확장되면서 인천, 화성, 군산 등 교역에 유리한 지역이 경제적 중심지로 떠오른 것이 서해안시대의 시작이었다. 1994년부터 시작된 서해안고속도로가 그 정점에 있다. 언제부턴가 서해안시대 담론이 비틀거렸다. 정치적인 문제가 돌출되었다. 중국과의 교역이 난항을 거듭했다. 근자에 다시 서해안시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배경에 있는 듯하다. 일시적으로 정체되거나 퇴보한 듯 보이지만, 예측보다 빠르게 중국 교류가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 같은 것일까? 차차 대만, 동남아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으로 그 루트를 확장해나갈 가능성도 얘기된다. 유라시아 지역과의 경제협력인 신북방정책은 북한이라는 기항지를 통과해야만 성사될 수 있다. 남방 정책은 상대적으로 이런 제약에서 자유롭다. 신남방정책을 보완하고 구체적인 미래비전을 설계할 시기가 왔다. 고려 시대 서해안을 중심으로 기항지들이 설정되고 조선 시대 왜구 침탈 때문에 남해를 중심으로 기항지들이 설정된 역사를 상기한다. 중국과의 교류, 아세안 국가들과의 교류에 활로를 불어넣는 길이 긴요하다. 서해의 철도와 고속도로 등 서해안 라인을 활성화시킨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해남 화원반도와 진도 조도까지 잇는다. 고속철도도 마찬가지다. 조도의 아랫자락에 대외교역 기점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요원한 일처럼 보이지만 해저터널이든 또 다른 기술이든 장차 제주도까지 이어질 길이다.



조도 해상고속도로와 해상고속철도는 가능할까?



고려 시대 조선 시대 모두 서해안의 가장 끝자락에 있는 기점이 신안군 흑산도의 흑산정이다. 흑산도의 국토지리적 위상이 그만큼 높다. 흑산도 상라산성에서 발굴된 대규모 유적들을 통해 이곳이 대규모 국제항이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나는 몇 년 전 칼럼을 통해 흑산도 가거도를 특별자치도로 지정하여 국제적 교류공간으로 활성화시키자고 주장했다. 우리 국토의 1/3을 흑산 권역의 가거도와 이어도가 포섭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시한 역사적 뱃길로 보면 그다음 기항지가 진도 벽파정이다. 우선 흑산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진도 및 조도까지는 연도교가 가능하다. 무인도들이 마치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어 어렵지 않다. 수요는 늘 필요에서 창출된다. 고려 시기 흑산도와 진도 고군산군도 등 섬들이 국제적 기항지로 발달되었던 것은 그만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남방정책의 보완을 통해 장차 열릴 신해양의 시대, 신서해안의 시대이 수요를 예측한다면 단순한 망상이나 상상이 아니다. 20여 년 전 중국 주산군도를 2년여간 집중답사한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상해나 영파에서 배로 건너다녔다. 불과 20여 년 만에 천지개벽할 일들이 일어났다. 지난 2021년 영파에서 주산군도까지 8개의 섬을 잇는 74km의 다리가 완공되었다. 주산 연도(連島) 해상고속도로다. 신라초가 있는 주산군도의 여러 섬들을 이제는 고속도로를 통하여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견주어 본다면 진도 조도까지의 고속도로는 누워서 떡 먹기다. 더불어 국제자유도시까지 구상한다면 이야말로 신남방정책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 국토를 훨씬 넓게 활용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남도인문학팁

<해양으로 가는 길>, 해상고속도로와 고속철도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2012년 설립한 법인이 <대륙으로 가는 길>이다. 통일과 민족번영이라는 평화경제론을 내세웠다. 통일부장관을 역임하며 얻은 경험들, 신북방정책, 유라시아철도에 대한 꿈들이 그 기반이 되었다. 하지만 북한과의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대륙으로 가는 길’에 제동이 걸렸다. 꿈과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동해안을 중심으로 하는 유라시아철도와 고속도로 계획이 보류된 셈이다. 그 대칭점에 있는 서해안고속도로와 철도를 조도까지 잇는 작업은 아직 누구도 얘기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싱가폴과 협력하여 서해안시대를 열고자 했던 이들이 <서남해안포럼>을 만들고 이른바 S프로젝트, J프로젝트 등을 구상한 바 있다. 미완에 그친 실험들, 지금의 해남 오시아노, 솔라시도 등으로 명맥마저 흐려졌다. 불씨를 살려낼 필요가 있다. 경제 현상이 문화 현상을 견인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방탄소년단의 세기사적 활약이나 K컬쳐의 급속한 확장이 오히려 앞서가며 경제적 효과를 견인하고 있음을 본다. 그래서다. 신서해안시대의 타당성 검토, 비전을 고안할 씽크탱크를 제안한다. 가칭 <해양으로 가는 길>이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 조도 아랫자락 터미널에 도착하고 상해와 싱가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지로 가는 화물선에 짐을 싣는 풍경을 상상한다. 고속철도의 종점 조도역에 내려 마다가스카로 가는 크루즈에 몸을 싣는 꿈을 꾼다. 우리의 경제적 문화적 수준이라면 충분히 세울 수 있는 비전이다. 방대한 기대효과에 대해서는 지면 때문에 다음을 기약한다. 세상은 늘 꿈꾸는 자들에 의해 재구성되어왔다. 미래는 꿈꾸는 자들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