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듯한 명분·집요한 법 논리'…검찰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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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한 명분·집요한 법 논리'…검찰을 고발한다
도취된 권력, 타락한 정의
조국 외 6인 | 창비 | 2만원
  • 입력 : 2024. 04.11(목) 15:33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누르고 과반이 넘는 압승을 거뒀다. 더불어민주당은 175석(지역구 161+비례 14), 국민의힘은 108석(지역구 90+비례 18) 조국혁신당은 12석(비례 12), 개혁신당은 3석(지역구 1+ 비례 2), 새로운미래 1석(지역구 1), 진보당 1석(지역구 1)으로 집계됐다.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을 포함한 범야권 의석수는 190석 가량에 이른다. 야당의 압승, 여당의 참패다. 범야권 세력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검찰독재 국가의 무능과 고발. 검찰권 개혁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책 ‘도취된 권력, 타락한 정의’는 전면에서 대한민국 검찰을 고발한다.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은 검찰총장과 야당 결탁을 통한 정권교체로 일단락됐다. 개혁 과정에서 검찰은 강고한 조직논리를 추구하며 선출 권력에 도전까지 했다. 그렇게 들어선 ‘검찰총장의 정부’는 노골적으로 검찰 출신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배치하고 전임 정부가 추진했던 개혁을 힘으로 뒤틀고 뭉개는 중이다.

이 책은 검찰권 견제의 최전선에서 활약해온 최강욱 의원이 주도하고 검찰개혁의 상징과도 같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 이탄희 의원, 황운하 의원 등이 나서 과거와 현재의 검찰 문제를 지적하고 개혁 과제를 논한 기록이다. 공익의 대변자를 자처해온 검찰이 어떻게 폐쇄적이고 권력 지향적인 이해집단으로 전락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이른바 ‘검찰 패밀리’가 공유하고 있는 강고한 이해관계와 집단의식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고발되며 이제는 행정부 전체를 장악해 견제받지 않게 된 검찰 권력의 폐해가 낱낱이 밝혀진다.

다른 곳에서 들을 수 없는 문재인정부 검찰개혁 취지와 과정, 뒷이야기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어 당시 권력기관 개혁의 큰 흐름 속에서도 왜 검찰만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지켜내고 시대를 역행할 수 있었는지를 증언한다. 여소야대 제22대 국회가 출현한 가운데 ‘검찰정권 심판’ 이슈가 뜨거운 요즘, 검찰개혁의 주역들과 함께 더이상 실패해선 안 되는 개혁의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본다.

제22대 총선 비례대표 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이 득표율 24.25%를 기록하면서 국회의원으로 첫 입지를 다지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개혁 과정에 참여한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참여정부 이래 제기되어온 검찰개혁에 형사법 전공 교수로서 다양한 경로로 참여해왔고, 특히 문재인정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서 촛불혁명 이후 국민의 열망이었던 권력기관 개혁을 주도한 과정을 설명한다. 당시 정부 개혁의 기조는 당사자 기관 구성원들이 스스로 합의하는 지점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있었음을 말하며 전 정부 개혁의 의미와 나아간 점, 아쉬움을 이야기 한다. 법무부장관 지명 전후로 본인을 포함한 가족들이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 대상이 되고 언론과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게 된 이른바 ‘조국사태’ 당시의 심정과 연결해 검찰개혁에 대한 진심을 털어놓는다.

조 장관과 함께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재직하며 권력기관 개혁의 실무 조율을 담당한 이광철 전 비서관 역시 문재인정부 개혁 방향의 타당성과 그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결과적으로 검찰정권의 탄생으로 귀결된 역사의 아이러니를 말한다. 이어서 검찰 안팎을 경험하며 그 문제점을 지적해온 이연주 변호사와 조성식 기자가 검사, 검찰 수사, 검언(檢言) 관계를 두루 비판한다. 검사로 재직한 경험을 시민들에게 공유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는 이연주 변호사는 권력 지향적이고 내부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한 검사 집단의 사고방식과 그 폐해를 말한다. 그의 증언은 아주 생생하다. 사건으로 ‘거래’하는 간부 검사들 이야기부터 스폰서, 전관예우, 사건청탁, 인사청탁, 특수부 ‘사단’ 등 외부인은 알기 힘든 검찰 내부의 속사정 등 검찰개혁 최전선에서 싸운 8인의 절박한 증언이 이어진다.

검찰은 공익의 대변자이자 범죄를 단죄하는 칼날로서 시민을 지키고 있다고 자처하지만 그런 수사조차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한 전략임이 지금의 검찰 정권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가 더 알아야 할 것과 더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이 책에서 그 탐색의 최전선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도취된 권력, 타락한 정의.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