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희생자 30명 '전원 무죄'…명예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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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제주4·3 희생자 30명 '전원 무죄'…명예 회복했다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 46차 직권재심
"형사소송법 범죄 증명 없어" 무죄 선고
  • 입력 : 2024. 04.30(화) 14:40
  • 오지현 기자·뉴시스
제76주년 4·3희생자 추념일인 4월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행방불명인 묘역에서 유족들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있다. 제주도사진기자회
70여년 전 국가 폭력에 의해 생을 달리한 제주 4·3희생자 30명이 명예를 회복했다.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부장판사 방선옥)는 30일 검찰 ‘제주4·3사건 권고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46차 직권재심을 열고 희생자 30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날 희생자 30명에 대해 “제주 4·3 희생자들은 물리적·시간적으로 정상적인 심리에 의한 판결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들은 수십년간 4·3 사건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채 통한의 세월을 보냈다. 이제라도 공권력을 바로잡아 이와 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며 무죄를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희생자 측 변호인은 “희생자들은 제주도민, 농민, 학생, 은행원 등 평범한 양민들로, 마을이 불에 타자 숨어있다가 붙잡혔다”며 “일부 희생자는 자수하면 살 수 있다는 말에 자수했다가 그대로 연행됐고, 6·25전쟁 이후 총살을 당하거나 행방불명됐다”고 말했다.

희생자들도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사연을 털어놨다.

희생자 고 박화민·박화신의 손자 박대원씨는 “박화민 할아버지는 4·3사건 당시 제주시 오라동 연미마을에서 농사를 짓던 중 마을이 불에 타자 형제들과 산에 갔다가 귀순하면 살려주겠다는말에 자수를 했는데, 군경에 연행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며 “동생 박화신 할아버지도 인천 소년형무소에 수감됐다가 질병으로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4·3당시 여섯 살이었던 양영필(85)씨는 “아버지는 집에 있다가 서북청년단에 의해 끌려갔다가 그대로 돌아가셨다. 비행장 앞에 땅을 파고 당시 젊은 사람들을 사형시켜 묻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고 부두천 희생자의 조카 부상호씨는 “다섯 형제였던 아버지는 혼자 출타 중이셔서 사형을 면했다. 이후 아버지가 저에게 평생 가훈처럼 가르쳐주신 것은 ‘입 다물고 살라’는 것이었다”며 “억울함을 덜어주고 지워주는 게 법이라고 생각한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신 작은 아버지를 위해 오늘 이 법정에 섰다. 저승에서나마 억울함을 씻을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상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속하므로 희생자 30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방선옥 재판장은 선고 이후 “제주도에 온 지 6년이 됐는데, 제주에 와서 처음으로 4·3사건을 알게 된 후 동생과 함께 이 사건에 대해 공부했다”며 “과연 유족분들에게 어떤 위로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무죄 선고만으로도 위로가 될 것 같다. 힘든 세월을 살아오신 분들에게 다시 한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지현 기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