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조 순천시지부가 김문수(순천광양곡성구례 갑) 국회의원이 공무원을 이익집단으로 매도했다며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공무원노조 순천시지부 홈페이지. |
김 의원은 최근 자신의 SNS에 “시장과 공무원들은 행정사무감사 조사를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온갖 어려운 법령과 이유를 들어 행정사무조사를 방해합니다. 의심스러운 지역 예산을 따내려면 시장이나 공무원들과 음흉한 거래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라는 등의 내용의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소각장(공공자원화시설) 설치에 관한 순천시의회 행정사무조사 접수 요구건이 보류되자 다음날 이같은 글을 게재했다.
김 의원의 SNS에 따르면 그는 “당당한 지역예산은 당당하게 호소해서 받아내면 되는데 뭔가 의심스러운 지역예산을 따내려면 일부 시장이나 공무원들과 음흉한 거래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시장과 공무원은 그러지 않다”며 “이러한 것들은 시장이나 공무원의 캐비넷에 넣어두고 임기중에 코가 뀌어 행정사무조사는커녕 시정에 반대하는 의정활동을 전혀 못하게 되고 결국 의원이나 시장이나 공무원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적었다.
공직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조태훈 순천시 행정지원국장은 김 의원 글에 댓글을 달고 “공무원이 음흉한 거래를 하고, 행정사무 감사를 방해하는 근거를 제시하라”며 “모든 공무원을 도둑 취급하는 의원은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순천 지역구 국회의원이 맞냐”며 “기대가 컸는데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공무원 노조도 지난 3일 성명서를 내고 “행정을 심각하게 폄훼한 행태로 2000여 공직자를 비하할 뿐 아니라 심각한 모욕감을 안겨주었다”며 “비상식적 모독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공무원 노조는 “시 공직자들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업무를 추진하고 있음에도 이것을 시장과 짜고, 또는 음흉한 거래를 통해 각종 지역예산 등을 배정하고 있는 것으로 매도해 버렸다”며 “이는 우리시 행정을 심각하게 폄훼하는 비상식적인 행태이자 2000여 공직자를 비하할 뿐 아니라 심각한 모욕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성토했다.
문병희 공무원 노조 순천시지부장은 “김 의원 발언으로 인해 시 행정 신뢰도가 떨어지고, 공직자들의 명예가 얼마나 실추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동안 애써 쌓아온 신뢰와 청렴이 그대로 무너져 내려 공직자로서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 지부장은 “앞으로 죄 없는 공직자들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워서는 안된다”며 “한순간에 신뢰가 무너지면 그것을 회복하는 데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무원노조 순천시지부는 “상처받은 순천시 공직자들에게 공개 사과하라”며 “합당한 내용의 사과가 없을 경우 순천시청 전 공직자와 시민, 인권단체 등과 연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순천=배서준 기자 sjba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