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타이거즈 제임스 네일(가운데)이 지난 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이글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시즌 14차전에 앞서 더그아웃에서 에릭 스타우트, 에릭 라우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
놀라울 정도의 회복 속도다. 지난달 24일 강습 타구에 얼굴을 맞고 턱관절 골절로 정규 시즌을 조기 마감한 KIA타이거즈 제임스 네일이 열흘 만에 실전 복귀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네일은 지난달 25일 서울아산병원에서 턱관절 고정술을 받은 뒤 27일에는 구단 지정 병원인 광주 선한병원으로 병상을 옮겼다. 일주일 가량 입원 치료를 통해 회복기를 갖기 위해서였는데 네일은 사흘 만에 퇴원을 택했다.
퇴원 직후 네일은 구단에 강력하게 훈련 의지를 피력했다. 턱 보호대는 광주로 병원을 옮기자마자 풀어헤친 상황이었고, 어깨와 팔꿈치 운동을 위해 필요한 튜빙 밴드를 비롯해 간단한 운동 기구들을 집으로 챙겨갔다.
급기야 지난 3일부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 나와 훈련을 시작했다. 가벼운 움직임은 괜찮다는 병원 소견이 나왔고, 트레이닝 파트에서는 하체 위주의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을 준비했다.
네일의 곁을 지킨 박재형 통역사도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통역사는 “죽과 음료만 먹으라고 했는데 곰탕이나 김치찌개에 밥을 말아 먹는다. 그래도 건더기는 안 먹어서 다행”이라며 “집에서 야구도 매일 챙겨 보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 밝아서 좋긴 한데 너무 급한 게 아닌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웃었다.
박 통역사의 걱정이 무색하게 네일은 지난 4일 실내를 벗어나 더그아웃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연습복에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로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수염으로 수술 자국을 가려 치아에 고무 밴드를 고정한 것 외에는 부상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KIA타이거즈 제임스 네일이 지난 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이글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시즌 14차전에 앞서 더그아웃에서 이범호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
네일은 턱관절 고정술을 받았기 때문에 현재 제대로 음식물을 씹을 수 없는 상태다. 죽과 음료 등 따로 씹을 필요가 없는 음식들로 식사를 해결하기 때문에 근육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는 “지금의 체격을 유지해야 한다. 근육과 체중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경기를 뛸 수 있는 충분한 근육과 체중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다음 주에 고정 기구를 풀면 고삐 풀린 듯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부상을 당했기에 우울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동료들과 소통이나 가벼운 운동은 그에게 에너지를 얻게 해주는 요소다. 이날 더그아웃에 모습을 드러낸 네일은 KIA뿐만 아니라 한화 선수들과도 반갑게 소통하는 모습이었다.
네일은 “집에서만 지내는 것이 지루하다”며 “한국에 홀로 있기 때문에 경기장에 나와서 동료들도 보고 팬들도 만나길 원했다. 빠르게 회복해 한국시리즈에는 복귀해야 하기 때문에 운동도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범호 감독도 네일의 태도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전했다. 네일이 올 시즌 KBO 리그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이어왔던 만큼 포스트시즌에서는 반드시 그의 존재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야구장에 나와서 가볍게 움직이고 선수들도 만나고 하면 웃음도 생기고 조금 더 밝아지지 않을까 싶다”며 “걷거나 튜빙 훈련만 해줘도 회복은 훨씬 빠를 거다.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굉장히 좋은 상황으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고 밝혔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