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전 의장 |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8월 폭염 일수는 16.9일, 열대야 11.3일’을 기록했다. 신기록이다. 이런 자료가 아니라도 사람들은 기온의 상승, 폭염, 지구온난화의 실체를 스스로 체감한다.
지난 7월 말, 북쪽 압록강 유역 신의주 일대에 ‘기록적인 대홍수’가 발생,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정확한 현황은 알 수 없으나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비극이다.
기상재난으로 세계가 조용한 날이 없었다. 세계 각처에서 들려오는 섭씨 40~50도를 오락가락 하는 폭염, 대홍수와 산사태, 태풍, 극심한 가뭄과 거대한 산불, 극지방 빙하의 상실 등 뉴스는 현재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각종 재난으로 수많은 사상자와 재산피해가 갈수록 증가 추세다. 지난 2023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무더운 해’였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금년이 작년의 기록을 깨고 가장 무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재난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지구기후와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기후위기, 지구온난화의 기세가 의기양양하다. 지난 8월 중순까지 국내에서 폭염질환 발생자가 3000~4000명이고 그 중 사망자가 21명이었다.(질병관리청 발표)
가축이나 양식장, 농작물 피해도 상당할 것이다. 얼마 전 유럽의 전문 연구기관 발표에 의하면 2023년 전 유럽에서 폭염으로 인해 5만 명이 사망했다.
지난 2003년, 유럽 전역에서 폭염으로 인해 7만 명이 사망한 적이 있었다. 지난 20년 유럽연합과 모든 국가들이 폭염경보체제 도입과 폭염예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 시행해 왔다. 폭염대응 정책이 없었다면 피해는 훨씬 더 컸을 것이다. 피해는 대개 폭염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노약자, 농민이나 노동자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사이 폭염은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라는 별칭을 얻었다.
살인자가 준동하고 기후위기가 기세를 떨치는 세상은 재앙이다. 이를 막아내야 한다. 범인은 온실가스. 지난 9월 7일 서울 강남 대로에서 ‘907 기후정의행진’ 행사가 있었다. 무려 2만여 명이 시민들이 움집해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며 거리를 행진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Climate Villain)’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그만큼 온실가스에 관대한 후진적 기후정책을 가지고 있다. ‘2030 40% 온실가스 감축, 2050년 탄소중립’이 정부의 목표이다.
그러나 말로만 목표일뿐 내용이 텅 비어있다. 현재의 추세로는 목표달성은 불가능하다. 목표에 도달하려는 구체적 정책이 있어야 한다. 과감하고 야심찬 감축이 필요하다. 600여 개 NGO들은 앞으로도 대중의 힘(People Power)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에 정책전환을 촉구하는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유럽은 기후에너지 정책에서 우리보다 앞선다. 유럽연합(27개국)은 ‘2030 55% 감축, 2050 탄소중립’을 담은 ‘기후변화법’이 있고, ‘Fit For 55(55% 감축 세부정책)’을 시행 중이다. 영국 또한 ‘2035 78% 감축과 2050 탄소중립’의 가장 앞선 목표를 세우고, 시행 중이다.
미국 또한 ‘2030 50-52% 감축과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기후변화대응과 일자리 창출법이라고 함)’에 이를 반영하여 실행 중이다. 이런 확고한 목표와 정책이 있음에도 유럽의 수많은 NGO들은 더 앞선 정책의 도입을 요구하는 기후행동을 펼치고 있다. 그들은 ‘즉각 석유 가스 개발 중단’, ‘2030 석탄퇴출’, 2030년대 화석연료 추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근원적으로 차단하자는 것이다. 인류가 지금 겪고 있는 각종 기후재난이 그들은 행동하게 한 것이다.
기후활동가 그레타 튠베리(Greta Thunberg)는 ‘기존 시스템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시스템 자체를 바꿔라’고 주장한 바 있다.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도 마찬가지 의미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행동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