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8월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7층 소성당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교황은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할 정도로 방북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이북 땅을 밟지는 못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언제부터 북한에 가고자 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수년 전에 이런 의사를 직접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백만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회가 되면 북한에 꼭 가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사가 부임 후 2018년 2월 16일 바티칸 사도궁을 찾아가 교황에게 신임장을 제출한 뒤 독대하는 자리에서 ‘북한에 직접 가서 동포들을 축복하면 한반도 평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했더니 교황이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답했다는 것이다.
그는 교황이 한국 정부 당국자에게 방북 의지를 직접 밝힌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이 사실을 정부에 긴급하게 보고했다고 회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북 의사를 거듭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지난 2018년 10월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교황을 만나 뵐 것을 제안했더니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고 답하면서 관심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후 2021년 10월 바티칸에서 문 대통령을 다시 만난 교황은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고 방북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 이듬해인 2022년에도 교황은 KBS 인터뷰에서 “나를 초대해달라. 그러면 거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 접촉하는 등 여러 경로로 방북 성사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이백만 전 대사는 방북이 실현되지 않은 것이 북한의 셈법이나 국제 정세와 관계가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종교적인 목적으로만 교황을 초청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의 입장에서 교황 초청은 매우 좋은 카드이므로 북미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서기 전에는 쓰지 않을 수 있다. 아직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본 것”이라고 해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북 성사 여부와 별개로 한반도 평화 정착을 간절하게 기원했다.
2014년 8월 14일 성남 서울공항에 영접을 나온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하자 교황은 “한반도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답했다.
같은 날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함제도 신부에게는 “북한의 결핵 환자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하는 등 북한의 열악한 의료 상황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인 2023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앞으로 보낸 강복 메시지에서는 “수많은 전쟁과 무력 충돌은, 공동체들 안에서 그리고 민족들 사이에서 정의와 우호적인 협력을 수호하고 증진하려면 끊임없는 경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비극적으로 상기시켜 준다”며 “평화의 ‘예언자’가 되도록 모든 한국인을 격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노병하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