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원 국장 |
문제는 이런 사안이 반복될수록 법원의 권위와 국민적 신뢰가 무너진다는 점이다. 정치와 사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재판에서 누구를 위한 판결인가라는 국민의 의구심이 커지는 지금,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조차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받는 것이 ‘AI(인공지능) 판사’의 도입이다. 감정이나 정치적 고려가 개입될 여지가 없는 인공지능 기반 판결 시스템은, 적어도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이 최소한의 공정성과 일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공직선거법, 명예훼손, 선거운동 관련 사안처럼 정치적 해석이 엇갈릴 수 있는 분야에서는 AI가 오히려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AI가 사법 판단에 활용되는 흐름이 현실이 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세계 최초로 AI판사를 시범 도입해 소액 민사 분쟁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몇몇 법원 시스템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양형 판단 등의 보조 도구로 쓰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사법 신뢰’라는 민주주의의 기초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기능하고 있다.
물론 AI 판사가 인간 판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치적 판결이 의심받고, ‘정권 코드 맞추기’라는 냉소가 팽배한 지금, 오히려 비(非)인간적이고 감정이 배제된 시스템이 더 신뢰받는 역설적인 상황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