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신화를 문자·기호로 재해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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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바다의 신화를 문자·기호로 재해석하다
김25 작가 개인전 '파도를 넘다'
29일부터 부산 스페이스 원지서
'생성과 소멸' 떠올린 최신 연작
"창고 공간서 만나는 바다전시"
  • 입력 : 2025. 05.14(수) 17:40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김25(김이오) 작 ‘노아의 방주’.
김25(김이오) 작 ‘노인과 바다’.
읽히지 않는 텍스트로 재해석한 바다 그림들이 오래된 신화를 오늘의 시선으로 호명한다. 더 이상 지도 위의 실체가 아닌, 해독이 불가능한 언어의 파도로, 끝없이 미끄러지는 의미의 스펙트럼으로 시선을 끌어들인다.

김25(김이오) 작가의 개인전 ‘WAVE: Castaspell 파도를 넘다’가 부산광역시 영도의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원지에서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김 작가의 최신작들을 선보이는 자리로 문자와 기호를 매개로 바다를 신화·철학적 차원에서 재해석한 작품들로 채워진다. 격정적이면서도 섬세한 감성으로 풀어낸 그림들은 각기 다른 시공간 속에서 하늘과 조우하며 찬란한 빛과 음영의 아름다운 대비를 이룬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언어의 기본 단위인 문자를 해체하고, 반복과 왜곡, 중첩이라는 시각적 변주로 바다를 ‘읽히지 않는 언어’로 재구성하고자 했다. 그림 곳곳에 투영된 창세기 구절들은 화면 위에서 읽히기를 거부하고, 대신 파동처럼 흐른다.

김 작가는 1963년 전라남도 강진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향학과, 동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그는 8년 전부터 바다를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노아의 방주’ 연작은 지난 2020년부터 작업했다고 한다. 작가는 바다를 그리기 시작한 초기에는 바다의 연속성과 시적 감성에 중점을 뒀다면, 최근 들어 ‘생성과 소멸’과 맞닿은 지점을 더욱 탐구하게 됐다고 전한다. 이는 그가 ‘노아의 방주’를 그리기 결심하고 작품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창세기 구절들로 알 수 있다.

김25(김이오) 작 ‘Cast a spell’.
김25(김이오) 작 ‘노아의 방주’.
‘노아의 방주’ 시리즈는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졌다. 구약 성경 속 방주를 문자 구조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문명이 파멸과 구원의 경계 위에서 발화되는 공간임을 상징한다. 문자로 쌓아올린 방주는 캔버스 위를 부유하는 동시에 파도에 맞서 서 있는 상징이 된다. 관객들은 문자 자체가 물결을 이루는 장면을 통해 의미의 층위와 감각의 흐름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강선학 비평가는 이 작품에 대해 “물결 아래 자욱하게 드러나는 이전 시기의 형상은 뚜렷함을 지우는 동시에 지워지지 않는다. 김 작가의 회화가 선형적 시간에서 벗어나 전체로서의 시간, 곧 현재와 과거, 미래가 동시에 얽힌 미학적 장을 열었다”고 호평했다.

또한 이번 전시는 영도구 앞바다가 보이는 스페이스 원지에서 열려 더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 영도의 과거 산업 구조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 장소는 기억 위에 자리하고 있는 공간이다. 잊혀진 문명의 잔해 속에서 떠오르는 기호처럼, 구조적 거대함과 시각적 밀도가 교차하는 곳으로 전시 작품들과의 유기적인 긴장을 극대화할 공간인 셈이다.

전시장 내부는 과거 선박용품 창고로 사용된 공간을 리모델링해 높은 층고와 배를 연상케 한다. 바다와 파도, 기호의 흐름을 시각적 공간으로 구현하는 데 최적의 장소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 서울 금산갤러리에서 열린 ‘Cast a Spell’에서 시도된 ‘빛과 음의 결합’을 더욱 심화해 선보여 기대를 모은다. 시각·청각·촉각이 뒤섞이는 다층적 감각의 현장을 만들어내 언어 이전의 원초적 감각을 환기시킬 예정이다.

김25(김이오) 작가 개인전 ‘WAVE: Castaspell 파도를 넘다’ 포스터.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