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에서 기자회견 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로이터=연합뉴스 |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머스크와 대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를 생각하고 있지도 않았다”며 “그가 테슬라에서 잘 되길 바란다”고 짧게 언급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소유한 사업체들과 맺은 연방정부 계약을 해지하는 방안은 여전히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보조금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전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을 절약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보조금과 계약을 없애는 것”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머스크와 통화할 예정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정신이 나간 그 사람 말인가?”라며 “그는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만 나는 관심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보유 중인 테슬라 차량을 매각하거나 타인에게 넘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이와 관련해 전날 “트럼프와 나 사이에 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억만장자 빌 애크먼의 SNS 글에 “당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동의하는 반응을 보이며 화해 제스처를 보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머스크는 드래건 우주선 철수 발언도 철회하며 갈등 확산을 자제하는 듯했으나, 이날 다시 정면 도발에 나섰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미국의 실질적 중간층 80%를 대변하는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며 “이것은 운명”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아메리카당(America Party)’이라는 당명도 제시하며 창당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창당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측의 갈등에 공화당 내부도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JD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충동적이지 않다”며 엄호했지만, 머스크에 대한 직접 비판은 피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의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71%는 트럼프 대통령의 편을 들겠다고 밝혔고, 민주당 및 무당층을 포함한 전체 응답자의 52%는 “어느 쪽 편도 아니다”고 응답했다.
트럼프-머스크 간 관계는 머스크가 지난달 30일 정부효율부장직에서 물러난 뒤 급격히 악화됐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을 “역겹고 혐오스럽다”고 비난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이는 의회 내 보수 진영의 결집에도 타격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백악관 개혁가’로 불렸던 머스크는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 2억7000만달러(약 3700억원)를 기부했으며, 정부조직 개편과 재정 긴축을 주도하는 핵심 인사로 활동해 왔다.
이처럼 한때 ‘브로맨스’라 불릴 만큼 가까웠던 두 사람의 관계는 현재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으며, 단기간 내 봉합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노병하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