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추천제 누리집 참여 형태. 정성현 기자 |
대통령실은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장·차관과 공공기관장 등 고위 공직 후보자를 국민에게 직접 추천받는 ‘진짜 일꾼 찾기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첫날에만 1만1324건이 접수됐으며 추천이 가장 몰린 직위는 법무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검찰총장 순이었다. 대통령실은 “검찰 개혁과 복지 정책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 참여 확대라는 취지와는 달리, 제도는 시행 초기부터 허점을 드러냈다. 주요 정치 지지층 중심의 조직적 추천이 이뤄지고 자격 요건과 무관한 추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 기자가 직접 인사혁신처 시스템에 접속해본 결과, 별도의 검증 없이 간단한 입력만으로 누구나 추천을 완료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허위 인턴 확인서 발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최강욱 전 의원 등이 고위공직자 후보로 추천되는 사례까지 벌어졌다. 형이 확정되면 일부 기간 피선거권이 제한되지만, 시스템상 이를 걸러낼 장치도 없었다.
광주·전남 정치인들도 추천 명단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박균택(광산갑) 의원을 비롯해 양부남(서구을), 박지원(해남·완도·진도), 신정훈(나주·화순), 주철현(여수갑) 의원 등이 주요 직위에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일부 의원실에서는 조직적인 추천 정황도 포착됐다. A의원의 비서관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해 ‘A의원 OO부 장관 국민추천 및 글 올리기, 1인 10명에게 배포’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또 일부 보좌진들도 직접 추천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A의원 측은 “의원이 직접 추천을 요청한 적은 없으며, 당직자와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공직은 요청한다고 맡는 자리가 아니다.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 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지역 정치권은 국민참여라는 제도의 철학에 공감하면서도, 기득권 정치인들의 발판이 되는 등 실질적 기준 없이 운영된다면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과열 참여를 유도할수록 조직 동원이나 팬심 경쟁으로 흐를 수 있다. 누군가 시작하면 다른 의원들도 따라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며 “철저한 검증과 사후 결과가 없다면 ‘국민참여’가 ‘국민피로’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에서도 호남 인재 등용에 대한 기대가 크겠지만 ‘진짜 일꾼’을 위해 무분별한 추천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추천제는 오는 16일까지 인사혁신처 누리집, 대통령 공식 SNS, 전자우편 등을 통해 접수가 가능하다. 추천 인물은 △데이터베이스 등록 △인사검증 △공개검증 등을 거쳐 최종 임명 대상에 반영될 방침이다.
![]() 광주·전남 지역 A의원의 비서관이 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해 ‘A의원 장관 국민추천, 1인 10명 배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독자 제공 |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