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후문 상점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준명 기자 |
1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호남지방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외식 부문 소비자 물가지수를 100으로 기준 잡았을 때, 지난달 광주광역시 외식물가지수는 125.24로, 전년 동월보다 3.4% 상승했다. 전라남도 역시 123.30으로 3.1% 올랐다.
전국 평균은 124.56으로 광주는 타 시도에 비해 외식물가지수의 상승폭이 다소 높고, 전남은 소폭 낮은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16%였던 점을 감안하면, 외식비의 상승 속도는 1.5배가량 빠른 셈이다.
39개 외식 품목 중에서 김밥(38%)과 햄버거(37%)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짜장면·도시락·생선회·라면·갈비탕 등 9개 품목의 가격도 30% 넘게 뛰었다. 또한 짬뽕, 돈가스, 칼국수, 비빔밥, 치킨, 설렁탕도 상승률이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상승률이 낮은 것은 소주 등 4개 품목 뿐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광주에서 생선회 외식이 11.2% 오르며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햄버거(8.9%), 도시락(8.4%), 해장국(7.7%) 등이 뒤를 이었다. 전남 지역에서도 햄버거(8.9%)와 도시락(8.4%), 해장국(8.1%), 구내식당 식사비(6.3%) 순으로 많이 올랐다.
외식 물가 상승에 따른 점심값 부담을 의미하는 ‘런치플레이션(lunch+in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서민들 사이에서 외식 한 끼는 더 이상 가벼운 소비가 아니다.
직장인 이현우(27)씨는 “햄버거 세트 하나로 식사를 떼우려고 해도 8000~9000원은 기본이라 부담이 크다”며 “동료들 사이에서 식비를 아끼려고 도시락을 싸오거나, 편의점을 이용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 매는 모습도 보인다”고 밝혔다.
외식물가 상승은 소비자만의 부담으로 그치지 않는다. 식자재비·인건비·배달 수수료 등 각종 원가 상승에 시달리는 자영업자 역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외식비 인상의 근본 원인 중 하나인 가공식품 물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 가공식품물가지수는 2020년 대비 24% 상승했으며, 광주(122.21)와 전남(123.78)도 각각 전년 동월 대비 3.2%, 3.7%씩 올랐다. 특히 광주에서는 오징어채(65.8%), 초콜릿(19.6%), 고추장(17.6%)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전남에서는 오징어채(36.3%)를 비롯해 시리얼(24.3%), 김치(17.2%) 등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기후변화로 원재료 공급 불안정성이 커진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수입 단가가 오른 것도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축산물·수산물 가격은 평균 20%가량 상승했고, 밀가루·치즈·설탕 등 주요 수입품의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대형 프랜차이즈들도 연이어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는 1년도 채 안 돼 재차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며, 스타벅스·메가커피·컴포즈커피 등 주요 커피 브랜드 역시 국제 원두 시세 급등과 고환율을 이유로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지난해 말 계엄사태 이후 지속된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원·달러 환율은 148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300원대로 소폭 안정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배달 관련 비용도 외식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배달 플랫폼들이 경쟁적으로 ‘무료 배달’ 정책을 강화하면서 매장 내 가격과 배달 메뉴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이중가격제가 확산됐고, 이는 외식 물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소비자는 더 비싼 외식비를, 자영업자들은 마진 감소라는 이중고를 떠안게 됐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자영업자들의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과 소비 위축, 매출 감소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광주 서구에서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밀가루와 정육 등 원자재의 가격이 올랐고, 인건비와 배달 수수료 부담으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손님도 부담스럽겠지만, 장사하는 입장에서도 더는 버틸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