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삼립 생산라인서 '인체 유해' 절삭유 용기 발견…경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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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SPC삼립 생산라인서 '인체 유해' 절삭유 용기 발견…경찰 수사
경찰, 해당 용기·내용물 국과수 감정 의뢰
제빵공정에 공업용 윤활유 사용 확인 중
  • 입력 : 2025. 06.16(월) 17:32
  • 정유철 기자·연합뉴스
지난달 27일 경기도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경찰이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숨진 사고 관련 합동감식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윤활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와 관련, 제빵 공정에 공업용 윤활유가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사고 당시 사망 근로자가 소지하고 있던 윤활유 용기가 시중에 판매 중인 금속 절삭유 용기와 동일한 것을 확인하고, 이 용기와 내용물을 확보해 감정을 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오전 3시께 경기도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 크림빵 생산라인에서 50대 여성 근로자 A씨가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라고 불리는 기계에 상반신이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A씨는 기계의 안쪽으로 들어가 컨베이어 벨트 양 측면 부위에 윤활유를 뿌리는 일을 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사고가 난 기계는 노후 또는 불량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덜컹거리는 경우가 잦았으며, 이 때문에 근로자들이 직접 윤활 작업을 하기도 했다는 공장 관계자들의 진술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A씨가 사고 당시 사용했던 윤활유 용기가 발견됐는데, 이 용기는 시중에 판매 중인 D사의 금속 절삭유 용기와 동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속 절삭유란 절삭 가공 작업을 할 때 공구와 절삭 작업 재료 간의 마찰열 발생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공업용 윤활유이다.

D사의 금속 절삭유 주요 성분은 염화메틸렌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이 같은 성분은 흡입 시 두통과 어지럼증, 접촉 시 피부에 염증 등을 각각 일으킬 수 있다. 장기간 노출되면 간이나 신장 손상, 신경계의 이상, 심하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D사의 금속 절삭유는 인터넷에서 3000~4000원에 구매할 수 있으며, 용량은 470㎖가량이다. 용기 겉면에는 제품 용도와 함께 주의 사항으로 ‘흡입하지 않도록 주의’라는 등의 경고문이 적혀 있다.

경찰은 제빵 공정에서 금속 절삭유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망한 A씨가 사고 당시 소지하고 있던 금속 절삭유 용기를 공장 측으로부터 임의 제출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아울러 용기 안에 담겨 있던 액체 상태 내용물과 포장 전·후 상태의 빵 여러 개를 각각 수거해 국과수에 감정 의뢰했다.

공장 측은 용기만 금속 절삭유 용기를 사용했을 뿐 안에 담긴 내용물은 인체에 무해한 식품용 윤활유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제빵 공정에 사용했다고 밝힌 윤활유는 수입산 식품용 윤활유인 L사의 제품으로 알려졌다.

SPC 그룹은 이번 사고 직후 윤활유에 관한 언론의 질문에 “A씨가 뿌린 윤활유는 식품용인 ‘푸드 그레이드 윤활유’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공장 측의 해명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보고, 현장에서 확보한 금속 절삭유 용기 안에 담긴 내용물의 정확한 성분을 확인 중이다.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내용물에 대한 감정 결과는 D사 금속 절삭유 성분 검출, D사 금속 절삭유 성분 및 L사 식품용 윤활유 성분 각각 일부 검출, L사 식품용 윤활유 성분 검출 등 3~4가지 경우의 수로 전망된다.

만약 국과수 감정 결과 검출된 성분이 오로지 L사의 식품용 윤활유로 나온다고 해도, 왜 이 윤활유를 D사의 금속 절삭유 용기에 담아 사용했는지는 수사를 통해 엄정히 밝혀야 할 부분이다.

식품위생법 4조는 유해물질이 들어 있거나 묻어 있는 것 또는 그럴 염려가 있는 식품을 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제조·가공·소분·진열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불결하거나 다른 물질이 섞이거나 첨가된 식품, 그 밖의 사유로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식품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제빵 공정에서 금속 절삭유 용기를 사용한 자체만으로 형사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벌칙은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이다.

이와 관련 SPC는 연합뉴스 질문에 “해당 설비(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는 자동장치를 통해 주요 구동 부위에 식품용 윤활유를 주입한다”며 “윤활유가 묻는 부위에는 제품이 닿지 않도록 차단하는 장치가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제빵 공정에서 (금속) 절삭유는 사용하지 않는다”며 “사망한 근로자가 어떤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는지는 수사로 규명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공장 센터장(공장장)을 비롯한 공장 관계자 7명을 형사 입건했다. 이와 별도로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범수 대표이사와 법인을 입건했다.

양 기관은 지난달 27일 현장에 대한 합동 감식을 진행했으며, 관련자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유철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