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화과나무 아래’ 포스터. ACC 제공 |
![]() ‘작은 행복’ 포스터. ACC 제공 |
●25일 개막작 ‘아르제’
영화제의 문은 미라 샤입 감독이 연출한 ‘아르제’가 연다. 이 작품은 파이를 만들어 어렵게 살아가는 싱글맘 ‘아르제’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르제는 배달로 매상을 올리기 위해 언니의 팔찌를 훔쳐 아들에게 스쿠터를 사준다. 하지만 곧 스쿠터를 도난당하고, 모자는 혼란스러운 베이루트 시내를 헤매며 스쿠터를 찾아 나선다. 이 여정은 그들을 도시 곳곳에 얽힌 복잡한 종교와 종파의 세계로 이끈다. 팔찌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 언니와의 관계에서 가족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유대감 또한 위기에 처한다.
●26일 ‘무화과나무 아래’·‘작은 행복’
영화제 2일차인 26일에는 에리제 세히리 감독의 ‘무화과나무 아래’, 무함마드 사라프 트라야박 감독의 ‘작은 행복’을 만날 수 있다.
‘무화과나무 아래’는 한여름의 튀니지 북동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하루 동안 무화과나무들 사이에서 감시의 눈을 피해 분출되는 이들의 희로애락을 통해 계층과 성별의 위계를 전복하는 여성적 연대와 저항이 드러난다. 특히 비전문 배우들에 의해 표현된 시골 주민들의 삶의 모습은 섬세하면서도 자연스럽다.
‘작은 행복’은 열일곱살 누피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머니와 함께 테투안의 유서 깊은 가문의 안주인인 아미나 부인의 저택에서 함께 살게 된 누피사는 아미나 부인의 손녀 페투마를 만나 친구가 된다. 두 소녀는 서로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떨어지지 말자고 약속하며 특별한 사이가 된다. 그러나 누피사의 결혼 얘기가 들리자, 페투마는 배신감을 느낀다. 저택 안 여성들이 이야기하고 경험하는 사랑의 환영과 실체가 전통 노래와 춤과 함께 스크린을 누빈다.
●27일 ‘살마의 집’·‘내가 속한 곳은 어디인가’
27일 하나디 일리안 감독의 ‘살마의 집’과 마르얌 주브르 감독의 ‘내가 속한 곳은 어디인가’로 영화제는 막을 내린다.
‘살마의 집’은 크고 오래된 집에 혼자 살며 빵을 만들어 파는 살마, 그의 딸인 워킹맘 파라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미 복잡한 이들의 삶은 살마의 전 남편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완전히 뒤흔들린다. 장례식은 그의 새 아내인 림야의 집에서 열리는데, 림야는 온라인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기에 열심인 야심 찬 사교계 인사다. 장례식 후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세 여성은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생존을 위해 연대한다.
영화제 마지막 상영작은 ‘내가 속한 곳은 어디인가’다. 작품에서 예지몽 능력을 가진 아이샤는 남편과 막내아들과 함께 튀니지 북부 외딴 마을에 산다. 첫째 메흐디와 둘째 아민이 전쟁의 포화 속으로 떠난 후 남은 가족의 삶은 완전히 바뀌어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몇 달 후 메흐디는 니캅을 쓴 임신한 아내를 데리고 돌아온다. 온 동네가 불안에 휩싸이지만 둘을 보호하는 데 급급한 아이샤는 공동체의 불안을 외면한다. 극단적 이데올로기가 재생산하는 트라우마가 어떻게 평범한 가정과 공동체를 파괴하는지를 스산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아랍영화제’ 관람료는 무료이며 1인당 4매까지 예매할 수 있다. 영화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확인하면 된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