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는 활기, 남구는 한숨”… 온누리상품권에 엇갈린 상권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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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서구는 활기, 남구는 한숨”… 온누리상품권에 엇갈린 상권 운명
서구지역 모든 상가 골목형 지정
상품권 사용시 할인 및 환급혜택
생활권 타자치구 주민 이용 늘어
행정구역 경계 상인들 매출 하락
市 “광주 전역 확대 지정에 주력”
  • 입력 : 2025. 07.23(수) 17:51
  •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23일 디지털온누리 앱에 표시된 광주광역시 서구와 인접 자치구의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분포가 행정구역 경계선을 따라 형성돼 있다. 서구는 전 지역이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돼 촘촘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인접 자치구는 상대적으로 빈 공간이 두드러진다. 디지털온누리 앱 화면 캡쳐
“이번 달 매출이 가게를 연 뒤로 최저치예요. 손님들이 바로 길 건너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으로 모두 빠져나간 것 같아요.”

23일 오후 찾은 광주광역시 남구 월산동의 한 삼겹살집에서 분주히 저녁 영업을 준비하던 김현주(62)씨의 얼굴에는 깊은 근심이 가득했다.

최근 같은 상권 내 일부 상가가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된 이후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좁은 이면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김씨의 가게는 남구, 맞은편 상가는 서구 화정동에 속한다.

앞서 서구는 올해 상반기동안 관내 119개 모든 상권을 골목형상점가로 지정했다. 그 덕에 서구 내 상가들은 서서히 활력을 되찾고 있지만, 김씨처럼 행정구역 경계에 놓인 상가는 오히려 매출이 급감하는 ‘풍선효과’에 직면한 현실이다.

김씨는 “장사가 너무 안 돼 아르바이트생 두 명 월급도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라며 “단골들도 할인 혜택이 있는 가게로 가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냐. 9년째 영업 중인데 지난달부터 역대 최악의 장사를 겪으면서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골목형상점가는 일정 기준 이상으로 소상공인 점포가 밀집하고, 상인 과반수의 동의를 얻으면 지정된다. 지정 시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등록이 가능하고, 정부의 각종 공모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소비자는 온누리상품권을 지류로 월 50만원까지 5%, 디지털로는 월 200만원까지 1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여기에 정부는 오는 9월 말까지 디지털 결제액의 10%를 환급해주는 한시적 혜택도 시행 중이다. 같은 가격의 상품이라도 최대 20%까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서구는 지난해까지 단 4곳에 그쳤던 골목형상점가를 올해 대대적으로 확산시켰다. 공직자들과 상인이 협력해 지정 요건을 충족시키고, 홍보지원단을 꾸려 가맹 등록을 적극 지원했다. 상인회도 캠페인에 나서며 업주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반면 서구를 제외한 지역 골목형상점가의 개수는 이달 초 기준으로 동구 5개, 남구 21개, 북구 42개, 광산구 32개다. 광주 전체 219개 골목형상점가 가운데 절반 이상(54.3%)이 서구에 몰려 있다.

광주광역시 남구와 서구의 행정경계에 놓인 골목 상권의 모습. 왼쪽 검정색 외관의 점포는 남구 관할이고, 도로 건너 오른쪽 흰색 간판의 상점부터는 서구 화정동 골목형상점가에 속한다. 윤준명 기자
전라남도처럼 시군마다 생활권이 뚜렷하게 나뉜 지역과 달리, 대도시인 광주는 자치구 간 생활권이 맞물려 있다. 이 때문에 골목형상점가 지정이 서구에 집중되자, 앱 등을 통해 가맹점을 확인한 시민들이 ‘원정 쇼핑’에 나서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른 자치구의 상인들은 매출 감소와 함께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백반집을 운영하는 김모(72)씨는 “오늘도 점심손님을 거의 받지 못했다. 상권은 같은데 혜택은 엇갈리다보니, 손님이 모두 빠져나가 속상하다”며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좋은 취지의 정책인 만큼, 지역 내 모든 지자체가 발맞춰 함께 추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온누리상품권은 별도 시스템 구축이나 지자체 부담 없이도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광주시와 자치구의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특히 서구 사례처럼 민·관이 협력해 동일 생활권 내 상권을 하나로 묶고 가맹점을 늘려나간다면, 시민들의 소비 선택지를 넓히고 정책의 실효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광주시는 지난 18일 골목형상점가 지정을 시 전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자치구와 유관기관 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다만, 지정 요건 충족과 가맹점 확보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일부 상인들의 어려움은 지속될 전망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상인들의 신청이 있어야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자치구와 협력해 미지정 상권을 대상으로 한 제도 안내와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최대한 많은 상권을 지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시 차원에서도 오는 11월과 12월 두달간 5% 환급 혜택을 계획하고 있다. 침체된 지역 상권에 활력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