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병원 응급실서 환자 이송업무 박주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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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조선대병원 응급실서 환자 이송업무 박주열씨
대기업 간부서 간호조무사로
"50대 새인생 행복합니다"
캐리어서 2년전 명예퇴직
병원 실습중 성실성 인정
  • 입력 : 2011. 03.08(화) 00:00
대기업에서 명예퇴직한 뒤 간호조무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박주열씨가 조선대병원 응급실에서 침대를 옮기고 있다. 조선대병원 제공
"경력과 지위는 과거일 뿐입니다. 지금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긍지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때 500여 명의 직원을 관리했던 광주 대기업 50대 간부가 명예퇴직 후 간호조무사의 꿈을 키우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조선대병원 응급실에서 환자이송 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박주열(54)씨. 오는 12일 열리는 간호조무사국가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박씨는 20년 가까이 대우건설 및 캐리어(주) 안전관리 책임자로 근무하다가 지난 2009년 12월 회사 구조조정 때 명예 퇴직했다.

박 씨는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였지만 회사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명퇴를 신청하고 회사를 나오니 암담했던 것이 사실이었다"면서 "집에서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다가 남은 시간 봉사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간호조무사로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기업 간부에서 간호조무사로 제2의 인생을 열려던 박씨의 도전은 쉽지 않았다. 우선 가족과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

"아내는 물론 아들이나 딸의 반대가 컸습니다. 친구들도 괜한 고생하지 말라고 많이들 말렸지요."

결국 박씨는 가족들에게 "남은 시간은 봉사하면서 보람 있게 보내고 싶다"고 설득, 동의를 얻었다.

하지만 다음에는 간호조무사 학원 입학이 걸림돌이었다. 수강생들이 대부분 20대 초반 여성들인 탓에 학원에서 나이 많은 박씨의 입학을 꺼려했기 때문. 몇 군데 학원 입학 상담을 했지만 "나이 때문에 곤란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박씨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지난해 3월에 메디칼간호학원을 노크했고 "어디 한 번 해봅시다"라는 원장의 말을 듣고서야 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다.

박씨는 "학원에 입학해보니 딸 같은 학생들이 대부분이어서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친딸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공부의 필요성 및 인생 상담을 해주면서 분위기를 이끌어줬다"고 말했다.

학원을 다니면서 박씨는 학원생 6명과 조선대병원에서 간호조무사 실습을 했다. 당시 출근시간이 오전8시30분이었으나 30분전에 나왔고, 실습생 신분이었지만 병원에서 시키는 일 뿐 아니라 스스로 찾아 일을 하면서 병원내에서 성실함이 알려졌다.

그리고 실습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응급실 환자이송업무 자리가 생기자 박씨를 눈여겨 본 김금희 간호행정팀장의 추천으로 계약직이지만 병원에 정식적으로 근무하게 됐다. 병원에 근무하게 되면서 학원은 야간으로 옮겨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박씨는 "나이는 먹었지만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성실하게 남은 열정을 조선대병원에서 다하고 싶다"면서 "이번 시험을 통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해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예전에 다니던 회사보다 월급이 3분의1도 되지 않지만 어려운 분들에게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다"면서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자긍심과 용기를 가지고 있다면 제2의 인생을 열어 가는데 큰 도움이될 것 같다"고 충고했다.

장우석 기자 wsja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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