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바꾸기로 선수단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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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타이거즈
역할 바꾸기로 선수단 '소통'
  • 입력 : 2015. 02.13(금) 00:00
KIA 내야수 이범호, 황대인과 외야수 김주찬이 포수로 포지션을 바꿔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KIA타이거즈의 전지훈련이 진행 중인 11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에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수비훈련에서 야수들의 위치가 바뀌었다. 내야수가 외야수로, 외야수와 포수는 내야수가 됐다. 내야수 이범호, 황대인과 외야수 김주찬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수비 훈련을 받았다.

김기태 감독이 매일 반복된 훈련에 따른 선수들의 지루함을 덜어주고 즐거운 캠프를 만들기 위해 코칭스태프의 제안을 받아 포지션을 바꿔 훈련하기로 했다. 이는 다른 포지션의 선수 입장을 이해하고 화합을 도모하고자 하는 의도도 깔려 있다.

내야수들은 외야에서 김민호 수비코치의 펑고를 받았고, 외야수와 포수들은 내야에서 더블플레이와 중계플레이 등의 훈련을 했다.

내야수들은 김 코치가 친 외야선상 깊숙한 곳에 떨어지는 공을 전력질주로 달려가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번번히 뒤로 빠뜨리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외야수들은 웃으면서 "똑바로 해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중견수로 나선 최희섭은 김 코치가 날린 어려운 타구를 곧잘 잡아내는가 하면 정확한 홈 송구도 보여줘 외야수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외야수와 포수들은 빠르고 강한 땅볼 타구를 잡는데 애를 먹었다. 3루수로 나선 이종환은 정면으로 날아오는 강한 타구를 글러브질 하다가 엉덩방아를 찧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포수 자리에 앉은 고졸 루키 황대인은 도루 저지를 위한 빨랫줄 같은 2루 송구와 내ㆍ외야에서 홈 송구한 낮게 깔려들어오는 공을 완벽하게 잡아내 칭찬을 받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나카무라 배터리코치가 포수 전향을 권유할 정도였다.

역할 바꾸기 수비훈련이 끝난 뒤에는 내야수들이 외야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야 수비훈련을 했다. 앞서 내야 수비에 어려움을 겪었던 외야수들은 내야수들의 타구 방향에 따른 빠른 발놀림과 송구 동작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주장 이범호는 "무거운 포수 장비를 차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게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훈련이 재미있었고 포지션간의 애로점을 알 수 있는 기회도 돼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선수들 사이에서의 소통과 화합의 장은 팀 미팅에서도 이뤄진다. 훈련에 들어가기 전 미팅을 진행하는데, 대개는 투수와 야수가 파트별로 미팅을 진행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김 감독은 투수미팅에 타자가, 야수미팅에 투수가 참석하도록 지시했다. 이범호와 김주찬 등 야수가 투수미팅에 들어가 즉석 질문을 받고 타자의 입장에서 설명을 한다. 반대로 타자미팅에는 양현종이나 최영필 등 투수가 참석해 '주자가 있을 때 타자를 어떻게 상대하는지' 등 투수의 관점을 이야기한다.

투수와 야수의 교류는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포지션의 시점에서 바라보라는 의도에서 조계현 수석코치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김기태 감독은 "훈련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훈련에 재미를 느껴야하고 서로 많은 대화를 통해 교감을 나눠야한다"면서 "캠프에서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역할은 선수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만들고 스스로 알아서 훈련하게끔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오키나와 최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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