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깊어질수록 늘어나는 기억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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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그리움 깊어질수록 늘어나는 기억의 편린
진도 팽목항 추모 조형물
"잊지 않겠습니다" 다짐 형상화
우체통ㆍ등대ㆍ벤치 제각각 의미
문인들 펜 놓고 '통곡의 바다'로
  • 입력 : 2015. 04.16(목) 00:00
<그림1중앙>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진도 팽목항. 1년이 지난 지금 이 곳은 참사의 흔적을, 기억으로 새기기 위한 노력들이 응집된 공간이 됐다.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안타까움이 깊어질수록 추모 상징물은 하나씩 늘어갔다. '노란리본', '기억의 솟대', '기다림의 등대', '세월호 기억의 벽', '하늘나라 우체통' 등이 그것이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잊지말자'는 다짐이다.

<그림2중앙>
창작활동에 전념하던 문인들도 잠시 펜을 놓고 '통곡의 바다'로 나왔다. 그리고 장갑을 끼고 조형물 설치작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익숙하지 않은 육체노동이지만 쉴 틈은 없다. 참사의 현장, 팽목항이 단순히 한번 둘러보고 돌아가는 곳이 아닌 반드시 기억되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기 때문이다.

● "기억하겠습니다" 추모 상징물

팽목항 방파제에는 실종자의 귀환을 염원하는 노란 리본, 노란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낀다. 입구엔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남겨진 실종자 9명의 사진이 걸려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방파제는 거대한 추모공간으로 변했다.

방파제에는 '하늘나라 우체통'이란 빨간색 설치작품이 눈에 띈다. 우체통은 세월호 참사 100일째 되던 날 세워졌다.

작품은 노아의 방주를 본 떠서 구원과 함께 새 생명, 새 나라를 향한 열망들을 담아냈다. 기억(ㄱ)과 눈물(ㄴ)을 집 모양으로 그려낸 우체통은 치유, 소망, 사랑을 기도하는 두 손이기도 하다. 두 개의 밧줄은 떠난 자와 남은 자의 소통의 끈으로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자 하나 됨에 대한 다짐이다. 희생자들에게 보내지만, 부칠 수 없는 편지들이 여기에 담긴다. 세월호 모양을 한 모형 배, '기다림의 의자'라고 적혀 있는 벤치도 만들어졌다.

<그림3중앙>
노란 리본 모양을 형상화한 조형물도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팽목항 등대가 있는 방파제 들머리쪽에 설치된 5m 높이의 이 작품은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의 후원과 국민 성금 등으로 제작됐다. 광주지역 출신 위재환 작가가 디자인 했다.

탁자 위에는 희생자들이 생전에 좋아했던 초콜릿이며 과자, 음료수가 놓여있다. '기억하라 416' 글자가 새겨진 부표 모양의 구조물, '세월호를 인양해 진실을 밝혀주세요'라고 쓰여진 포토존도 방문객을 맞는다.

맨 끝엔 거대한 등대가 서 있다. 빨간색 바탕에 노란 리본이 큼지막하게 그려진 '기다림의 등대'다. 등대에는 304개의 노란색과 흰색의 계란 모양 조명이 늘어져 있다. 304개는 희생자 숫자를 의미하고, 노란 계란은 어린 꿈나무를, 흰 계란은 성인을 상징한다.

●문인들, 펜 버리고 통곡의 바다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던 문인들도 기억을 위한 조형물 설치작업에 참여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10일, 팽목항 방파제에는 300여 명의 작가들이 '세월호 기억의 벽' 설치작업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글귀와 그림이 새겨진 타일 한 장 한 장을 정성껏 붙였다.

기억의 벽 작업은 지난해 11월 서울 광화문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아동청소년문학인들의 주도로 시작됐다.

<그림4중앙>
작가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노란 엽서 만들기, 한뼘 그림책 걸개전 등을 시작으로 추모 타일 제작에 뜻을 모았다. 추모 타일 행사는 서울을 비롯해 대전, 대구, 부산, 전주 등 26개 지역으로 확산됐다. 이렇게 작가와 시민들이 함께 만든 타일 총 4656장이 모아졌다. 작가들은 밤을 새우며 전국에서 모인 타일에 일련번호를 매겨 분류했다.

이날 타일 부착을 마친 작가들은 마무리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기억의 벽 윗부분에 방수 페인트를 칠하고, 빗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방부목을 댔다. 타일 간격을 고정시키는 줄눈 넣기에 이어 기억의 벽 취지문과 석조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으로 작업은 끝이 났다.

한국작가회의 어린이청소년문학분과 정관희(46ㆍ여) 위원장은 "오죽하면 외부에 나서는 것을 꺼려하는 작가들이 밖으로 나왔겠냐. 어린이청소년문학분과 글ㆍ편집작가, 화가까지 모두 동참했다"면서 "그날의 참사를 기억해야 한다. 이 곳은 세월이 흘러도 기억되는 공간으로 남을 것이다"고 밝혔다.

진도 팽목항=박수진 기자 sjpark1@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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