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결의문 채택 vs 野, 내년 예산 삭감 '강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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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결의문 채택 vs 野, 내년 예산 삭감 '강대강'
역사교과서 국정화 대치
3+3 회동 전격 취소
학계 집필 거부 확산
  • 입력 : 2015. 10.16(금) 00:00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와 당 지도부 등이 15일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 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과서 만들기 결의문을 발표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국정교과서 행정 예고 사흘째인 15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여야의 강대 강 대치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긴급 정책 의원총회를 통해 '당정 총력'을 다짐하며 사실상 국정화 당론을 채택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집필진 참여 거부를 선언한 역사학계, 국정화 저지에 나선 시민사회단체와 전방위 여론전을 확대하고 있다. 이날 예정됐던 여야 원내 지도부 회동도 전격 취소되는 등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국정화는 제2의 건국"이라며 교육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 고시를 환영하는 의총 결의안을 채택했다.

사실상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당론으로 채택한 것이다. 결의문은 '당정이 총력을 모아 좌편향 역사세력을 규탄하는 한편 야당의 국정화 동참'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의총에서는 '전쟁, 전선' 등의 용어들이 거론돼 '이념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의총 특강에서 발제자로 나선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과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연대 상임대표는 현행 역사교과서의 좌편향 사례를 조목조목 따지면서 국정화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서울 강남의 한 고교 교사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북한 남로당 활동을 하다가 체포됐지만 당시 수사본부장이었던 김창룡이 풀어줬다'는 한홍구 교수 강연을 틀어준 것을 언급하며, "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통해 교육을 해야하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훈 정책위 의장도 "아이들에게 객관적이고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아이들이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편향된 내용의 수업도 발을 붙일 수 없을 것"이라며 "학생들의 역사 교육은 이념 도구가 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대표는 의총에 앞서 국회 퓨쳐라이프 포럼에 참석, "왜 우리 학생들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배워야 하느냐"며 현행 검정 교과서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교과서 저지 범국민 서명 운동과 상임위별 릴레이 시위 등 장외 여론전에 나선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쿠데타에서 회군하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피케팅 및 국정교과서 저지 범국민 서명 운동에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전날 수요 집회에 참석한데 이어 이날 서대문형무소에서 인혁당 사건 유가족, 고(故) 장준하 선생의 아들 등 유신독재 희생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국정화를 성토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조부이자 독립운동가인 우당 이회영 선생의 순국 83주기 추모학술대회에 참석, 국정화 저지를 다짐했다.

최재천 정책위 의장은 새누리당이 내건 역사교과서 국정화 플래카드와 관련, "새누리당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아이들이 배운다는 펼침막을 내걸었다"며 "새누리당은 주사파"라고 주장했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와 연결해 국정교과서 예산 삭감도 예고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국정교과서 추진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을 겨냥, "예결위에선 민족과 역사의 이름으로 단 한푼도 역사를 왜곡하는 사업에 쓰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며 예산안 정국에서의 결사 투쟁을 밝혔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국으로 여야가 날선 대치를 이어가면서 이날 예정됐던 여야 원내지도부및 정책위 의장 '3+3 회동'은 전격 취소됐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 의장의 요청으로 한 달 전에 잡힌 모임이었는데, 지금 분위기에서는 안 하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화여대와 한국외대,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중앙대 교수들은 이날 국정 국사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13일 한국교원대와 연세대, 14일 경희대와 고려대에 이은 집필 거부 선언으로, 역사학계와 대학가의 국정화 반대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사학과 등 이대 교수 74명은 성명에서 "한국사 국정화가 국제적 상식과 헌법가치에도 걸맞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오직 독재국가와 전체주의 국가들 만이 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을 독점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국정화 정책은 시대착오적이며, 비민주주의적이며, 비교육적이고 21세기 국제적 상식에 현저히 어긋난다"며 현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서울여대 교수 62명도 성명을 내고 "정부의 결정은 교육의 자율성과 정치 중립성이라는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이는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정 역사관을 청소년에게 주입하려는 국정교과서는 역사 교육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만행"이라면서 "민주주의 국가 중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나라는 사실상 전무하다"며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아울러 전날 고대 총학생회의 국정화 반대 선언에 이어 이대 총학생회와 11개 단과대ㆍ학과 학생회, 한양대 총학생회 등 대학가에서도 국정화 반대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김선욱 기자 swkim@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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