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교육 미명아래 학대받는 동물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
체험교육 미명아래 학대받는 동물들
교육 차원 동물 체험 프로그램 우후죽순
스트레스 받은 체험동물 어린이 해치기도
동물원법 존재불구 체험활동 규제조항 無
  • 입력 : 2016. 10.19(수) 00:00
지난 15일 함평 양서ㆍ파충류 생태공원 내 체험관에서 어린이들이 동물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어린이 교육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동물 체험 프로그램'이 동물 학대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한 체험 대상 동물이 관람객을 공격한 사례도 있어 동물보호단체들은 체험 프로그램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18일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에 따르면 살아있는 동물에게 먹이를 주거나, 만져보는 동물 체험 프로그램이 동물원, 생태공원, 이동 동물원 등지에서 이뤄지고 있다. 체험 동물은 대부분 값싼 양서ㆍ파충류나 토끼 등 크기가 작고 온순한 동물들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 복지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동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동물 학대나 다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아직 동물 보호에 대한 관념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이 관람객들은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

한 동물단체 관계자는 "관람객들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한 체험 동물들은 유리창 앞을 무의미하게 왔다 갔다 하는 등 '정형행동'을 보이기도 한다"면서 "최악의 경우 폐사하거나 관람객들에게 공격성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관람객들이 온순한 동물들로부터 공격당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8월 대전의 한 동물체험시설에서 물고기 만지기 체험활동에 참여했던 6세 어린이는 열대 메기에 물려 상처를 입었다. 지난 4월에는 대전 한 체험농장에서 3세 어린이가 토끼에게 먹이를 주다가 손가락을 물리기도 했다.

또 지난 2014년 4월 서울동물원에서는 4세 어린이가 사슴에게 먹이를 주다가 손등에 찰과상을 입었고, 같은 달 이곳에서 한 여성이 낙타에게 먹이를 주던 중 공격당해 머리카락을 뽑힌 사고도 있었다. 이에 서울동물원은 지난달 20일 '먹이주기 체험 행사'를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교육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이 되레 어린이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동물자유연대 박은정 선임간사는 "어린이들이 동물 체험활동을 하는 것은 한 순간의 즐거움을 줄 순 있겠지만 동물의 습성을 파악하는 등 실질적인 교육이 될 수는 없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동물들이 본래 습성을 보일 수 있는 서식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원 등지에서의 동물 학대와 관련, 지난 5월 국회에서 '동물원법'을 제정했지만 동물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조항은 전무한 상황이다. 하지만 동물 복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일부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관련 지침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4일 '관람ㆍ체험ㆍ공연 동물을 위한 복지 기준'을 발표했다. △배고픔ㆍ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환경ㆍ신체적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고통ㆍ질병ㆍ상해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습성을 표현할 자유 △두려움ㆍ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등 5개 대원칙을 세워 시행 중이다.

박은정 동물자유연대 선임간사는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차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동물에게도 생명이 있고 소중하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어른들이 앞장서서 동물을 보호해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김정대 기자
사회 최신기사 TO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