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오바마! 전설이 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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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굿바이 오바마! 전설이 된 리더십
  • 입력 : 2017. 01.23(월) 00:00

#8년전 '버락 후세인 오바마 2세' 긴 이름의 흑인이 대통령에 출마했다. 미국인들은 헷갈렸다. 인종적 편견에 앞서 이라크 사담 후세인과 무슬림 이름 '후세인'이 연상됐기 때문이다. 9ㆍ11사태로 무슬림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정이 팽배했던 당시였다. 시민들의 정서를 대변한 어느 기자가 물었다. "당신은 이라크의 침공을 찬성하나 반대하나" 오바마는 거침없이 "찬성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 모두 미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당황한 기자는 곧바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미국과 이라크가 전쟁을 했을 때 하느님은 미국 편이었다고 생각하나." 오바마는 이 질문에도 서슴없이 답했다. "당신의 질문이 틀렸다. 미국이 하느님의 편이었느냐고 물었어야 했다."

40대 젊은 정치인의 재치와 통합적 리더십 사고가 즉석 답변에 잘 드러나 있다. 백인 젊은층과 고학력층, 흑인, 멕시칸을 비롯한 유색인들이 그에게 열광하며 투표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그의 재임 8년의 업적은 위대했다. 미국을 변화시켰다. 숱한 일화를 남겼다.

#2년 전 민주당 정치자금 모금행사차 오바마가 텍사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전 대통령 아버지 부시가 공항 활주로까지 휠체어로 오바마를 마중 나왔다. 다리가 불편한 90세의 부시는 휠체어에 앉은 채 오바마의 양다리를 껴안았다. 미셀 오바마의 손을 친딸처럼 붙잡고 토닥였다. 아들ㆍ며느리를 대하는 것 같았다.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뉴욕타임즈는 "오바마 대통령을 가장 먼저 반긴 건 '최고의 공화당원'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었다"고 전했다. 부시는 오바마의 이민개혁안에도 공개적 지지를 보냈다. 오바마의 리더십에 부시도 힘을 보탠 것. 대통령들 간 인간적 교류와 초당적 지지 역시 오바마의 겸허한 통합의 리더십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2년전 핑크니 목사를 비롯한 9명의 흑인들이 백인청년의 총기난사로 희생당한 사건이 생겼다. 인종적 증오범죄였다. 자칫하면 엄청난 인종폭동으로 비화될 수 있었다. 오바마가 5500명의 추도객 앞에 섰다. 그는 "범인은 자신의 행위가 미국을 분열시키리라 생각했겠지만 신의 은혜는 교묘히 작동해, 끔찍한 비극을 겪은 미국으로 하여금 그동안 몰랐던 것에 눈을 뜨게 했다"며 "인종 문제는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다시 침묵에 빠진다면 그것은 핑크니 목사의 죽음에 대한 배신"이라고 지적한 다음 "선량함이라는 은총을 발견한다면 모든 게 가능해진다. 그 은총을 통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가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어메이징 그레이스…." 놀라운 은총 얼마나 달콤한가, 추도객 모두 기립해 따라 불렀다. 찬송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오바마는 숨진 9명의 이름을 차례로 읊었다. 그는 "이들 모두 은총을 받았다. 신께서 미국에도 은혜를 내려주시길"이라며 추도사를 마쳤다. 이를 바라보던 국민들은 감동했다. 모두 하나가 됐다. 그의 집권2기 최고의 순간이었다.

#대통령의 아름다운 리더십은 국민들에게는 감동을 준다. 정파로 싸우는 정치인들에게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꼬마들과 청소년들에게는 롤 모델이다. 오바마는 감성이 풍부한 리더였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편에서 생각하고 그들을 껴안았다. 반대편을 설득하려고 끊임없이 대화했다. 원칙을 중시하면서 소리 소문없이 대통령으로서 권한과 신념으로 세상을 바꾸었다. 그는 인륜성에 바탕을 둔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는 유연한 사유와 도덕성을 갖춘 정치인이었다. 지구촌에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오바마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던 이유다.

전투장 같은 우리사회를 따뜻하게 바꾸어갈 리더는 없을까. 냉철한 이성과 통찰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성을 지닌 리더를 우리도 만났으면 좋겠다. 하루아침에 기대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끊임없이 공을 들여 보자. 머릿속에는 헌법수호, 민주주의, 정의, 공정…. 이런 가치를 심어주자. 가슴에는 따스한 화롯불을 담아 주자. 노력을 기울이다보면 오바마 같은 대통령을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것임을. 오바마가 고별연설에서 강조한 것처럼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굿바이, 오바마!


이계송 재미 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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